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장님]합천군 대양면 오산마을 조동지 이장

오산마을은 합천군 대양면 소재지에서 1011호 지방도 '아홉사리재'를 넘어 백암리를 지나면 나타난다. 의령군 봉수면과 접하고 있는 마을이다. 옛날 초계군 백암면 지역으로서 오미 또는 오산이라 불려왔다. 1914년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오서동을 병합, 오산리라 해 합천군 대양면에 편입됐다.

한때는 한지(문종이)의 주 생산지로서 농가 소득에 큰 몫을 차지했으나 정보통신산업의 급격한 발달에 따라 한지 수요가 현저히 감소해 한지 제조장치가 폐쇄되고 생산의 재료인 닥나무 또한 소멸하면서 생산이 중단된 지 오래됐다.

합천군 대양면 오산마을 조동지 이장.

현재 오산리는 오서골과 샛터 2개의 자연마을로 형성돼 54가구 80여 명이 살고 있다.

오산마을 조동지 이장은 1948년 이곳 오산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한 번도 외지로 나가본 적 없는 순수한 토박이다.

조 이장이 고향에 머물게 된 것은 부친의 농사일과 한지 제조공장 일을 돕다가 부친이 노환으로 갑자기 별세하자 다른 일에 눈 돌릴 겨를도 없이 부친이 하던 모든 일을 이어받고 눌러앉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실은 그땐 초라한 시골 마을이었지만 소득이 꽤 괜찮았다면서 호탕하게 웃기도 했다.

그는 현재 아내와 둘이 오산마을에서 살고 있으며 자녀는 도시에 나가 모두 결혼을 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자주 찾아주고 있다며 행복해했다.

토박이인 그의 경력은 화려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시골 평범한 이력의 소유자는 아닌 것 같다. 수년간 새마을지도자, 두 번의 마을 이장을 거쳐 현재는 대양면 이장단 회장, 합천군 자연보호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제18회 경남도지사기 자연보호 경진대회가 열린 김해시에 시·군 20개 팀 1200여 명이 참가해 참여 인원, 복장, 쓰레기 수거활동, 모범사례 발표 등 경연을 벌였는데 합천군 자연보호협의회가 1위로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는 2004년부터 8년간 이장으로 재직하다가 가정과 농사일을 소홀히 한 감이 있어 2011년에 이장직을 내려놓았으나 후임자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만두자 평소 타고난 성실함과 부지런함을 인정한 주민들의 권유에 거절하지 못하고 2013년부터 이장을 다시 맡았다. 현재는 대양면 16개 마을 이장단 회장에 선임돼 이장단을 이끌면서 행정과 주민들의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조 이장은 오산마을의 기초 인프라가 미비한 점을 감안해 세심한 사업 구상을 담아 지난해 12월 새뜰마을사업 공모지로 신청했다. 2016년 농어촌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인 '새뜰마을사업'에 선정돼 지난 7월 주민설명회 개최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사업에 들어갔다. 올해부터 2018년까지 총사업비 16억 2900만 원이 투입된다.

그는 또 마을 문화복지사업 유치도 적극적으로 펼쳐왔다.

성인문해교실을 운영해 문해 학습은 물론, 시낭송, 가요 제창 등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지난 7월 합천예술제 일해공원 야외무대에서 손택수 시인과 함께하는 문학특강이 열렸을 때 '성인문해 오산마을교실' 최향자 학습생이 초청받아 이주홍 시인의 '엄마의 품'을 낭송해 화제가 됐고, 백쌍순 학습생은 '2016 성인문해 시화전'에서 '꿈의 작품'으로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조 이장은 이번 새뜰마을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앞으로 오산마을의 취약한 생활여건과 환경을 적극적으로 개선해 주민 삶의 질을 한 차원 높이는 데 전심전력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지금이 마을 형성 이래 최대 전환점을 맞고 있다고도 했다.

조 이장은 "이 같은 현장 활동이 주민 생활에 좋은 영향을 미치게 돼 마을의 변화를 이끌고 주민 단합과 화합이 마을의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신념으로 이장직을 놓는 그날까지 맡은 바 소임에 전념할 것이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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