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외국인 300명 찾았지만 지속 홍보·방문객 집계 미흡…시 "전광판 설치·관리 강화"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에는 2만 3000명 외국인(일부 유명인)의 이름이 새겨진 '상상길'이 있다. 2015년 한국관광공사에서 사업비 전액인 20억 원을 들여 조성·홍보했고 2016년부터는 창원시가 관리·운영하고 있다. 2015년 말까지는 상상길에 새겨진 자신의 이름을 확인하려 외국인 관광객 약 300명이 방문했다.

창원시가 관리·운영하게 된 올해에는 상상길에 외국인이 얼마나 찾았을까? 창동을 직접 찾아가도, 창원시에 물어도 아는 사람이 없다. 블록은 색이 바래 이름을 찾기 힘들고 드문드문 깨진 곳도 있어 일반인들의 시선을 끌기에도 역부족이다. 상상길이란 걸 모르고 오가는 시민도 많았다.

◇화려한 출발 = 한국관광공사는 매년 다른 아이템으로 한국을 알리고자 글로벌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2015년 글로벌 캠페인 사업은 메일을 통해 신청받은 외국인의 이름을 보도블록에 새겨 그 도시를 상상하고 방문하게끔 하는 '상상길 프로젝트'가 시행됐다. 전주, 대구, 부산, 창원 4개 도시가 경합했고 마산원도심의 정체성을 강조한 창원시가 최종 사업 파트너로 선정됐다.

한국관광공사도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 캠페인은 처음으로 20억 원의 사업비로 2만 3000개의 이름이 새겨진 블록을 깔고 연계 관광코스를 개발했다. SNS 이벤트를 통해 총 6팀(동반자 포함 12명)에게 무료 항공권·숙박·가이드·선물을 제공했고, '내 블록 찾기 SNS인증 이벤트'에 참여한 이들에게는 선물을 줬다. 이렇게 2015년 자신의 이름을 찾아 창원으로 온 외국인은 한국관광공사는 300명, 선물을 나눠준 창동의 한 업소에서는 250명으로 계산했다. 2015년 12월 31일까지 일이다.

한국관광공사는 2016년 새로운 글로벌 캠페인 프로젝트에 착수했고 2016년부터 창원시가 상상길 관리부터 마케팅까지 책임을 맡았다. 한국관광공사는 블록 성분, 색깔, 사이즈, 참여자 이메일 주소까지 모든 정보를 창원시에 이관했기 때문에 20억 사업비를 들이고도 이후 운영에 대해서는 보고받을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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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 마산합포구 창동 상상길. 블록은 색이 바래 이름을 찾기 어렵고 드문드문 깨진 곳도 있어 일반인 시선을 끌기에도 역부족인 모습이다. /이혜영 기자

◇희미해진 상상길 = 창원시도 상상길에 많은 애착이 있다. 지역에 전국에서는 유일한 새로운 상징물이 개발됐고 해외 박람회에서 창원을 알릴 때는 상상길을 빼놓지 않고 홍보했다. 안상수 창원시장은 상상길에 그치지 말고 연인들이 한 번쯤 찾는 '쌍쌍길'로 의미를 확장하자고 주문했고 봄에는 벚꽃, 여름에는 장미로 화려함을 더했다. 하지만, 모든 사업의 기본 자료가 될 방문객 수 집계는 없다. 이벤트에 참여한 총 30만 명의 이름이 새겨진 책자를 비치한 창동아트센터에서도 외국인이 얼마나 방문했는지, 상상길을 매개로 온 외국인인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인근 상인들은 "올해 드물게 외국인이 보이기는 하지만 블록에서 이름을 찾거나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몇몇 적극적인 상인들은 상상길을 제대로 활용할 방안을 모색해달라고 상인회나 창원시에 건의하기도 했다.

창원시 관광과 상상길 담당자는 "대만 박람회에서 사전 홍보로 상상길 이벤트에 참여한 48명이 박람회장을 찾아 선물을 받아갔고 이 중 8명이 상상길을 방문한 사람이었다. 메일을 활용해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이달 안으로 오동동문화광장에 안내소를 만들 계획이다. 안내자가 상주해 기념품 등을 나눠주면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문객 수를 확인할 수 있는 전광판도 만들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늦은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이 따른다.

2015년 '반짝' 빛나는 흐름을 이어가지 못한 보도블록은 색이 바래고 곳곳 깨진 흔적도 보인다.

한 상인은 "많은 사람이 와서 쳐다보고 관심을 뒀다면 이런 채로 있겠느냐. 상징성은 있지만 상상길을 모르는 시민에게는 일반 블록이나 매한가지"라고 지적했다. 창원시는 내달 전반적으로 블록을 보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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