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대통령 하야' 공식화…민주·국민의당 압박, 여론 주도

정의당이 혼란이 거듭 중인 최근 '최순실 정국' 속에서 두드러진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파문이 시작된 지난 10월 말부터 지금까지 야권 입장을 돌아보면 정의당 '뜻대로' 흘러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4일 마침내 더불어민주당이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을 당론으로 결정했다. 지난달 26일 정의당이 박 대통령 '하야'를 공식화했을 때만 해도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동참하리라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수권 정당과 거리가 먼, 국회 의석이 6석뿐인 소수 정당·운동권 정당이 택할 수 있는 '정치 구호'쯤으로 치부됐을 뿐이다.

이제는 민주당·국민의당은 물론이고 대다수 야권 대선주자, 심지어 새누리당 비주류 쪽에서도 '퇴진' '탄핵' 주장이 거리낌 없이 터져 나온다.

14일 박 대통령-추미애 민주당 대표 영수회담 무산과 박 대통령이 지난 8일 국회를 찾아 제안한 '국무총리 추천권' 등 정국 수습책이 반려되는 과정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의 수습책이 국민 뜻에 부합하는지 의심스럽다. 국민은 민주당에 권한을 위임한 적이 없다"(심상정 대표), "국회가 추천해 임명되는 새 총리는 '대통령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하는 국무총리'가 아니라 '대통령 권한을 넘겨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하는 국무총리'여야 한다"(노회찬 원내대표)며 좌고우면하던 두 야당을 거세게 압박한 정의당이다.

정의당 심상정(오른쪽 두 번째) 대표가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 관계자는 "두 거대 야당이 국민 뜻을 따를 수 있도록 우리 당이 선도한 셈인데 그만큼 최순실 사태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크다는 이야기 아니겠느냐"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정당 지지율 역시 상승세다. 한국갤럽 11월 둘째 주 정례 여론조사에서 6%를 얻어 4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특히 경남·부산·울산에서는 9%로 지난 4월 총선 이후 처음으로 국민의당(5%)을 꺾었다.

물론 안심하기는 이르다. 정의당 관계자는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고 특검 등이 진행되면 하야·퇴진 요구는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본다"면서도 "문제는 두 야당의 태도다. 영수회담 추진에서 나타났듯 현 정권·새누리당과 '야합'을 시도하면 정의당은 언제든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실이 그렇다. 14일 새누리당과 두 야당은 야당이 특별검사를 추천하는 내용의 특검 법안에 합의했으나 정의당은 또다시 소수정당의 비애를 절감해야 했다. 교섭단체가 아니어서 협상에 낄 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11일 독자적인 '박근혜-최순실 사건 진상규명 특검법'을 발의했던 노회찬(창원 성산) 의원은 허탈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노 의원은 여야 합의 직후 입장을 발표해 "특검 추천권을 야당에 부여했으나 야 3당 중 정의당은 제외됐다"며 "정의당은 이번 사건에서 가장 먼저 대통령의 하야와 질서 있는 퇴진 입장을 제시하며 국민 다수 정서를 대변했다. 여야 합의에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야 3당 공조 체제가 어떻게든 유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회찬 의원은 "14일 일(영수회담)로 국민 걱정이 많았지만 야 3당 공조가 더욱 탄탄해지는 전화위복 계기가 되리라 확신한다"며 "이제 100만 촛불 민심이 주장하는 대통령 즉각 퇴진은 야 3당의 공동 목표가 됐다. 야 3당은 흔들리지 않는, 더 굳건한 연대를 국민에게 보여드리고 퇴진의 구체적 실현 방도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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