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8시 30분 창원중부경찰서 ‘불법 호객(속칭 삐끼) 불시 단속팀’이 창원시 상남상업지구로 단속을 나갔다. 현장 단속에 동행했다.

◇단속 시작 10분 만에 적발

오후 8시 40분 3인 1조로 팀을 두 개로 나누어 단속에 들어갔다.

단속 시작 10분 만인 오후 8시 50분 사람들이 오가는 한 인도에서 삐끼 ㄱ(38) 씨가 다가왔다.

“사장님! 저기 좋은데, 있는데… 옷을 완전00 노는 데 있습니다.”

“어디 그런 데가 있습니까? (10여 초 뒤 박금태 생활안전과장이 소속과 신분을 밝히며 위반 요지를 설명한 뒤) 자, 경찰입니다. 이리로 따라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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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경찰님들 너무 빡빡하시네. 나도 어린애가 6살인데, 다 먹고살려고 이 짓 하는 겁니다. 손이 불편해서 다른 일은 할 수가 없어요. 오늘 전남 순천에서 넘어왔는데, 왜 나만 잡아요!”

휴대용 PDA 단말기로 ㄱ 씨 인적사항, 위반기록 등을 확인했더니 경범죄 처벌 등 세 건이 더 나왔다.

단속팀 ㄴ 직원이 “17일 오전 9시까지 창원지방법원으로 출두하라”고 말했다.

오후 9시 10분에는 도롯가에서 호객행위와 전단을 나누어주는 ㄷ(41) 씨가 적발됐다. 그가 가지고 있던 전단에는 ‘미시, 아가씨 30명 항시 대기 양주세트+맥주 1 BOX 8만 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ㄷ 씨는 두 달 전 가게를 열었는데, 삐끼들이 손님들을 가로채 가는 바람에 하도 손님이 없어서 답답한 마음에 전단이라도 뿌릴 요량으로 나왔다고 했다.

박 과장이 “지금 몇 가지나 위법인지 아냐!”라고 나무랐다. ㄷ 씨 신분을 조회했더니 주소가 대구광역시로 나왔다. 지난해 4월 경기도에서 호객행위로 적발돼 경범죄 처분도 받은 것으로 나왔다.

박 과장은 “삐끼들은 대부분 전국구다. 얼굴이 팔리니까, 창원에서 걸리면 서울로, 경기도에서 잡히면 다시 부산으로, 메뚜기처럼 옮겨다닌다”고 했다. ‘두더지 게임’이 연상됐다.

◇경제 불황 속 손님 유치 경쟁에 삐끼 ‘활개’

단속 1시간 뒤 오후 9시 30분께 단속팀이 다시 모였다. ㄹ 생활안전질서계장도 “우리는 불법전단 배포 1명 적발했다”고 말했다.

삐끼는 어떻게 보면 경범죄를 저지르는 ‘잡범’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손님이 거부하는데도 끝까지 호객행위를 하면서 따라가지 않으면 막말을 일삼는 경우도 있다. 업소에 손님을 데려가면 이익금 일정 비율을 삐끼와 업주가 분배하는 탓에 ‘바가지(부당요금)’ 씌울 수도 있다. 만취한 사람을 유인해 값비싼 양주를 여러 병 시켜 술이 깨면 계산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호객행위 업주는 식품위생법에 따라 즉심 또는 형사 입건되고 영업정지 등 행정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또 호객행위를 한 사람은 즉결 심판에 넘겨져 최고 20만 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지난해에만 도내에서 호객행위로 9명(창원중부경찰서 관내 7명)이 통고처분을 받았으며, 13명이 즉결심판에 넘겨졌다.

박 과장은 “연중 예고 없이 단속을 벌여 삐끼를 뿌리뽑겠다”고 말했다.

도내 최대 유흥가인 상남동 일대에는 노래주점 453곳, 단란주점 28곳, 노래연습장 24곳이 있다. 이어지는 경기 침체 속 삐끼들 서식 환경이 무르익고 있다. 가게마다 생존을 위한 손님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는 탓이다. ‘삐끼 근절’이 녹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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