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 투쟁 되짚으며 지역 자부심 드높여…광복 71주년 맞아 추모·선양사업 속도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던가! 광복 71주년을 맞아 양산시가 과거와의 대화에 나섰다.

양산시가 광복 71주년을 맞아 양산출신 항일 독립운동가 재조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말 양산 출신 독립운동가 '아름다운 청년 윤현진(1892 ~ 1921· 상해 임정 초대 재무차장) 선생 기념사업' 추진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된 이후 지역사회에서는 지역 항일 독립운동가의 추모와 선양의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 양산, 항일 독립운동가 재조명에 눈뜨다 = 지난해 양산시는 인구 30만 명 시대를 열었다. 눈부신 도시 발전과 함께 지역 정체성 확립이 새로운 시대의 화두로 다가왔다. 이 때문에 양산시는 그동안 지역 역사인물 재조명을 위해 노력해 왔다.

신라의 만고 충신 박제상 공과 조선의 삼 형제 장수(이징석·징옥·징규)인 '삼장수' 등 많은 선열을 지역사회는 물론 전국적인 인물로 재조명하고 있다. 이러한 역사 인물 재조명에 대한 관심 속에서 지난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항일 독립운동가에 대한 재조명 분위기가 되살아났다.

윤현진 선생.

◇ 아름다운 청년 윤현진 선생 = 우산 윤현진 선생은 양산시 상북면 소토리 내전마을에서 동래 감리 겸 부산 부윤을 지낸 윤필은의 둘째 아들(1892년생)로 태어났다.

형 윤현태는 부산 백산상회 창설에 관여하는 등 부산·경남지역을 대표하는 개화 지식인이었다. 7살 때 양산 만성제서숙에서 한학을, 15세 때인 1907년에는 숙부 윤상은과 백산 안희제가 설립한 부산 구포의 사립 구명학교(현 구포초등학교)를 1회 졸업했다.

윤 선생은 재학 중 1907년 2월 국채보상운동이 확산하자 숙부와 함께 동래구포리동맹회를 조직하고 모금운동에 나섰다. 이러한 경험은 이후 민족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소중한 자산이 됐다.

1909년 중국 난징 베이징 등지를 순회하며 국제 정세를 익혔고 1912년 일본 도쿄로 건너가 메이지대학 법과에 입학, 법률공부를 계속하면서 신익희, 김성수, 송진우 등과 함께 조선 유학생 학우회와 조국광복동맹결사단을 조직해 국권회복운동을 전개했다.

1914년 고향 양산에 돌아온 선생은 백산상회에 입회해 투자하고, 대동청년단에서 활동하는 한편 양산 지역에 의춘학원을 설립해 후진들에게 독립사상을 고취시키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1919년 3·1운동 당시 고향인 양산에서 만세운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다 경남은행 마산지점장 직을 훌훌 버리고 상해로 망명했다.

선생은 이시형, 이동녕, 김구, 노백린, 여운형, 신익희 등과 함께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조직해 초대 재무차장(현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선임됐으며, 사재 30만 원을 독립운동자금으로 내는 등 임시정부 설립을 위한 재정문제 해결에 힘썼다.

임시정부의 재무위원장과 내무 위원장을 역임하다 1921년 9월17일 29세의 나이에 급병으로 순국했다. 선생의 죽음에 대해 일제가 '임시정부의 패망'이라는 논평을 낼 정도였던 점을 감안하면, 당시 선생의 위치를 짐작할 수 있다.

선생의 유해는 상해 정안사 외인묘지(지금의 만국공묘)에 안장됐다. 1995년 6월 23일 대전 국립묘지에 이장되고 정부는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선생은 독립청원서를 영문으로 번역해 독립청원서가 파리장서가 되도록 한 숨은 조력자이기도 하다.

지난해 11월 양산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독립운동가 윤현진 선생 기념사업 추진을 위한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는 모습. /양산시

◇ 뜨거워지는 선양사업 열기 = 양산시민사회에서 부는 항일독립운동가 재조명 열기는 양산시립합창단에서 창작 뮤지컬 <아름다운 청년 윤현진>(대본 김재복 지휘자, 작·편곡 천득우 기획담당)을 제작하고 지난 6월 29일 첫 공연을 하면서 시민들 속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와 함께 양산시는 연구용역과정에서 윤 선생의 손자인 윤석우(72·경기도 구리시) 씨로부터 선생이 어머니에게 보낸 친필편지 등 유품 100여 점을 기증받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에는 양산 항일독립운동기념사업회가 창립되었고, 지난 11일에는 윤현진 선생 조명을 위한 학술연구용역 최종보고회가 열렸다. 앞으로 논문집 발간, 역사자료 편찬, 기념관 건립 등 다양한 독립운동 선양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다.

이상걸(더불어민주당, 동면·양주동) 시의원은 "진주만 해도 김시민 장군과 논개의 정신이 시민들 속에 살아 숨 쉬고 있다. 양산에서도 향토사학자 등 전담 연구자 양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특히 양산시는 김구 선생과 함께 임정을 이끈 윤 선생의 훈격이 2급인 점을 고려해, 건국훈장 대한민국장(1급)으로 훈격을 높이는 데 노력할 계획이다.

나동연 양산시장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항일 독립운동가 선양사업은 후손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책무다. 예기에 후손들이 경계해야 할 세 가지로 공을 제대로 알리지 않거나 공을 부풀려 알리거나 공과 과를 후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며 선양사업에 강한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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