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서 8주기 추도식
"야∼기분좋다" 3만여 인파 밝은 표정

"야~ 기분 좋다."

8년 만에 5월 봉하마을에 웃음꽃이 피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잠든 작은 비석을 찾은 추모객도, 권양숙 여사를 비롯한 유족도, 문재인 대통령 등 생전 뜻을 함께한 동지도 매년 5월이면 보였던 음울하고 착잡했던 기운을 떨쳐낸 모습이었다. 9년 만의 정권교체는 봉하마을 표정을 화사하게 바꿨다.

노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이 23일 오후 2시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에서 엄수됐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분노한 전 국민적 촛불 시민혁명에 이뤄낸 조기 대선으로 9년 만의 정권교체와 문재인 정부 탄생 후 처음 열린 이날 추도식에는 전국 각지에서 3만여 인파가 몰렸다.

봉하마을은 이날 오전 일찍부터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추모객 얼굴에는 이전에 보기 어려웠던 천진한 웃음과 화색이 돌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이 23일 오후 2시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에서 열렸다. 이날 전국 각지에서 3만여 명의 추모객이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했다. /박일호 기자 iris15@

매년 노 전 대통령 추모식을 찾는다는 한 추모객은 "예년과 달리 사람들 얼굴에 생기가 있고 활기찬 것 같다"면서 "이전 추도식에는 노 전 대통령을 향한 그리움을 나타내는 펼침막과 함께 정권을 규탄하고 정책 변화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펼침막도 종종 보였지만 오늘은 안 보이는 것 같다"고 변화된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늘 말씀하시던 깨어 있는 시민이 직접 촛불을 들고 나서 조직된 힘으로 정권교체를 이뤘기 때문 아니겠느냐"면서 "5월이면 봉하를 찾는 추모객이 노 전 대통령께 진 마음의 빚을 조금이나마 갚았다는 안도감이 밝은 표정을 내게 하는 것 같다"고 생각을 전했다.

이 때문인지 이날 추도식에는 예년보다 1.5~2배가량 많은 사람이 찾았다. 행사 시작 1시간 전부터는 노 전 대통령 묘역과 행사장으로 가는 길은 교행이 어려울 정도였다. 미리 준비한 3000석이 꽉 찬 것은 물론이고 행사장으로 가는 주변 언덕 위까지 사람이 모여 앉았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무더운 날씨에도 행사를 서서 지켜보는 사람도 많았다.

이날 추도식도 이전의 엄숙한 분위기와 사뭇 달랐다. 추도식은 몇 해 전만 해도 노 전 대통령 장남 건호 씨가 지속적으로 아버지 명예를 더럽히려는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대표를 향해 응어리를 토해냈을 정도로 경직되고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었다. 하지만 이날은 작은 축제와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고향 봉하마을로 돌아와 친지, 주민과 지지자 앞에서 웃음 지으며 외친 "야~ 기분 좋다" 표현이 추도식 내내 끊이지 않았다.

공식 추도사와 추모의 말을 한 임채정·정세균 전·현 국회의장에 이어 인사말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까지 "야~ 기분 좋다"를 인용하면서 분위기는 최고조에 올랐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어서 오늘 추도식에 참석하겠다는 약속 지킬 수 있게 해 주셔서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님도 지금 우리 가운데서 모든 분께 고마워하며 '야~ 기분 좋다' 하실 거 같다"고 좋아했다.

추모객은 이어 문 대통령이 "우리의 꿈은 참여정부를 뛰어넘어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 나라다운 나라로 확장해야 한다"면서 "이제 우리는 다시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님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이제 가슴에 묻고 다 함께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안보도, 경제도, 국정 전반에 훨씬 유능함을 다시 한 번 보여주자"고 강조하자 박수와 함께 환호를 터뜨렸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선 출마를 위해 노무현재단 이사장직을 내려놓았을 때 "더는 5월이 눈물의 달이 아니라 뜻을 모으고 의지를 다지는 희망의 달이 되게 하겠다. 그리고 감히 말씀드리겠다. 정치인 문재인은 정치인 노무현을 넘어서겠다. 당신이 멈춘 그곳에서 당신이 가다 만 그 길을 머뭇거리지도 주춤거리지도 않고 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 점에서 노 전 대통령 8주기에 맞은 5월은 문 대통령이 '뜻을 모으고 의지를 다지는 희망의 달'로 만들겠다고 한 약속을 4년 만에 지킨 상징으로도 남았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