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때문에 참고 산다'옛말, 개인 삶 중요시 하는 분위기

결혼 20년을 넘긴 부부의 '황혼이혼'이 점점 늘고 있다.

또 이혼은 하지 않았지만 서로의 삶을 존중하는 '졸혼' 현상도 나타난다.

통계청 자료에는 지난해 결혼한 부부는 28만 1600여 건이고, 헤어진 부부는 10만 7300여 건에 이른다. 이 중에서도 특히 20년 이상 된 부부가 가장 많이 이혼했다.

◇결혼 기간 20년 이상 이혼 '최다' = 이제 '자식 때문에 참고 산다'는 옛말이다. 최근 3년간 경남지역에서 50대 이상 부부의 황혼이혼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서 최근 3년간 경남지역 50대 이상 이혼은 2014년 3944건, 2015년 4141건, 2016년 4364건으로 점점 늘고 있다.

전국적으로 결혼 기간별 이혼 비중은 20년 이상(27.3%), 4년 이하(23.4%), 5~9년(20.0%) 순이었다.

10년 전의 4년 이하(27.2%), 5~9년(22.3%), 10~14년(18.8%) 순과 비교했을 때 상황이 역전됐다.

황혼이혼이 늘어나는 배경에는 '억눌린 삶'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분위기가 보인다.

이혼 사건을 많이 다뤘다는 한 변호사는 "50대 이상 이혼한 부부 중에 젊었을 때 폭력 등 불화가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동안은 자식 때문에 참고 살다 자식들이 결혼을 하거나 독립하고 나서 이혼을 결심한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결혼을 졸업한다' = 최근에는 '졸혼'이라는 말도 등장했다. 지난해 말 배우 백일섭 씨가 한 TV프로그램에서 졸혼을 선언하면서 주목받았다.

졸혼은 '결혼을 졸업한다'는 뜻으로 나이든 부부가 서로 간섭하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생활방식이다. 지난 2004년 일본 작가 스기야마 유미코의 <졸혼을 권함>이라는 책에서 처음 등장했다.

졸혼 부부는 혼인 관계를 지속하면서도 각자의 삶을 산다. 서로 좋은 감정을 유지하고 정기적 만남을 가진다는 점에서 별거와 다르다. 그동안 자식을 키우느라 누리지 못한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기대 수명이 늘고 개인생활을 중시하는 경향이 확산하면서 졸혼 부부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월 결혼정보회사 '가연'의 설문조사에서는 미혼여성 63%, 미혼남성 54%가 졸혼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54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남녀가 미래 졸혼을 결심하게 될 것 같은 이유로는 '결혼 생활 동안 하지 못했던 것들을 노후에라도 하고 싶어서(57%)'가 가장 높았으며, '배우자의 간섭을 피하기 위해서(22%)', '사랑이 식은 상태로 결혼생활을 유지할 것 같아서(18%)' 등이 꼽혔다.

아직 결혼하지 않았다는 강모(31·김해) 씨는 "영원히 안녕이 아니니까, 한 40년 같이 살다가 떨어져 살면 오히려 소중함도 되새기는 기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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