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전 지사 측근들로 채워진 '경력 무관' 비전문적 기관장
임기 채우고 자리 물러날 듯

몸은 사라졌다. 그런데 그림자는 남아 있다. 무슨 유령 이야기가 아니다.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사퇴한 지 50일이 가까워 오는데도 경남도청에서 사라지지 않는 그의 그림자 이야기다.

홍 전 지사가 경남도지사 일을 시작했던 2012년 12월 전부터 그의 측근이자 심복으로 임명됐던 이들, 해당 기관장 자격과는 전혀 상관없는 비전문적 인물로 채용됐던 이들은 사실상 '홍 전 지사의 그림자'다. 이들을 통해 홍 전 지사의 영향력이 여전히 경남도정에 반영될 수 있다.

대표적 인물이 나경범(52) 경남도 서울본부장이다. 그는 2013년 10월 서울본부장에 임명돼 지금까지 5년째 근무 중이다.

나 본부장은 홍 전 지사가 국회의원이었던 2001년부터 11년간 그를 보좌했다. 홍 전 지사가 '성완종 리스트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을 당시 1억 원 수수 혐의를 둘러싼 공방의 중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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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준표 전 지사./경남도민일보DB

"나경범이 1억 원을 받은 것으로 하면 안 되겠느냐?"는 내용으로, 홍 전 지사 측이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 측을 회유했다는 혐의 내용 속 장본인으로 지목될 정도였다. 관련 재판 내내 서울본부장 업무가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받았다.

나 본부장이 서울본부장으로 재임하면서 사무실 명칭이 서울사무소에서 서울본부로 승격됐다. 김두관 전 지사 시절 6억~7억 원이었던 운용 예산은 2015년 10억 원을 넘었다.

서울·수도권지역 기업의 투자 유치, 대국회 네트워크 강화 등을 내세웠지만, 한편으로 재임 내내 '대권 도전'을 외쳤던 홍 전 지사의 대선 준비 기지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홍 전 지사가 사임한 지 한 달이 넘었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거냐"는 질문에 나 본부장은 "서울본부장은 임기제로 운용된다. 제 임기가 2018년 1월까지다. 임기를 마칠 때까지는 일하겠다"고 답했다.

또 다른 대표적 인물은 출자기관인 경남개발공사 조진래(52) 사장이다. 지난해 4월 취임한 조 사장은 당시 개발공사 사장직과 전공·경력 모두 무관해 '비전문적' 인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지금도 노조 게시판이나 언론 인터뷰에서 도청 공무원은 "비전문적 영역의 인사다", "전공이나 경력 어디에 경남개발공사 사장이 해야 할 개발사업 영역이 포함돼 있느냐"라고 지적한다.

이런 지적을 부채질한 요인 중에는 홍 전 지사 취임 이후 그가 계속 정무직에 임명될 만큼 핵심 측근이기 때문이다.

2012년 12월 홍 전 지사 취임과 함께 정무부지사를 맡았던 조 사장은 중간에 잠시 비웠다가 2014년 12월까지 같은 일을 했다. 이후 2015년 초에는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할 때까지 정무특보로 있었다.

홍 전 지사와 고교 동문이라는 점, 같은 당 소속으로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점 등이 작용했다. 조 사장의 임기는 3년으로 2019년 4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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