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마이스산업, 지금이 기회다] (8) 경남 마이스산업의 미래

마이스산업은 다양한 산업군이 연계된 융복합산업이기 때문에 명확한 문제점과 대안을 짚어낸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 다만, 마이스산업이 신성장산업으로 국내외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는 대외적 여건을 고려하면 경남은 아직 마이스산업에 대한 종합적인 비전, 인식이 부족하다는 게 마이스업계 종사자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현장에서 마이스산업을 이끄는 황희곤 한림대학교 컨벤션학과 교수, 창원컨벤션센터 이성일 부단장, 김태영 경남발전연구원 박사, 김호곤 경남마이스관광포럼 이사와 대담을 통해 경남 마이스산업의 미래를 진단해봤다.

통영 국제음악당, 산청 동의보감촌, 하동 최참판댁, 창녕 우포늪 등 매력적인 유니크베뉴(Unique Venue)가 지역별로 산재해 있지만 컨트롤타워 부재로 18개 시군이 이를 마이스산업으로 연결짓지 못하는 데 대한 아쉬움이 가장 많이 언급됐다. 대안으로는 민관학 협의회가 구성돼 마이스산업을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가장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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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경남도민일보 경제부 이혜영(맨 오른쪽) 기자가 본사 5층 회의실에서 현장에서 마이스산업을 이끄는 전문가 네 명과 함께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경남 마이스산업의 문제점을 하나씩 꼽자면.

△황희곤 = 경남은 기계, 조선 등 기반 산업에 포지션이 맞춰져 있어 서비스, 마이스산업의 정책 우선순위가 떨어지고 절박함도 부족하다. 마이스를 통해 기존 산업을 부흥시킨다는 마인드가 거의 없고, 마이스산업에 대한 인식 자체가 국내 타지자체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 광역단체가 아닌 여수, 순천, 청송, 수원, 고양 등 기초단체들도 마이스산업에 집중하는 추세다.

세코 출자, 운영뿐만 아니라 마이스산업 정책 수행에서 경남도와 창원시간 갈등 문제도 산업 발전 문제의 걸림돌로 해석된다.

△이성일 = CECO 중심으로 이야기하겠다. 2005년 9월 CECO 개관 당시에는 국내에서 마이스산업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었던 시기이며 마이스산업이 주요산업분야로 부상한 것은 2009년 정부가 마이스산업을 17대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지정하면서부터다. CECO를 둘러싼 전시컨벤션 관련 기업을 봐도 우리 지역의 마이스산업은 걸음마 단계다. 정책적으로 커다란 비전을 그릴 수 있는 분위기 정도가 현 단계인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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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곤 한림대 교수

△김태영 = 이미 경남에는 핵심산업을 육성하고자 산업별로 포럼, 국제회의 등을 유치하고 창원컨벤션센터, 진주종합경기장 등 다양한 공간에서 산업전시회를 개최하며 외국인 단체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각각을 마이스산업 정책으로 소개하고 홍보하지는 않고 있으며 지금까지 추진하던 것이 마이스산업이라는 인식도 미흡하다. 각각의 영역에서 분리되어 추진되는 정책이 서로 연계되어야만 경남 마이스산업의 발전을 가속화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마이스산업의 발전은 도시 규모와 상당한 연관성을 가진다. 경남에는 18개 기초자치단체가 있지만 창원시가 도시나 산업규모 등이 상대적으로 컸고 정책적으로 관심이 높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경남 마이스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이제는 경남 18개 시군 전체를 연계하는 마이스 정책수립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김호곤 = 마이스업계 공통적인 의견을 들어보면 가장 큰 문제점은 컨트롤 타워의 부재다. 컨트롤 타워는 행정이라고 볼 수 있는데 세계적으로 좋은 사례들은 마이스 컨벤션 파트가 나라별로 행정이라는 힘과 민간의 전문 지식이 만나 공동 주최하거나 협업이 잘돼야지만 성과가 나왔다. 독일은 전시회를 통한 수출이 전체 수출의 40%를 웃돈다. 중소기업이 판로 개척하는 툴 중에 가장 저렴하고 매력적인 것이 전시회다. 민간 주최자만의 능력 문제도 아니고, 베뉴(전시장·호텔·체육관 등 MICE 시설) 중 하나에 불과한 CECO만의 문제도 아니다. 민간과 베뉴에 의지하는 행정의 소극적인 자세가 가장 문제라고 생각된다.

-마이스산업으로 경남 조선·제조업 위기 극복 가능한가.

△황희곤 =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예를 들면 독일 메르켈 총리는 제조업 혁신전략 Industry4.0을 작년 하노마 메세 산업박람회에서 첫 공식 선언했다. 또 하나 예는 우리처럼 조선업 위기인 중국 사례다. 최근 광둥성과 중앙 정부는 이전에 없던 조선관련 전시회를 만들어 해변 주요 도시에서 열었다. 걱정만 하는 한국과 다르다. 이 외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도 전시회를 포함한 마이스산업이 조선·제조업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툴이 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전시·컨벤션은 마켓플레이스 역할을 한다.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상황을 타개하고자 판을 펼쳐줘야 기회가 생긴다.

