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금액 500억 이를 것이란 전망도
은행 거래내역 남기지 않아 추적 어려워

농아인 사기조직 '행복팀'의 피해 농아인 대부분이 투자금을 되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범죄수익 280여억원 행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행복팀' 총책 김모(44)씨는 경찰에 붙잡히기 전 재산을 빼돌려 은닉했을 가능성이 커 스스로 실토하지 않는 이상 자금의 실체를 확인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2010년부터 2016년까지 7년간 투자사기 조직 '행복의 빛'과 '행복팀'을 운영하며 아파트나 공장 등에 투자하면 고수익과 함께 장애인 복지관 이용 등 각종 복지혜택도 보장한다며 농아인 500여명으로부터 280여억원을 받아 빼돌렸다.

'이번엔 얼마를 가져오라'고 김 씨가 지시하면 각 지역을 관리하는 지역대표들은 피해 농아인들로부터 돈을 걷어 전달하는 구조였다.

피해 농아인들이 '투자금'이라고 속아 넘어가 '행복팀'에 바친 돈은 대부분 지역대표들의 계좌로 송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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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팀' 조직도./연합뉴스

입금을 확인한 지역대표들은 이를 5만원권 지폐로 현금화한 뒤 박스나 쇼핑백에 담아 김 씨에게 전달했다.

김 씨와 직접 관련된 은행 거래내역을 남기지 않기 위한 수법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지역대표들에게 입금된 계좌내역을 확인해 피해액을 산출할 수 있었다.

경찰은 김 씨가 '행복팀'을 운영한 기간 약 70억∼80억원을 조직운영비로 쓰고 나머지 200억원가량을 자신이 쓰거나 숨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중 일부는 차명으로 부동산에 투자하거나 현금화한 뒤 특정 장소에 숨겨뒀을 가능성이 크지만 구체적으로 얼마가 이렇게 쓰였는지 현재로써는 파악하기 힘들다.

피해 농아인들 사이에선 김 씨가 '00지역에 다른 사람 이름으로 땅을 엄청나게 샀다'는 소문까지 퍼지고 있다.

다만 범죄수익 규모로 보아 최소 현금 수십억원이 김 씨만 알고 있는 특정 장소에 보관됐을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경찰이 확인할 수 있는 김 씨의 재산은 수억원에 달하는 집과 고급 외제차 5대, 계좌에 남아있던 수천만원이 전부다.

우선 차명 부동산은 김 씨가 스스로 실토하거나 내부고발이 없다면 찾아내기 힘들다.

경찰은 김 씨의 모든 가족과 친·인척의 등기부 등본을 떼 차명 부동산을 확인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현금도 은닉한 장소와 위치를 알지 못하면 찾기 힘든 것은 매한가지이다.

2011년 전북 김제시의 한 마늘밭에 숨긴 도박 수익금이 100억원이 발견된 '김제 마늘밭 100억원 사건'처럼 땅에 파묻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문제는 이 돈이 김 씨에게 흘러간 범죄수익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일부 피해 농아인들은 투자금을 현금으로 지급하거나 지역대표가 아닌 다른 조직원을 통해 김 씨에게 돈을 전달한 정황도 파악됐다.

게다가 아직 드러나지 않은 피해 농아인도 다수 있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들의 투자금에 다른 경로로 전달된 돈까지 합산하면 실제 피해규모는 경찰 발표보다 훨씬 더 클 수 있다.

피해 농아인들은 '행복팀'이 가로챈 금액을 400억원가량까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보다 많은 최대 5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의견을 내놓았다.

경찰 관계자는 "최선의 방법은 김 씨가 중형을 받은 뒤 피해자들에게 합의금을 주고 감형을 받으려고 스스로 숨겨둔 재산을 꺼내 드는 것"이라며 "피해자들을 상대로 피해금 환급 관련 민사절차를 안내하는 등 투자금을 되돌려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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