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정당·시민단체 "홍준표 용서 할 수 없다…비열한 꼼수 심판할 것"
홍 전 지사 지지자들과 마찰 빚기도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위해 도청을 떠나는 길에 소금이 뿌려졌다. 소금을 뿌리는 것은 오래전부터 액을 물리칠 때 해온 풍습이다.

10일 오전 10시 도청 대강당에서 홍 전 지사 퇴임식이 열렸다. 같은 시각 정문 앞에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모였다. '적폐청산과 민주사회 건설 경남운동본부'는 "도민 참정권을 유린한 홍준표는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홍준표는 정계를 떠나라"고 촉구했다.

홍 전 지사는 지난달 31일 자유한국당 대통령 선거 후보로 뽑혔음에도 도지사 보궐선거를 아예 원천봉쇄했다. 그는 지난 9일 사퇴시한 3분을 남겨두고 오후 11시 57분에 도의회 의장에게 사퇴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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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오전 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가 경남도청 앞에서 경남도민 참정권을 유린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통령 후보는 법의 심판과 함께 정계를 떠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회원들이 소금을 뿌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박일호 기자

도내 정당과 시민사회 400여 개 단체가 참가한 경남운동본부는 "법을 악용해 국민 기본권을 유린한 홍준표를 우리는 용서할 수 없다. 자신의 권력욕을 위해 패악과 악행을 자행하며 경남도민을 도탄에 빠뜨린 홍준표를 결단코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이들은 홍 지사 재임기간 진주의료원 폐업, 학교 무상급식 지원 중단, 1억 정치자금 수수 혐의 등에 대해 도지사 소환운동을 벌이기도 했었다. 기자회견 사회자는 홍 전 지사에 대해 "병원 훔쳐가더니 아이들 밥도둑에 참정권 도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야당 대표들도 마이크를 잡았다.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창원 성산구지역위원장은 "폭정에 항거해 5년 동안 투쟁해왔다. 투쟁으로 쫓아냈어야 하는데 안타깝다"며 "홍준표 불통과 독선은 박근혜보다 10배나 더 큰 고통이었다. 재수 없는 손님 떠나는데 경남에 큰 복이 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영국 정의당 도당위원장은 "어젯밤 11시 57분 전자문서를 도의회에 내고 도민 참정권을 훔쳐 야반도주하듯이 사퇴했다"며 "헌법 정신을 어긴 자가 대통령 자격 있는지 5월 9일 투표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도정을 도민 품으로 돌려주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혜린 노동당 도당위원장은 "탄핵정국에서 오만과 독선, 쓰레기 도지사를 몰아내는데 집중하지 못해 안타깝다. 용서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희 경남민중의꿈 대표는 "막장도정을 심판하고자 끊임없이 도민이 노력해왔다. 마지막까지 비열한 꼼수를 부린 그를 따라다니며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만 경남운동본부 대표 경앙된 목소리로 "홍 지사가 4년 4개월 있었는데 한 40년 된 것 같다. 도민이 폭정과 악행에 시달렸는데 지긋지긋하다. 나간다니 만세 부르고 싶다"며 "그런데 뒷모습은 추하다. 도민 참정권까지 막고 비열하고 간교하다. 곱게 보내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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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오전 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가 경남도청 앞에서 경남도민 참정권을 유린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통령 후보는 법의 심판과 함께 정계를 떠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회원들이 소금을 뿌리는 퍼포먼스를 마친 후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 박일호 기자

그러면서 홍 전 지사 떠나는 길에 소금을 뿌리자고 제안했다. 김 대표는 "재수 없는 손님이 왔다 갈 때 대문 밖에 소금 뿌리는 것이 우리나라 풍습"이라며 "홍준표 나간다 대문밖에 소금뿌려라"고 외쳤다. 회견 참가자들은 정문 앞에 소금을 흩뿌렸다. 이어 소금을 담았던 빨간 쪽박도 밟아 깨트렸다.

이날 길 건너편에는 '홍사모', '경사모', '중심국가 포럼' 이름을 건 홍 전 지사 지지자들도 모였다. 이들은 '경남미래 50년을 준비한 ??? 대한민국 100년을 준비할 ???', '경남 채무제로 ???, 이제는 대한민국 채무제로', '??? 지사님 그동안 욕봤습니다 이제 청와대에서 보입시더'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었다. 선거법 위반 때문에 '홍준표'라 쓴 데 '???'로 가릴 수밖에 없었다.

정문을 나서는 홍 전 지사를 기다리던 양측은 고성을 주고받으며 실랑이를 하기도 했다. 홍 전 지사 한 지지자는 슬그머니 길을 건너와 바가지에 담긴 소금을 한주먹 쥐고 시민단체 회원들에게 뿌려 시비를 걸기도 했다. 경남운동본부는 '남의 소금을 훔친 도둑'이라며 현장에서 경찰에게 고발하고 처벌을 요청하기도 했다.

홍 전 지사가 도청 앞마당에 나타나자 시민단체 회원들, 지지자들, 질서유지를 위해 양측을 막아선 경찰들이 뒤엉켰다. 차에 올라탄 홍 전 지사는 웃으면서 "가는 날까지 저래"라고 했다.

이날 오전 10시 55분, 홍 전 지사가 탄 차량이 정문을 나설 때 "홍준표 빨리 나가라"는 목소리와 함께 홍 전 지사가 탄 차에 굵은 소금이 뿌려졌다. 지난 2012년 12월 19일 보궐선거 이후 4년 4개월 남짓한 '홍준표 도정'이 끝난 이날 하늘은 파랗고, 날씨는 포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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