△이성일 = 반반이다. 조선해양산업전을 볼 때 산업(시장)이 있어야 전시회가 되는지, 아니면 전시회가 산업을 이끌고 가는 것인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전시주최자로서는 시장성이 부족하다 할 것이고, 조선산업은 전시회를 통해 미래 비전을 먼저 보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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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일 CECO부단장

전시산업에서 돌파구를 찾자면, 소규모 전시장인 CECO는 규모의 경쟁으로 조선해양분야 전시회를 이끌어가는 데 한계가 있다. 최근 창원시에서 강조하는 ICT, IoT 등 첨단 기술 분야와 조선분야를 접목시켜 고도화할 수 있는 지식, 정보, 기술 중심의 전시회와 콘퍼런스를 우리 지역에서 개발해야 한다.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한다면 완전한 대안이 되지는 않겠지만 전통적인 산업들의 경쟁력을 서포트 할 수 있는 역할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김태영 =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마이스산업은 어려운 조선업의 현황과 대안을 논의하는 컨벤션으로서, 조선업 관련 기자재를 세일즈하는 판매장으로서의 전시가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관광적인 측면에서 마이스산업은 조선업의 위축으로 침체한 경기를 보완하는 역할이 가능할 것이다. 예를 들어 거제시 산업 비율이 조선 80%, 관광 20%였다고 가정해보자. 조선업 위기로 그 비중이 60%로 낮아진다 하더라도 마이스산업으로 관광 비중을 40%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거제 조선 기반을 중심으로 한 컨벤션, 전시 참여자의 지역관광 연계, 인센티브 관광객의 유치 등을 통해 지역 상권을 활성화 시킬 수 있다고 본다.

△김호곤 = 마이스산업은 명분이 중요하다. 각 국가 히트 전시회를 보면 지역 스토리나 명분을 디딤돌로 성장하기 시작한다. 경남에서 손꼽는 전시회인 기계전은 경남에서 400부스 규모로 개최되지만 킨텍스에서는 2400부스로 6배 규모로 열린다. 업체 입장에서는 어떤 전시회에 참여하고자 하겠는가. 컨벤션센터가 작아서 어쩔 수 없는 문제가 아니다. 기계산업진흥회가 과거 운동장에서 열었던 기계전이 오랜 역사와 이야기를 가지고 있음에도 브랜드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전시장 인근뿐만 아니라 운동장을 다 합쳐 창원에서 2000부스 이상의 규모로 꾸준히 키워냈다면 국내를 대표적인 기계 전시회, 도시 브랜드화에 따른 새로운 성장 동력이 창출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공공의 이익과 장기적인 도시 브랜드전략 측면에서 주관사에 일임해온 행정에서 좀 더 심도 있게 협업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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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영 경발연 박사

-경남이 전시·컨벤션 관련 주목해야 할 주요 산업은?

△황희곤 = 경남에는 조선해양플랜트, 지능형기계시스템산업, 항공우주산업, 첨단나노융합산업, 기계융합소재산업 등 5대 핵심전략산업이 있다. 이를 단순 토대로 하기에는 너무 광범위하다. 어떤 산업에 집중하는 규모의 전시회보다 수직적으로 심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킨텍스가 개발한 '접착제 전시회'는 송도컨벤션센터에서 성공리에 개최되고 있다. 배에도 엄청난 부속이 들어간다. 엔진은 물론 소재, 볼트, 풍향계, 철강 등 범위를 세분화, 전문화, 집중화해야 한다. 기존 아이템이라도 심화하거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가야 한다.

△이성일 = CECO사례로 설명하겠다. CECO는 2년 전부터 3D프린팅관련 전시회 개최를 위해 북미의 Inside와 유럽의 TCT를 계속 접촉해왔다. 작년부터 TCT show를 주최하고 있는 Rapid news communicationn group이라는 산업전문언론사(영국 버밍엄에서 주최)와 1년여 정도 시장 조사와 공동 개최를 검토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3D프린팅 시장 수준은 선진 해외 기업의 기술과 제품을 유통하거나 플라스틱 소재를 이용한 제조 등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산업전문 전시회를 개최하기에는 어려운 여건이라고 판단했다. 최근 방향을 전환했다. 우리의 탄탄한 제조기반과 첨단기술이 융합된다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판단해 3D 프린팅의 앞선 지식, 기술, 정보를 지역 내 제조·조선 업체에 알리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김태영 = 경남의 역량이 집중되고 성장성이 있는 산업에서 답을 찾았으면 한다. 경남에는 5개 핵심산업을 추진하며 세미나, 전시회도 개최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항노화산업은 서부경남 균형발전과 성장동력 육성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데 항노화가 상당히 많은 산업과 연관성이 있다. 항노화산업이 시너지 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경남의 축제를 주목해야 한다. 최근 축제가 산업화되는 추세이고 축제에서 선보이는 특산품들은 지역의 주력 산업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경우가 많다. 산청 약초, 함양 산양삼, 남해 마늘을 예로 들 수 있다. 행사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미팅, 컨벤션, 전시 등 마이스산업과 상당부문 유사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다만, 우리는 축제를 마이스산업으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결국, 공간의 확장이다. 지역특화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시군들의 특성을 연계시킨다면 보다 다양하고 매력적인 경남의 차별적 마이스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고 본다.

