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90년대 청춘 놀이터 실내 롤러장 이제는 전 세대에 활짝

어느샌가 자취를 감췄던 실내 롤러장이 여가·데이트·놀이공간으로 화려하게 돌아왔다.

지난 27일 오후 창원 의창구 용호동 실내 롤러장 '롤스'를 찾았다. 입구에 들어서니 경쾌한 댄스 음악과 영문으로 '롤러스케이트'라고 적힌 네온사인이 반긴다. 탁 트인 공간에 마련된 원형 트랙 위로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이 보인다. 친구, 연인부터 가족까지 연령대는 제각각이지만 모두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는 점은 같다.

젊은 층에게 실내 롤러장은 이색적인 데이트 코스로 인기다. 황진미(24)·정의령(22) 씨도 이날 이곳에서 데이트를 즐겼다.

정 씨는 "지나가다가 롤러장이 생겼길래 방문해 봤는데 데이트 코스로 아주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부모 세대에게 실내 롤러장은 특히 각별하다. 1980년대 롤러장은 '껌 좀 씹는 학생'들의 놀이터이자 문화공간이었다. 이러한 공감대 때문일까. 앞선 26일 이곳에서는 SBS <불타는 청춘> 녹화도 있었다.

최종순(38) 씨는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다. 초등학교 4학년인 딸과 그 친구들, 학부모 한 명과 같이 왔다.

그는 "학생 때 마산 성안백화점(현 신세계백화점 마산점) 인근 실내 롤러장에 몇 번 놀러 갔었다"며 "우연히 간판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왔는데 아이가 좋아해 다시 왔다"고 전했다. 이어 "엄마·아빠 추억 속 공간을 아이들에게 소개할 수 있어 더 좋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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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 의창구 용지동에 롤러스케이트장이 생겼다. 주말을 맞아 친구들과 이곳을 찾은 학생들이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있다. /박일호 기자

아이들에게 롤러스케이트는 '낯설지만 익숙한' 놀이·운동기구다. 롤러스케이트 자체는 처음 접할지라도 인라인스케이트, '힐리스' 등에 비교적 익숙하기 때문이다.

유다은(10)·김다영(10) 양은 "롤러스케이트는 처음이지만 타는 게 전혀 어렵지 않았다"며 미소 지었다.

운영자 서덕화(35) 씨도 학창시절 옛 마산지역에서 '로라'깨나 굴렸다. 놀아본 사람이 놀아본 사람 마음을 안다고, 서 씨는 롤러장 곳곳에 그 시절 추억을 떠올릴 만한 요소를 넣었다. 컵라면·과자 등을 파는 매점 '로-라 점빵'과 유로댄스 음악 등이 그것이다.

서 씨는 "20~30년 만에 롤러스케이트를 탄다는 어르신들도 몸이 기억하기 때문인지 금세 왕년에 익힌 기술을 뽐내실 정도로 탄다"며 "세대를 넘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건전한 놀이공간으로 자리 잡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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