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여고 옆 단층 목조 건물동네 내력 조사 중 주민 증언, 현재 주거환경 개선사업 진행…추가 연구·보존방안 수립 필요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완월동 마산여자고등학교 옆 단층 목조 건물이 일제강점기 '근로보국대' 노동자 집단 거주시설이었다는 증언이 확인됐다.

현재 마산여자고등학교 옆 완월남 14길 12 일대에는 단층 목조 건물 세 동이 있다. 건물은 한눈에 봐도 건축한 지 오래됐음을 알 수 있다.

건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와가 1차로 지붕을 덮고 있고 그 위로 슬레이트가 놓여 있다. 기와로 지붕을 이었다가 이후 슬레이트를 놓은 것으로 추정된다.

긴 건물은 각각 여러 채의 집으로 구성돼 있다. 한 집당 20㎡ 남짓 된다. 현재 10여 가구가 거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주민은 공동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완월동 마산보국대 동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박영주 경남대 박물관 비상임연구원은 올해 초 '새뜰마을' 사업 과정 중 하나로 이곳 주민들을 인터뷰하고 동네 내력을 찾는 기초조사를 맡았다.

이 과정에서 박 연구원은 주민으로부터 과거 이 동네가 '보국대 동네'로 불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박 연구원에 따르면, 보국대는 일제의 '근로보국대'를 말한다. 근로보국대는 노동력을 착취하는 강제노동부대였다는 것이 박 연구원 설명이다.

1937년 중일전쟁을 도발한 일제는 인적·물적자원 동원을 목적으로 1938년 국가총동원법을 공포했다. 일환으로 학생·여성·농촌 노동력을 강제 동원하고자 근로보국대를 설치했다. 이들은 비행장 건설, 부두 하역 등 노역에 투입됐다.

박 연구원은 "보국대로 끌려와 노역에 종사하던 사람들이 집단 거주하던 곳이었음을 '보국대 동네'란 이름을 통해 알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 경남 일대에서는 부산 항만 매립, 부두 노역, 사천·울산·김해·진주 등 비행장 건설, 진해 마진터널 건설, 마산 부두 하역, 함안 광산 작업 등 노역에 주로 동원됐다"며 "완월동 보국대 동네 건물은 1939년 건축됐는데 바로 근로보국대가 조직된 시기와 일치한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이 확인한 주민 증언을 종합해보면, 처음 이곳 건물은 총 4개로 구성됐다. 현재는 두 건물을 하나로 합쳐 총 3동이 있다. 또 도롯가에 있는 2층 양옥집은 공동 식당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국대 동네는 공동 식당, 공용 화장실, 거주지, 창고, 공동 우물 등으로 구성됐다.

경남지역에 일제강점기 역사인 '강제 동원' 흔적이 확인되면서 추가적인 조사·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박 연구원은 "보국대 기록이 문헌으로 남아 있는 것은 따로 없고 구전으로 확인이 가능한 상태"라며 "옛 기록을 찾고 몇 가구가 살았는지 등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에서 어떤 방식으로 사실상의 강제 노역이 진행됐는지도 살펴봐야 한다"며 "마산에 남아 있는 유일한 일제 강점의 현장인 만큼 부분적이라도 어떤 형태로든 보존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해당 지역에서는 새뜰마을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새뜰마을 사업은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 프로젝트이다. 취약지역 주민의 기본적인 생활 수준 보장을 목적으로 안전·위생 등 생활 인프라 확충, 주거환경 개선, 주민역량 강화 등을 지원한다.

'완월지구 새뜰마을' 사업은 창원 마산합포구 완월동 333번지 일원 약 1만 8800㎡에서 오는 2018년까지 진행된다. 국비 20억 원과 지방비 8억 6000만 원이 투입된다.

김용기 경남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교수)은 "아직 사업 확정 전 단계이다. 실시계획을 짜는 단계는 돼야 보존 방안 등과 관련한 구체적 이야기가 나올 듯하다"며 "어떻게 하면 좋을지, 기술적인 부분은 어떤 것이 필요할지, 지역주민 정서 등을 파악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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