△김호곤 = 마이스로 키워내야 하는 산업은 첫 번째로 관광 산업과 항노화다. 관련 산업이 성장하기 전 단계에서부터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 역사와 스토리를 쌓아가고 명분과 트랜드를 창출하면서부터 관련 산업과 마이스산업이 동반 상승한다. 모든 근간 산업은 마이스가 접목되면 관광상품이 될 수 있다. 경남의 항노화산업은 아직 성장 전단계이나 성장을 위한 장기적인 투자와 관련기관들의 협조가 필요하다. 하지만, 관련 전시회를 경남에서 개최할 예정이지만 20~30개 관련 기관들은 관심이 별로 없다. 아직 전시회도 걸음마 단계이다 보니 효과가 작을 듯하여 관심 밖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산업과 마이스가 같이 성장하도록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의기투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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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곤 경남마이스 관광포럼 이사

-앞으로 경남 마이스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황희곤 = 정부 방향도 그렇고 이제는 마이스산업이 질적인 성장을 추구할 때가 됐다. 인바운드 관광객이 곧 2000만 돌파할 예정이지만 인천시에서도 실속이 없다는 반성이 나오고 있다. 참관객 수, 고객 만족도 등 단순히 머리 숫자가 아니라 숙박 일수, 지출액 등으로 질적 성장을 따져봐야 할 때다. 동남아 국가들이 단순 관광의 한계를 인식하고 마이스산업 중심으로 돌아간다. △이성일 = CECO 관계자로서 내부적인 방향과 외부적인 방향으로 고민해봤다. 내부적으로는 지역의 경쟁력 있는 산업들을 지식, 정보, 기술 면에서 서포트 해줄 수 있는 아이템을 기획개발할 계획이다. 외부적으로는 행정, 학계, 연구원 등의 도움이 많이 필요한 부분이다. 경남은 10년 정도 마이스를 경험해 봤다. 하지만, 업계 실태, 수급조사 등 현실적인 통계는 부족하다. 실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20년, 30년 뒤의 정책 비전을 제안 할 수 있다. 비젼이 나오면 이를 위한 법이나 제도 정비도 이뤄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바이어 유치 분야는 고도의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요구하는 분야다. 내실있는 유효한 진성 바이어의 유치를 위해서는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바이어유치 전담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김태영 = 대형이벤트 유치를 통해 지역의 어려운 상황을 타개한 사례가 많다. 대장경 세계문화축전이 그 예인데, 행사가 성공적으로 치러짐에 따라 해인사 집단시설지구 상권이 다시 활기를 찾게 됐다. 마이스산업의 경제적 파급 효과 수치가 다소 피부에 와 닿지 않을 수도 있지만 컨벤션, 전시회 개최는 주변 상권 활성화에 분명한 영향을 미친다. 앞으로 마이스산업의 파급 효과에 대해 빅데이터 분석 등을 통한 통계화 작업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경남 마이스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 그 해답은 18개 시군의 특색있는 인프라, 콘텐츠의 연계에서 비롯될 수 있다. 특히 기계융합, 항공우주, 첨단나노융합, 조선해양플랜드, 항노화 등 5대 핵심산업은 이미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마이스산업으로서의 비전을 공유한다면 경남 마이스산업의 차별적 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김호곤 = 행정, 전문가, 학계가 머리 맞대고 앉아서 격식없이 떠들고 아이템을 논의하는 자리가 필요하다. 융복합산업인 마이스산업은 다른 분야보다 생소하고 많은 공부가 필요한 분야다. 행정 담당자의 잦은 인사로 담당자마다 실행력 없이 공부만 하다가 이동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민·관·학 토론회을 정기적으로 열고 교육 기회를 늘려야 한다.

마이스산업은 공익성, 사회적 파급효과가 크다. 공익이란 단어가 들어가면 행정이랑 반드시 협업을 해야 한다. 행정력을 발휘해 바이어를 물색해 동반하는 게 올바른 공익을 위한 일이 된다. 민간이 오로지 공익적으로 움직이기 어렵다. 행정이 같이 움직여서 마이스산업으로 인한 사회적 영향에 힘을 모아 이바지했으면 좋겠다.

※이 기획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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