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거국 내각 등 수용했지만 '거대한 시나리오' 또 다른 의혹…야권 "명명백백 진상 규명부터"

사면초가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수습을 위해 온갖 방책을 내놓고 있지만 말 그대로 '백약이 무효'다.

박근혜 대통령 최측근 참모 교체와 특별검사 추진, 거국중립내각 구성 등 외형적으로는 야권 또는 야권 일각이 주장해온 요구가 대부분 수용됐지만 최근 최순실 씨를 비롯한 사건 관련자들이 일사불란하게 대응에 나서고 검찰 수사가 늦어지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한 편의 거대한 시나리오로 움직이는 것 아닌가"(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 "범여권이 최악의 상황은 피하고자 적극 수습에 나선 모양새이나 은폐와 파장 축소에 맞춰졌다"(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또 다른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예의 불만을 표출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31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거국중립내각은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 등이 먼저 제안한 것이다. 야당은 새누리당이 수용하니까 바로 걷어차는 딴죽걸기,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야당이 원하는 게 무엇이냐. 끊임없이 국정을 혼란스럽게 하고, 대통령을 끌어내려서 하야·탄핵정국으로 몰고 가고, 대한민국을 헌정·국정 중단, 아노미 상태로 만들겠다는 것이냐"고 따졌다.

▲ <가로막은 입>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가 31일 오후 벙거지 모자를 쓰고 검은 뿔테 안경에 한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이날 최 씨는 "국민 여러분 용서해 주십시오. 죄송합니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라는 말을 남겼지만 국민의 반응은 추운 날씨만큼 싸늘했다. /연합뉴스

아닌 게 아니라 그간 신중하던 야당, 특히 민주당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민주당은 국민의 분노를 담으면서도 국가가 더 큰 혼란으로 가지 않도록 할 것이며 정의당처럼 탄핵·하야 촉구를 할 생각이 없다"(우상호 원내대표)는 입장이었지만 이날 의원총회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대통령 하야·탄핵이 거침없이 외쳐진 것이다.

이상민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해야 한다. 우리가 국회를 포기하자는 얘기는 아니지만, 이미 대통령으로서 국정을 끌고 갈 리더십이 무너지지 않았나"라고 했고 김종민 의원도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에게 전권을 이양토록 요구하고서 이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탄핵 또는 하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당론으로 하야를 촉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거나 시기가 아니다. 거국내각 구성을 위한 1000만 명 서명운동을 해야 한다"(민병두 의원)는 이견도 적지 않았다.

야권의 현 기조를 요약하면 결국 '선 진상 규명'이다. 진실이 낱낱이 밝혀지거나 최소한 청와대·새누리가 그런 의지를 드러내야 거국내각이니 인적 쇄신이니 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는 이야기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진상 규명이 선행되지 않은 거국내각은 국면전환용 허수아비에 불과하다"며 "국권을 사교(邪敎)에 봉헌하도록 방조하고 울타리를 쳐준 공범 집단이자 국민에 석고대죄해야 할 집단(새누리당)이 거국내각을 입에 올리면서 야당 인사를 마음대로 징발해 발표한다고 한다. '먼저 나부터 조사해달라'는 박 대통령의 소신 없이는 국면 타개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나마 새누리당에 희망의 빛이 있다면 민주당-국민의당이 약간의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박 대통령과 여야 3당 대표 회담을 전격 제안해 이목을 끌었다. 박 대통령 '선 탈당'이라는 전제조건이 붙긴 했지만, 박 대통령과 '함께' 정치 현안을 풀자는 건 여권에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은 “때가 되면 봐야겠지만 지금은 아닌 것 같다. 혐의자(박 대통령)와 만나서 뭐하는가”(우상호 원내대표)라고 국민의당 제안에 발끈했다.

특검 임명 주체를 놓고 결렬됐던 특검 협상이 재개된 것 역시 새누리당으로선 다행이다. 민주당은 이날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하는 새누리당의 상설 특검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으며 국민과 야당이 주도하는 별도 특검, 특별법에 따른 특검을 진행하기 위한 협상을 다시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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