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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섬에서 떠올린 낡음의 멋

[그리스 섬이 주는 힌트] (1) 있는 그대로 아름다운 풍경들
상업 잠식한 한국 명소, 치장 없는 남해바래길 있는 그대로 간직되길

이서후 기자 who@idomin.com 2016년 11월 28일 월요일

올해 초부터 <남해바래길에서 사부작>이란 기획을 연재했습니다. 바래길은 남해섬의 해안을 따라 옛 해안길과 동네 길을 이은 것입니다. '바래'는 남해섬 아낙들이 썰물 때 갯벌에서 조개 등을 캐는 일을 말합니다. 말 그대로 지역 주민의 삶을 그대로 녹여낸 길입니다.

일 년여 동안 남해섬을 거의 한 바퀴 돌았습니다. 길을 걸으며 새삼 놀란 게 있습니다. 지나는 마을에는 저마다 전해 내려온다는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돌담으로 쓰이는 성벽이, 이제는 식수로 쓰지 않는 우물이, 더는 마을 제사를 지내지 않는 당산나무가 그랬습니다. 하지만, 바래길을 걷는 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들은 제대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그저 길을 걷기에 바쁩니다. 그마저도 몇몇 잘 알려진 코스만 말이지요.

남해 평산마을에 남겨진 옛 마을회관./이서후 기자

남해바래길은 가능하면 자연 상태의 길을 그대로 연결했습니다. 구불구불 등성이를 지날 때 보이는 푸른 바다와 붉은 흙 밭의 대조, 도란도란 마을 고샅에서 만나는 낡았지만 정겨운 지붕과 담벼락이 길에 담겨 있습니다. 이런 풍경만으로도 이미 훌륭한 여행이고 관광이라고 생각합니다.

등성이 밭과 낡은 고샅을 지나는 오래된 길은 당연하게도 걷기가 불편합니다. 편의시설도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남해섬을 찾는 관광객들은 더 편하고 쾌적하고 말끔한 것을 좋아합니다. 바래길을 걷기보다는 다랭이마을 같은 유명한 관광지를 둘러보지요. 자치단체도 관광 편의시설을 개발한다며 길을 넓히고 새로 건물을 지으며 '치장'에 힘을 쏟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현대적'으로 조성된 유명한 관광지로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환경이 훼손되고 있습니다. 남해섬만 봐도 독일마을과 다랭이마을이 점점 상업적인 것에 잠식당하고 있습니다.

현재 남해군 고현면 차면리에 이순신 순국공원을 짓고 있습니다. 바로 앞 관음포에서 숨진 이순신 장군을 주제로 한 규모가 꽤 큰 공원입니다. 넓은 바닷가 평지에 보기에도 멋진 건물들이 쑥쑥 올라갑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 곁에 있는 이락사의 한적함과 첨망대로 향하는 숲 길이 더욱 감동적입니다. 제가 유별난 것일까요. 아름답고 그윽한 모습들이 사라져 가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남해 이락사에서 첨망대 가는 길./이서후 기자

지난 2012년 4월 20여 일을 꼬박 걸어 제주도 올레길을 완주한 적이 있습니다. 올레길이 한창 명성을 얻고 있을 때였지요. 추자도란 섬에 18-1코스가 있습니다. 제주항에서 배를 타고 두어 시간 들어가야 하는 곳입니다.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은 추자도 올레길에는 산길에 제법 많았는데, 중간에 억지로 길을 낸 구간이 있었습니다. 땅을 제법 파내고, 많은 나무를 잘라냈더군요. 길 주변으로 잘린 나무들이 쌓여 있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불편했습니다. 길이 없으면 안 만들면 되지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하고 말이지요. 지금은 이 길도 자연스러워졌겠지요.

요즘 들어 생태관광이니, 지속가능한 관광이란 말이 자주 들립니다. 이미 있는 것을 밀어버리고 그 위에다 새로 짓는 방식이 아니라 최대한 있는 그대로를 보존하면서 관광을 활성화하겠다는 겁니다. 관광이나 여행에 대한 새로운 감수성을 심는 것도 중요한 목적이겠습니다.

남해 다랭이마을 골목./이서후 기자

마침 기회가 닿아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진행한 '생태·문화관광의 미래 공동기획' 취재에 참여해 지난 10월 초 열흘간 그리스 섬들을 살펴보고 왔습니다. 현대 문명을 낳은 신화와 역사가 그대로 담긴 그리스의 섬들과 우리나라 현실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럼에도 몇 가지 힌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쓸 기사를 통해 이를 공유할 테니 함께 고민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신화 주인공 간직한 그리스>

-6000여 개 섬 관광산업 큰 축

그리스인들은 자기 나라를 '엘라다(hellada)' 혹은 '엘라스(hellas)'라고 부릅니다. 영어식으로 읽으면 헬라다, 헬라스가 될 건데요, 이를테면 그리스어로 '그리스'라는 말입니다.

그리스는 한국처럼 삼면이 모두 바다입니다. 남쪽으로는 지중해가 있고요. 동쪽으로 터키와 에게해를 사이에 두고 있습니다. 서쪽은 이오니아해가 있는데 건너편이 이탈리아입니다. 그리스는 이 바다 위에 6000개 이상의 섬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도 섬이 가장 많은 나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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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할배>라는 프로그램으로 한국에 유명해진 산토리니는 에게해의 섬들, 그중에서도 키클라데스 제도의 수많은 섬 중 하나일 뿐입니다. 또 <태양의 후예>라는 드라마로 역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자킨토스는 이오니아해에 있는 에프타니사 제도에 속한 섬일 뿐이지요.

그리스의 섬들은 오랫동안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관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유럽 신화의 주인공들이 태어나 성장한 곳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그리스 관광산업의 큰 축이지요. 이들 섬은 저마다 다른 전통과 문화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나하나 그 독특함을 그대로 살리면서 지금까지 왔습니다. 이런 면이야말로 수많은 관광객이 그리스 섬을 찾는 이유입니다.

그리스 산토리니섬 피라마을./그리스 공동취재단

※이 기획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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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후 기자

    • 이서후 기자
  • 문화체육부에서 문학/영화/연극/출판 등을 맡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