자유한국당-민주당·시민사회단체 사이에서 오락가락
불통 이미지 희석 주력, 내달 인사 때 몸사리기 분석

류순현(행정부지사) 경남도지사 권한대행이 여·야 각 정당과 시민사회단체에 이리저리 코드를 맞추느라 곤욕을 치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으로서 앞으로 자신의 고위공직 생활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다. 막말·불통·독선으로 점철된 도정 운영으로 다수 도민의 거센 비판과 비난을 받은 홍준표 전 지사에 부역한 자신을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도당, 시민사회단체가 곱게 볼 리 만무하다.

반대로 도의회 내 다수 의석을 점한데다 자신이 모신 홍 전 지사가 속한 자유한국당도 도정을 안정시키고 행정가로서 자신의 능력을 도민에 새기는데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혹여 내달 열릴 전당대회에서 홍 전 지사가 당 대표에 오르면 도정 운영에 알게 모르게 그의 입김이 작용할 가능성도 있어 추이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류 부지사 최근 행보는 이 탓에 짐짓 오락가락하는 모양새다.

류 부지사는 일단 새 정부와 정책 방향을 맞추는 데 힘을 싣고 있다. 대선 공약 중 경남지역과 관련된 내용을 분석·정리하고 예산, 인력 등을 이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당장 새 정부 들어 첫 추경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됐고, 이 속에는 경남 관련 예산도 포함된 만큼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이들 작업을 소홀히 하면 국비 확보 등에 있어 타 지방자치단체와 차별 등 불이익이 예상되는 만큼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

아울러 홍 전 지사의 오만불손한 도정 운영으로 상처받은 시민사회 끌어안기에도 적극적이다.

홍 전 지사 사퇴 이후에도 도청 현관문을 걸어잠그고 청경을 동원해 청사 출입마저 폭력적으로 막아섰던 지난날과 달리 노동·장애인 등 각 분야 직능, 시민사회단체 관계자와 면담으로 자신의 불통 이미지를 희석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7일에는 박종훈 교육감, 8일에는 박 교육감, 박동식 도의회 의장과 함께 만나 '협치'에 나서는 모습도 보여줬다.

이들 행보가 소신에 따른 것일 수 있으나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취임 이후 내달 인사가 예상되는 가운데 고위공직자 신분을 유지하기 위한 몸 사리기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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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순현 행정부지사(도지사 권한대행)./경남도민일보DB

이 같은 류 부지사 행보에 한국당 도의원들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지난 13일 경남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세입세출 결산 종합심사에서 한국당 의원들은 진주의료원 재개원, 민주당 도당과 정책 협의 관련 류 부지사 행보를 경계했다.

권유관(창녕2) 의원은 지난 1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와 면담 내용을 추궁하며 "진주의료원 재개원 관련 생각이 무엇인지 말하라"고 압박했다. 심정태(창원13) 의원은 "정책협의체 구성을 통한 민주당 도당의 도정 관여 움직임에 대한 태도는 무엇이냐"고 몰아붙였다.

류 부지사는 이에 "보건의료노조와 만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면서도 진주의료원 폐업 이유를 두고 "방만 경영과 (노조의) 인사 개입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한국당 입맛에 맞춘 듯한 답변을 했다. 아울러 민주당 도당의 도정협의체 구성과 관련해서는 "정책 협의는 필요하나 상설협의체 참여는 신중하게 판단하겠다. 그 이상 진전될 일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 도당은 지난 12일 운영위원회를 열어 '더 좋은 경남위원회' 구성을 의결하고 도청과 정책협의를 본격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이 여·야, 시민사회단체들의 전방위적 압박 속에 보기에 따라 모순된 행동과 발언도 할 수밖에 없는 류 부지사의 '줄타기'가 위태위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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