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서피랑 계단, 높은음자리표 형태로 새단장
연주 가능한 40개 건반 계단도 조성 '명소'예고

박경리 선생 생가와 '핍박받는 자들의 어머니'로 불리는 공덕귀 여사 생가 인근, 세계적 작곡가 윤이상 선생 추억이 고스란히 남은 통영 서피랑 언덕길에 실제 연주가 가능한 독특한 피아노 계단이 만들어졌다.

통영에 또다시 새 명소가 탄생한 것이다.

밟으면 피아노 음 5옥타브가 울리는 이 계단은 세계 최초 실제 연주가 가능한 세계 최대 피아노 계단이기도 하다. 이곳 언덕은 한때 '홍등가'였고 1999년 집중 호우로 말미암은 산사태로 일가족 4명이 참사 뒤에 버려진 땅이었다.

통영시는 윤이상 선생의 등굣길이었던 서피랑 길에 그의 음악적 업적을 기리고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자 피아노 계단 조성을 시작했다.

통영 서피랑을 찾은 사람들이 피아노계단을 오르고 있다. 높은음자리표 모양의 전체 계단 중 40개 계단은 밟으면 실제 피아노 소리가 나 5옥타브를 연주할 수 있다. /통영시

음악계단은 윤이상 선생을 기리는 의미 외에도 숨진 일가족 영혼을 위로하는 의미,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인 통영에 걸맞게 200년 된 후박나무를 배경으로 높은음자리표 계단을 따라 걷게 설계했다. 건반을 밟으며 오르면 서피랑 아래로 보는 통영항이 그림처럼 다가오는 곳이다.

왼쪽에는 서피랑으로 오르는 99계단이 있고, 조금 벗어나면 충렬사, 윤보선 대통령 부인이면서 여성 노동자의 삶을 아프게 대변했던 공덕귀 여사의 생가와 대문호 박경리 선생 생가가 인근에 있다.

계단은 서피랑 벼락당의 기존 144계단을 활용해 '높은음자리표'를 곡선 모양으로 형상화했다. 이 중 40계단은 5옥타브를 실제 연주할 수 있는 피아노 건반으로 만들었다. 특히 이 계단은 국내 피아노 계단 중 유일하게 반음까지 정확히 낼 수 있어 모든 곡 연주가 가능하다. 여럿이 모이면 실제 연주가 가능한 계단이어서 계단 맞은편에는 연주 지휘석까지 마련했다. 시는 윤이상 선생이 작곡한 통영 각 학교 교가를 연주하는 행사 등을 곧 열 계획이다.

계단은 명정동사무소 김용우 동장이 부임해 쓰레기 무단 투기 지역이자 모기가 들끓던 음침한 언덕을 주민들에게 "꽃을 심자"고 제안하면서 새단장을 시작했다. 이후 사람이 죽었고 홍등가여서 가기 꺼렸던 이곳은 어느 날 봄 유채가 폈고,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폈다.

이후 김 동장은 이곳 계단이 작곡가 윤이상 선생의 등굣길이었다는 점에 착안해 주민들과 다시 논의했고, 이후 소리가 나는 피아노 계단을 만드는 사업을 추진했다.

김 동장은 섬지역인 사량면장으로 근무할 때는 멧돼지 피해를 줄이고자 농민들에게 야콘을 심게 해 지금 사량도에서는 야콘으로 멧돼지 피해도 줄이고 주민소득도 올리는 사량면 특산물을 만든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 사업에는 4억 원(국비 2억, 시비 2억) 사업비가 투입됐다.

김 동장은 "2013년 이곳에 주민들이 합심해 칡넝쿨과 잡풀을 제거하며 유채꽃과 코스모스를 심어 꽃동산을 조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서피랑 마을만들기 사업의 마중물이 되어 명정동에 희망이 울려 퍼지는 결과를 낳았다. 앞으로도 다양한 마을만들기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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