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망산 건립 전망 좋지만 시민·관광객 접근 어려워, 문화마당 이전 요구 목소리

위안부 피해자를 추모하는 통영 소녀상 위치가 '조금 애매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통영 소녀상은 2013년 민관이 돈을 모아 '정의비'란 이름으로 통영 남망산 언덕 시민문화회관 입구에 건립했다. 이곳은 소녀들이 끌려간 곳인 강구안을 볼 수 있고, 통영항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어서 전망이 좋고 상징성도 있다.

하지만 '애매하다'는 말은 현 위치의 장점은 알지만 시민들이나 관광객 처지에서는 '있기는 한데 가까이 있는 것 같지는 않고', '멀지는 않은데 좀 동떨어져 있다'는 뜻을 품고 있다.

달리 말하면 '다가가기가 쉽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조금은 애써 찾아가야 하는', 말하기가 정말 애매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위치 지적은 국민적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한·일 위안부 협상 문제, 최근 부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 통영 위안부 피해자 김복득 할머니 100세 생신 등으로 위안부 운동의 남부권 중심지가 된 통영에서는 정작 소녀상이 있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 데 따른 것이다.

지난 2013년 열린 위안부 추모를 위한 정의비 제막식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애초 시민단체는 소녀상이 소녀들이 끌려간 곳이자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각종 행사와 함께 위안부 추모 집회 등이 계속된 통영 문화의 중심지 강구안 문화마당 설치를 요청했다.

당시 통영거제위안부할머니들과함께하는시민모임 송도자 대표는 이 문제와 관련해 "문화마당은 역사적 의미가 있고 사람들이 찾아오기 쉬운 곳인데, 다른 곳이 거론될 이유가 없다"고 항변했지만 결국 현 위치로 결정됐다.

그때 통영시는 시내와 먼 원문고개나 이순신 공원, 그리고 현 위치를 적지로 거론했다. 또 문화마당 터가 마산해양수산청 소유여서 추모비 건립을 허가하면 다른 이익단체의 조형물 설치 신청이 급증하고 소녀상 같은 고정 설치물을 세우면 문화마당이 제 역할을 못 한다고 거절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소녀상은 시민단체 요구 위치인 문화마당과 직선거리 350m 지점, 걸어서 500m 정도 떨어진 현 위치에 세워졌다.

이후 12·28 한·일 위안부 합의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 합의는 국민적 반감을 불러일으켰고 생존 위안부 피해자 김복득 할머니 고향인 통영은 전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관련 저항을 시도하는 지역으로 꼽혔다.

이런 상황에서 통영 소녀상 위치가 좋기는 한데, 조금 더 시민과 가까웠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대놓고 말하기도 그렇고, 말하지 않기도 그런' 애매한 상황을 맞은 것이다.

통영 시민 ㄱ(45) 씨는 "소녀상이 애초에 예정했던 강구안 문화마당에 있었으면 아마 시민들과 관광객이 놓고 간 꽃으로 통영의 새로운 상징물이 됐을 것"이라며 "통영 소녀상은 가까이 있지만 실제로는 멀다. 문화마당으로 옮기는 것이 좋다고 본다. 통영시장이 나서면 금방 해결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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