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보다 표면 미끄러운 공
변화구 제구 안 돼 투수 애 먹어
개막 앞두고 1순위 과제 '적응'

"변화구 제구가 잘 되지 않아서…."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나서는 한국 야구대표팀 투수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다.

WBC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사용하는 롤링스사 제품을 공인구(사진)로 쓴다. 롤링스는 KBO리그 공인구보다 표면이 미끄럽다. 실밥이 넓고 팽팽해 덜 도드라진다.

한국 투수들은 "손가락에 실밥이 채는 느낌이 없다. 공이 손에서 빠질 때가 있다"고 하소연한다.

WBC 개막(3월 6일)이 10일 앞으로 다가왔다. 공인구 적응은 절체절명의 숙제다.

대표팀 왼손 에이스 양현종(29·KIA)은 22일 일본 오키나와현 기노완 구장에서 열린 일본프로야구 요코하마DeNA 베이스타스와 평가전에 선발 등판해 2이닝 4피안타 1실점을 기록했다.

그는 등판 후 "공이 높았다. 롤링스는 손에 감기는 느낌이 덜하다"며 "손에서 빠지는 기분도 들었다. 적응에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양현종에 이어 등판해 2이닝을 2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은 우규민(32·삼성)도 "커브를 던질 때 손에 실밥이 채는 느낌이 덜해서 손목 각을 이용해서 던졌다"고 설명했다. 낯선 공인구로 변화구를 던질 때 애를 먹는다는 의미다.

차우찬(32·LG)도 19일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평가전이 끝난 뒤 "주무기인 포크볼이 너무 높게 들어갔다. 공인구가 미끄러운데 포크볼을 던지는 데 아직 적응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당시 차우찬은 2이닝 4피안타 2실점으로 주춤했다.

KBO는 지난달 11일 투수들에게 공인구를 지급했다. 하루라도 빨리 손에 익히라는 의미다.

한국 투수의 강점은 '변화구'다. 한국 무대를 경험한 외국인 타자 중 상당수가 "3볼 2스트라이크에서도 변화구를 정확하게 제구하는 투수들을 보고 놀랐다"고 했다.

한국 투수들은 강점을 살리기 위해, 공을 던지지 않을 때도 롤링스를 꽉 쥐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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