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마이스산업, 지금이 기회다] (3) 부산 마이스산업

부산은 바다를 비롯한 빼어난 자연경관에다가 한국 제2의 메트로폴리스라는 세련된 도시 분위기를 더하며 일찌감치 관광산업이 활성화된 곳이다. 관광산업이 발달해 있으니 부산에서 마이스산업까지 활성화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할지 모르지만 어떤 일에서도 당연한 것은 없다. 경남 역시 천혜의 자연경관과 부산에 못지않은 역사와 그에 담긴 이야기들을 지니고 있지만 이를 활용해 관광과 마이스산업을 기존 산업을 대체할 만한 정도로 성장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부산은 마이스산업을 어떻게 성장시키고 있을까? 부산 역시 제조업이 강세인 지역이었다. 부산은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의류, 섬유, 신발, 철강, 조선산업 발달로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공업 용지 부족으로 공장들이 부산 도심에서 인근 양산·창원·김해로 빠져나갔다. 부산 하면 '나이키'와 '프로스펙스'가 떠올랐던 신발 산업은 인건비 상승으로 동남아시아로 공장들이 대거 옮겨가고 몇몇 업체만 남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제조업 공동화에 따른 위기감은 부산시가 해운대와 광안리에 기대 관광산업 육성에 집중한 이유이기도 했다. 호텔·쇼핑센터 건립, 관광지 개발로 관광산업 중심지로서의 매력을 높여나간 노력은 마이스산업이 국내 다른 지역보다 빨리 성장하는 바탕이 됐다.

지난 6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16 부산국제모터쇼. /경남도민일보 DB

부산 벡스코(BEXCO·부산전시컨벤션센터)는 창원컨벤션센터(CECO)보다 10년 앞선 1995년 부산국제종합전시장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다. 전시·컨벤션산업 불모지였던 부산에서 옛 수영비행장 터에 전시컨벤션센터를 건립하기까지 우려와 반대 목소리도 높았다. 2001년 5월 벡스코 본관 시설을 준공하고 이듬해인 2002년 있었던 한일 월드컵 조 추첨 행사를 개최했다. 이 행사는 부산을 단박에 국제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후 2003년 ICCA(국제컨벤션협회)총회, 2005년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등 굵직한 국제회의를 성공적으로 유치하고 마무리하면서 부산의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여왔다.

규모도 제법 갖췄다. 부산전시컨벤션센터와 오디토리움(관객석)은 국내 두 번째로 크다. 부산 전역의 모두 5만 5000개에 이르는 호텔 객실과 웬만한 규모를 갖춘 컨벤션센터는 굵직한 국제회의 유치에 적합한 조건이다. 잘 갖춘 숙박시설, 규모 있는 컨벤션시설로 마이스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다. 제조업이라는 기존 부산의 강세 산업 위기로 맞을 수 있었던 지역경제 위기를 마이스산업이라는 신산업 육성·성장으로 잘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남의 한 마이스산업 관계자는 "마이스산업 활성화를 위해 호텔부터 먼저 지어야 한다는 논리는 빈약하다. 부산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그들이 지닌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경남에 관광 수요가 많았다면 호텔 등 관련 인프라가 발달했겠지만 그렇지 않지 않은가? 지금부터라도 도내 관광지 개발과 활성화 정책을 우선 펴야 한다. 관광지로서 매력을 높이는 한편, 마이스산업 성장 연계 전략을 세워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벡스코의 자체적인 산업 전시 개발과 부산관광공사의 내·외부 인적 자원, 관련 산업 종사자의 전문성이 더해져 2012년에 902건 수준이던 벡스코 행사는 2015년 1162건에 이른다. 전시회 유치 건수는 103건, 회의유치는 868건, 이벤트는 191건이다. 주목할 점은 국제회의 유치건수가 90건에 달한다는 것이다.

부산관광공사 장태순 마이스본부장은 "컨벤션은 근본적으로 '도시 브랜드' 사업이다. 예를 들면 서울은 대한민국 수도로, 인천은 한국 최대 공항 도시로, 부산은 한국 최대 항구도시이자 영화 도시로 자리매김해 있다. 경남이라면 곧바로 떠오르는 지역 브랜드나 이미지가 뭐가 있는가? 마이스산업이 성장하려면 경남을 알리는 대표 브랜드나 이미지부터 갖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경남은 그동안 주력산업인 조선·기계산업 등 제조업만 강조하면서 관광산업은 늘 뒷순위였다. 찾고 싶은 경남이 되려면 사람을 끌어들일 게 뭐가 있을지부터 고민하는 태도가 절실하다. 지역 내 전시·컨벤션 주최자 육성 등은 그다음에 고민해야 할 만큼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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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과 부산 차이는>

1. 도시 위상 부산은 2013년 UIA(국제협회연합) 기준 국제회의 개최도시 아시아 4위, 세계 9위를 기록하며 세계 10위 권 안으로 안착했다. 같은 해 세계 급성장 국제회의 도시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경남, 특히 컨벤션센터가 있는 창원은 관련 자료를 찾을 수 없다.

2. 규모 국내 두 번째 크기의 전시컨벤션센터인 부산 벡스코(BEXCO·부산전시컨벤션센터)는 전체 면적 4만 6458㎡의 전문 전시장과 7200여 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국제회의장, 최대 4002석의 오디토리움을 갖췄다. 현재 진행 중인 창원컨벤션센터(세코·CECO) 증축 공사를 마무리하면 전시장과 회의실 규모도 늘어나 2000명 이상의 국제 행사를 열 수 있게 된다.

3. 인재 육성 부산에는 부산대 등 마이스 관련 학과를 설치한 대학이 5곳이다. 이들은 각종 국제회의 개최 때 현장에 투입돼 '찾아가는 MICE 안내소' 등을 운영하며 실무 경험을 쌓고 있다. 경남에는 관련 학과를 설치한 대학이 전혀 없고 관광학부 전공과목과 사단법인 경남컨벤션뷰로의 마이스 루키 사업을 연계하고 있는 수준이다.

<부산 대표 전시회는>

부산 국제 모터쇼(Busan International Motor Show)는 2001년 부산시 주최로 벡스코(BEXCO),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주관해 처음 열렸다. 부산과 울산, 경남(창원) 등 동남권은 완성차 업체와 자동차 부품 제조사가 밀집된 지역으로 산업적인 특성을 활용해 국내 자동차 산업 활성화와 수출 진작을 목표로 열리고 있다. 2012년부터 110만 명 이상 관람객이 찾으며 부산을 대표하는 전시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부산국제조선해양대제전(마린위크)은 독일 SMM, 중국 Marine Tech, 노르웨이 Nor-Shipping 전시회와 함께 세계 4대 조선해양산업 전시회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에는 국외 22개국의 해군참모총장과 사령관을 포함한 4만여 명의 국내외 바이어가 방문해 전시회 위상을 높였다. 이 외에도 부산국제신발·섬유패션전시회, 국제해양플랜트전시회, BFAA 국제아트페어, 아시아 필름마켓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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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획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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