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 참가하는 퀴즈대회 통해 '시 이해·독서 생활화'자연스레 유도…미리 공지된 책 읽고 단체전·개인전 출전

Q1. 소설 <테오도루 24번지>에서 민수와 아빠가 크레타섬에 간 이유는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서다. ○일까요,×일까요?

Q2. 기형도 시인의 <빈집>에서 아무것도 없는 절망적인 공간이자, 화자가 갇힌 폐쇄적 공간으로 '사랑을 잃은 화자의 공허한 마음'을 나타내는 이 시어는 무엇일까요?

Q3. <쓸모없어도 괜찮아>의 샘물이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 졸졸 흘러다니다 만난 처음 대상은 누구인가요?

첫 번째 퀴즈의 정답은 X. 두 번째 퀴즈는 시 제목과 같은 '빈집'이 정답이다. 세 번째 문제는 '약수'가 정답이다. 평소 일반상식에는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해온 기자가 보기에도 쉽게 풀기 어려운 문제였다. 하지만, 마산제일여중 학생들은 익숙한 문제인 양 답을 술술 적어나갔다. 비록 4번째 문제에서 대거 탈락자가 나오긴 했지만, 학생들의 문제풀이 실력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지난 14일 마산제일여중 강당에서 열린 '독서 도전골든벨' 행사 풍경이다. 제일여중은 지난해부터 학생들의 책읽기를 활성화하고자 독서 골든벨 행사를 해오고 있다.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은 '독서 도전골든벨' 현장을 직접 찾았다.

▲ 지난 14일 마산제일여중 강당에서 열린 '독서 도전골든벨' 행사 풍경. 응원전·장기자랑과 교사들이 참가하는 패자부활전 게임도 흥미롭다./주찬우 기자

행사 제목에서 알 수 있는 '독서 도전골든벨'은 TV프로그램 <도전 골든벨> 포맷을 살짝 빌린 형식이다. 국어를 담당하는 강미애 교사의 제안으로 시작한 이 행사는 학생들이 여름방학 기간 읽은 책과 수업시간에 암송한 시 중에서 문제를 내 최후의 1인을 가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제일여중은 책에 관해서는 일가견이 있는 학교다. 제일여중은 학교특성화 사업으로 '책 읽는 경남'에 맞는 다양한 독서활동을 진행해오고 있다. 2013년에는 새롭게 도서관을 단장했고, 학급문고도 활성화해 학생들이 어느 때다 손쉽게 책을 읽는 습관을 가지도록 지도하고 있다. 또, 연말에는 시 암송 경시대회를 개최해 수상 학생들을 데리고 문학 기행을 다녀오고, 기행문집을 발간하는 것도 제일여중만의 이색적인 풍경이다.

▲ 지난 14일 마산제일여중 강당에서 열린 '독서 도전골든벨' 행사 풍경./주찬우 기자

이번 독서골든벨 문제는 여름방학 과제로 제시했던 <꼰대 아빠와 등골브레이커의 브랜드 썰전>, <소년이여, 요리하라>, <수상한 진흙>, <쓸모없어도 괜찮아>, <테오도루 24번지> 등 5권의 책과 윤동주 '서시', 김수영 '풀', 김춘수 '꽃', 기형도 '빈집', 정호승 '또 기다리는 편지', 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이육사 '절정', 도종환 '담쟁이', 황동규 '즐거운 편지' 등에서 출제됐다.

'독서 골든벨'이라고 해 소위 공부 잘하는 학생만 출전하는 게 아니다. 이날 행사에는 제일여중 전교생이 참가했다. 반별로 5명을 뽑아 3개 학년 21개 반에서 총 105명이 골든벨에 출전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 퀴즈에 반을 대표해 나선다. 또, 모든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고자 골든벨에 출전하는 학생을 제외한 나머지 학생들은 미리 공지한 책 5권과 시 15편을 8개 조로 나누어 예상문제를 출제해 반별 대표선수를 응원하도록 유도했다. ○× 퀴즈는 최종 50명이 남을 때까지 진행해 반별로 점수를 매겼다.

단체전 ○× 퀴즈가 끝나고 본 행사인 독서골든벨이 시작되자, 강당의 열기는 대단했다. 골든벨에 참가한 학생들은 문제에 집중했고, 나머지 학생들은 반별 대표로 출전한 학생들을 위해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일부 학생들은 응원 도구를 만들어오는 등의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골든벨 중간에는 장기자랑도 진행돼 학생들의 끼를 발산할 기회도 제공됐고, 담임 선생님의 가위바위보로 패자부활전 희비가 엇갈리기도 했다.

▲ 지난 14일 마산제일여중 강당에서 열린 '독서 도전골든벨' 행사 풍경./주찬우 기자

이날 ○× 퀴즈와 독서 도전골든벨 성적을 합한 단체전에서는 3학년 2반이 우승해 7만 원의 문화상품권을 선물로 받았다. 3학년 6반과 1학년 2반이 문화상품권 5만 원을 받는 금상을, 2학년 3반과 2학년 5반, 1학년 3반이 은상, 3학년 1반, 3학년 5반, 2학년 7반이 각각 동상을 받았다.

치열한 경합 속에 열린 독서 도전골든벨에서는 1학년 학생이 3학년 선배를 누르고 골든벨을 울리는 이변이 연출됐다. 제일여중 1학년 이동해 학생은 마지막 문제였던 <꼰대아빠와 등골브레이커의 브랜드 썰전>에 나오는 '초두효과' 용어 문제에서 박예린(3학년) 학생을 누르고 최후의 1인에 등극했다.

이동해 학생은 "독서골든벨을 준비하면서 책을 더 깊이 읽은 게 많은 도움이 됐다. 더불어, 시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 지난 14일 마산제일여중 강당에서 열린 '독서 도전골든벨' 행사 풍경./주찬우 기자

이번 행사를 기획한 강미애 교사는 "학교 특색사업인 시 외우기와 독서의 생활화를 위해 독서골든벨 행사를 준비했는데, 학생들의 반응이 매우 좋았다"면서 "이번 행사의 캐치프레이즈를 '시랑 놀고, 책이랑 나누고'로 정했는데, 앞으로도 책을 통해 활기찬 수업 분위기 조성은 물론 학생들의 학습 의욕 고취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마산제일여중 심희자 교장도 "중학생 선정도서에서 모든 문제가 출제돼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권장도서를 읽는 습관을 가지게 됐다"면서 "이 행사는 책 읽는 학교를 표방하는 제일여중의 특색 있는 행사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 14일 마산제일여중 강당에서 열린 '독서 도전골든벨' 행사 풍경./주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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