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서 모인 평범한 시민 슬픔도 기쁨도 함께 나눠
'상식이 바로 선 나라' 염원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이 열린 김해 봉하마을은 감격과 회한이 교차하고, 슬픔과 기쁨이 공존했다. 2009년 5월 23일 이후 매년 봉하마을을 찾는 이들에게도, 2017년 5월 23일 처음으로 봉하마을을 찾는 이들에게도 저마다 '희망 나비'가 날아올랐다.

◇매년 봉하마을 찾은 권호석·손미희 가족 =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권호석(42)·손미희(38) 부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년 동안 7번 봉하마을을 찾았다.

호석 씨는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던 노 전 대통령이 2000년 4·13 총선 부산 북구·강서구 을에서 지역감정의 벽을 넘지 못하는 걸 보면서 2000년 노사모 창립 멤버가 됐다. 노 전 대통령과 직접 두 번 만났다. 2002년 개혁신당 창당 때 악수를 한 번 했고, 같은 해 당시 노무현 후보의 '여의도 직장인과 대화'에 참여한 적이 있다.

매년 봉하마을을 찾는다는 노사모 권호석·손미희 가족. /김희곤 기자 hgon@idomin.com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자주 우는 모습을 보이니깐 큰아들은 이유를 궁금해하고, 봉하마을을 매년 찾으니 자연스럽게 대통령, 선거 등을 공부하는 것 같아요. 바보 노무현처럼 억울한 일 있어도 스스로 당당하면 된다고 가르치고 있어요."

호석 씨는 "참여정부 내내 다양한 활동보다 공격 방어에 치중한 측면이 있다. 문재인 정권이 그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참여정부의 장기 플랜을 마무리 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미희 씨는 "문 대통령에게 힘이 되는 국민이 되고 싶다. 하고 싶은 일 모두 하길 바란다"며 신뢰를 보냈다.

◇4남매와 처음 방문한 박윤희 씨 = "4학년 첫째 딸이 학교에서 '민주주의와 지방자치'를 배워요. 스스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직접 보여주고 싶어서 어제(22일) 무작정 달려왔어요."

서울에 사는 박윤희(43) 씨는 11살, 8살, 7살 쌍둥이를 둔 4남매 엄마다. 일과 육아에 매달려 한 번도 봉하마을을 찾은 적이 없다. 이번은 달랐다. 월요일 퇴근 후 아이들 저녁만 먹인 후 봉하마을로 향했다.

▲ 전날 서울에서 왔다는 4남매(왼쪽부터 이시은·정효·정환·지안)와 엄마 박윤희 씨./김구연 기자

"노 전 대통령 사망 소식을 접하고 정말 충격을 받았어요. 자존심을 건드린 타살이라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노란 물결에도, 촛불 집회에도 한 번도 참여한 적이 없어요. 일과 육아가 핑계가 아니라 현실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이제는 동참해야겠다, 실천해야겠다고 확실하게 깨달았어요."

윤희 씨는 "엄마, 왜 울컥해?" 하는 아이 물음에 "부끄러워서"라고 답했다. 국민이 권력임을, 뒤로 물러나 있던 자신이 권력임을 일깨운 데는 문 대통령 당선이 계기가 됐다고 했다.

"평소 군인, 경찰이 꿈인 쌍둥이가 방명록에 '제가 군인이 돼서 노무현 대통령 지켜줄게요'라고 적은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저도 아이들도 스스로 목소리를 내며 바뀌고 있어요. 아이들이 선거권을 가질 때까지 상식적이고 배려 넘치는 나라가 되도록 엄마로서, 국민으로서 행동할 생각이에요. 내년에 또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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