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상담사 교육청서 농성, 비정규직 신분에 처우 열악…처우개선직종 포함 등 요구

창원의 한 중학교에서 전문상담사로 근무 중인 강미영(가명·46) 씨는 최근 들어 업무 외에 일이 더 늘었다.

일과가 끝나면 곧장 교육청으로 달려와 피켓 시위를 해야 하고, 당번인 날에는 밤샘 농성에도 참여해야 한다.

경남 도내 전문상담사들이 '교육청은 처우 개선에 나서달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농성을 시작한 지 16일이 지났다.

이들은 매일 오전 5시부터 6시 30분까지 교육청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일과가 끝난 저녁에는 교육청 로비에서 다음 날 새벽까지 밤샘 농성을 진행 중이다.

농성에 참가 중인 강 씨는 학교와 WEE센터 등에 근무 중인 400여 명의 도내 전문상담사 가운데 한 명이다.

도내 전문상담사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16일째 경남교육청 로비에서 밤샘 농성을 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2일 농성 15일째 모습. /주찬우 기자

강 씨는 "과거에 자원봉사로 상담을 한 인연으로 전문적인 지식을 쌓아 전문상담사로 근무하고 있다"며 "전문상담사에 대한 자부심과 아이들을 대하는 열정이 아직 남아 있지만, 현실을 보면 이 일을 계속할지 망설여진다"고 했다.

그가 가진 자격증만 상담자격증, 청소년지도사, 사회복지사, 교류분석교육전문가 등 4개나 된다.

강 씨는 "그동안 맡은 임무에만 열중하며 처우 개선이나 대우에 대해서는 어떠한 요구도 하지 않다 보니 누구도 전문상담사의 고충을 알아주는 이가 없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강 씨는 기본적인 상담 업무 외에도 문서 수발, 학교 부적응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 자살예방교육, 학부모 상담자원봉사자 관리, 흡연과 성교육 프로그램, 정서·행동 '관심군' 나이스 보고까지 수많은 업무를 맡고 있다.

또 다른 전문상담사는 "새벽 3, 4시에 죽겠다고 메시지를 보내오는 학생과 살벌한 상담을 하기도 했고, 집에서 밥상을 차리다 자녀가 가출했다며 찾아달라는 학부모의 이야기에 정작 내 새끼의 밥은 챙겨주지도 못한 적도 있었다"면서 "이런 일조차 전문상담사의 사명으로 알고 그동안 묵묵히 일해 왔지만 돌아온 건 학교 비정규직 중에서도 최저의 임금뿐이었다"고 울먹였다.

학교에서 근무하지만 전문상담사에겐 방학은 없다. 쉬고 싶으면 연차를 써야 한다.

4년 차 상담사인 강 씨가 받는 월급은 4대 보험료를 제외하면 140만 원 수준이다. 여기에 급식비를 빼면 실제로 받는 금액은 130만 원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3년째 동결되다 올해 3%가 인상된 수준이다.

전문상담사들은 "2012년 전문상담사 제도 도입 시 학력, 자격 등의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고 급여도 영양사나 도서관 사서보다 높게 책정했지만, 이후 처우개선직종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임금은 동결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이들은 영양사, 사서, 교무행정원 등 처우개선직종에 포함된 이들보다 적은 수당을 받고 있다.

전국을 비교해보더라도 경남의 전문상담사 처우는 열악하다. 경북, 광주, 서울, 울산 등 9개 시·도가 전문상담사를 처우개선직종에 포함했고, 경남을 제외한 나머지 시·도는 급식비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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