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사과나무'가 기념식수 역할을 하지 못한 채 결국 뽑혔다. '채무제로 달성'을 기념하며 경남도청 정문 쪽에 심은 지 5개월여 만이다. 해프닝만으로 넘기기엔 텁텁한 뒷맛이 크다.

홍준표 지사는 '주민소환 허위서명 측근 연루' '성완종 관련 재판'을 받으면서 '대도민 사과' 압박을 받았었다. 이를 외면한 채 지난 6월 '채무제로 달성' 잔치를 열었다. 역설적으로 기념식수로 택한 것이 하필 '사과나무'였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해도 나는 오늘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명언과 연결해 '미래 세대에 빚이 아닌 희망을 물려주겠다'는 의미를 담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과나무는 두 달여 만에 죽어갔고, 열매 한번 맺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한 지인은 "사과나무가 욕을 많이 먹어 시름시름 앓은 것 아니냐"며 애처로운 마음을 드러냈다. 홍 지사를 대신해 욕받이 역할까지 해야 했으니, 가볍게 들리지만은 않는다. 한편으로 '홍 지사 독선적인 행정 스타일이 반영된 결과'라는 말도 나온다.

남석형 기자.jpg

애초 나무전문가들은 "기념식수로 사과나무를 택한 것 자체가 상식에 맞지 않다"는 지적을 했다. 사과나무는 일교차 심한 내륙지방에서 자라는데 도청 앞은 이와 맞지 않고, 수명도 짧아 영속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홍 지사 주변 전문가들도 이를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에 대체한 기념식수는 '주목'이다. 이 또한 홍 지사가 선택했다고 하는데, 자생지가 고산지대라고 한다.

홍 지사가 사과나무를 심을 당시 했던 말이다. "후임 도지사가 누구든 이 나무를 뽑지 않고는 빚을 못 내게 하겠다는 뜻이다. 설마 기념식수를 뽑는 사람이야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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