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창원시 공동 행사서 박진경 대령 위패 앞세워
"30만 제주도민 다 죽여도 무방하다" 강경 진압 중 반발한 부하에 암살
"역사 인식에 문제있어"…간과 인정·보훈처 공훈 조회
경남도와 창원시가 공동으로 개최한 현충일 추념식에서 제주 4·3사건 때 강경 진압 작전을 벌인 인사 위패를 경남 대표 위패로 줄곧 세워온 것으로 드러났다.
6일 오전 창원 의창구 삼동동 충혼탑에서 '제62회 현충일 추념식'이 열렸다.
이날 참석자들이 헌화·분향을 하는 곳에는 '경남도 대표 박진경(1920~1948) 육군 대령 신위'라고 적힌 위패가 세워져 있었다.
남해군 남면에서 태어난 박 대령은 일본 오사카외국어학교와 일본 육군공병학교를 졸업한 일본군 출신이다.
디지털제주시문화대전에 따르면 박 대령은 일제강점기 말 제주도에서 일본군 소위로 근무한 적이 있다.
해방 후 국방경비대 사령부 인사과장을 거쳐 4·3사건이 한창이던 1948년 5월 6일 김익렬 중령에 이어 제9연대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당시 취임 인사에서 "제주도 폭동 사건을 진압하기 위해서는 제주도민 30만을 희생시켜도 무방하다"며 강경 진압 작전을 벌였다.
그는 이 공로를 인정받아 부임 한 달여 만에 대령으로 승진했으나 강경 진압 정책에 반기를 든 부하들에 의해 피살됐다.
이에 허영선 제주 4·3연구소 소장은 "이런 사람을 경남 대표로 내세운 것은 역사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경남도·창원시·전몰군경유족회 경남지부는 역사적 사실을 몰라 간과한 부분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창원시는 언론 문제 제기 후 국가보훈처에 박 대령 공훈 조회를 요청한 상태다.
임흥식 전몰군경유족회 경남지부 국장은 "1985년 창원 충혼탑이 준공되면서 부산에 있던 위패를 옮겨왔다"며 "박 대령이 이 가운데 가장 계급이 높아 그동안 대표 위패로 세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역사적 사실을 알았으면 문제 제기를 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경남도·창원시는 당장 위패 교체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았다.
도·시 관계자는 "공훈을 자세히 파악한 뒤 유족회와 의논해 교체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