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앙금 풀자고 준 도자기 '받아라'-'못받겠다' 옥신각신…'대가성' 인정 여부가 핵심

"저는 '진주인터넷뉴스' 김은영 대표로부터 200만 원짜리 도자기를 뇌물로 받았다는 혐의로 경찰수사를 받았고,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이 건을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진주시의회 강민아(무소속) 의원이 지난 2일 오전 10시 5분, 그리고 5일 오전 10시 16분 이렇게 두 번 자신의 블로그에 긴 글을 올렸다. 글은 자신이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됐다는 말로 시작한다.

지난달 28일 언론은 일제히 진주시의회 모 시의원이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다고 보도했다. 모든 기사에서 익명으로 처리된 시의원이 바로 강민아 의원이다. 그는 블로그를 통해 자신이 사건의 장본인임을 드러냈다. 그리고 뇌물을 준 사람의 실명을 거론하며 자세하게 전후 사정을 설명했다. 강 의원이 이렇게 한 이유는 단 하나다. 자신의 '뇌물수수' 혐의를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 강민아 시의원.
◇'관계 개선' 위한 점심 = 강 의원 블로그 글과 본보가 지난 5일 김은영 씨(지금은 대표직에서 물러났다고 한다)와 한 전화통화 내용으로 정리해보면 사건은 지난해 4월 23일(혹은 22일)에 벌어졌다.

김 씨와 강 의원은 이날 함께 점심을 먹었다. 불편한 관계를 풀어보자는 의도였다. 이전까지 안면 정도만 있는 사이였지만, 서로에 대해 조금은 안 좋은 감정은 있었던 듯하다.

▲ 김은영 대표가 강민아 시의원에게 보낸 페이스북 메시지./강민아 시의원 블로그

그러다 김 씨가 강 의원에게 강한 어조로 불쾌한 감정을 담은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낸다. 그게 4월 22일이다. 김 씨는 강 의원이 다른 이에게 자신의 욕을 했다는 말을 전해듣고 화가 나서 그랬다고 한다. '불 같은 성질'이기에 다소 말투가 거칠기는 했단다. 그리고 그런 메시지를 보내도 답이 없기에 더욱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강 의원은 김 씨를 욕한 일이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어떻게든 대화로 오해를 풀자는 마음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23일(혹은 22일) 김 씨에게 전화를 했고, 둘은 점심을 같이 먹게 됐다.

김 씨는 진주시청 버스정류장 앞에서 자신의 차에 강 의원을 태우고 사천시에 있는 모 식당으로 갔다. 식당과 도자기 전시·판매를 겸하는 곳이다. 이동하면서 자신이 장소를 정하고 예약을 했다고 김 씨는 설명했다. 김 씨는 이날 식사 분위기가 즐겁고 유쾌했다고 기억한다. 강 의원은 이 자리에서 한 대화가 기분 나빴다고 블로그에 적었다.

김 씨는 당시 강 의원에게 이런저런 덕담도 하면서 요즘 미디어업계가 힘드니 관련 예산이 줄지 않도록 신경 써 달라는 이야기도 했다고 밝혔다. 업계 전반적인 이야기였고, 당시 자신이 대표로 있던 언론사를 잘 봐달라는 이야기는 아니었다고 김 씨는 덧붙였다. 이 부분에서 김 씨는 줄곧 '부탁'이라는 표현을 썼다. 강 의원은 블로그에 이 자리에서 어떠한 청탁도 없었다고 적었다.

◇선물이라며 사준 도자기 = 이날 식사는 김 씨가 샀다. 상황을 보면, 강 의원이 밥값을 내려고 했었는데, 김 씨가 미리 계산을 해 놓았던 듯하다. 그리고 둘은 식당을 나오다가 마침 도자기 전시장이 보이기에 구경을 하러 들어갔다고 한다. 전시된 도자기 중 짧은 글귀가 적힌 도자기 그릇을 본 강 의원이 "예쁘네요"라고 말했다. 그걸 본 김 씨가 선뜻 바로 그릇을 사서 강 의원에게 선물했다. 미리 준비한 것은 아니고, 서로 친해 보자고 만난 날인데 뭐라도 선물을 해야겠다는 마음이었다고 김 씨는 설명했다. 당시 김 씨가 가격을 물었을 때, 식당 주인은 '25만 원'이라고 했다. 확실한 말투는 아니었다고 김 씨는 기억한다.

하지만, 실제 도자기 가격은 200만 원으로 나중에 밝혀졌다. 강 의원이 후에 전화로 식당 주인에게 확인하니 실수로 그랬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아무튼, 당시는 둘 다 25만 원짜리 그릇으로 알고 있었던 것 같다.

▲ 강민아 진주시의원이 지난해 4월 당시 모 언론사 대표에게 받았다는 '선물' 도자기./강민아 시의원 블로그

강 의원이 이 '선물'을 바로 받은 것은 아니다. 강 의원은 거절을 했다. 그래도 김 씨는 선물을 포장하게 했다. 어쨌거나 도자기를 김 씨 차에 실은 상태에서 둘은 진주시청으로 돌아왔다. 시청 지하 1층 주차장에서 둘은 다시 옥신각신했다. 안 가져가겠다는 강 의원, 성의를 무시하지 말라는 김 씨. 그리고 강 의원은 김 씨가 도자기를 바닥에 둔 채 떠나버렸다고 주장했다. 할 수 없이 도자기를 사무실로 들고 와 책상 밑에 뒀고, 시간이 지날수록 불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고 강 의원은 설명했다.

◇고발당한 강민아 의원 = 그러고는 지난해 11월이 될 때까지 도자기는 그대로 강 의원 사무실에 있었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12일 저녁 김 씨가 강 의원에게 다시 말 조심하라, 나를 만만하게 보느냐는 등 강한 어투로 문자를 보낸다. 김 씨는 이 문자를 두고 그날 식사 이후 잘 있느냐는 연락 한 번 없어 마치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당시 강 의원 중심으로 이런저런 시끄러운 일이 일어나던 시기여서 그런 모습을 보면서 화가 났다고 설명했다.

이날 김 씨는 밥값과 선물로 준 도자기를 갖고 오라, 안 그러면 기사를 쓴다는 내용의 문자도 보냈다. 강 의원은 이튿날 바로 택배로 도자기를 보냈다. 그리고 밥값도 전신환으로 보냈다. 하지만, 강 의원 블로그를 보면 도자기 택배는 바로 반송됐고, 강 의원은 김 씨에게서 주말에 사람이 없으니 직접 들고 오라는 문자를 받았다고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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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영 대표와 강민아 시의원이 주고 받은 대화. 노란색이 강민아 시의원./강민아 시의원 블로그

이렇게 감정이 깊어진 상황에서 며칠 뒤인 11월 14일 진주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유등축제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한 강 의원에게 역시 그 자리에 있던 김 씨가 도자기를 택배로 보낸 것을 거칠게 항의하며 약간의 몸싸움이 일어난다. 김 씨는 강 의원이 먼저 연락도 않고 미안하다고 사과도 하지 않고 해서 화가 났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다시 며칠 뒤 김 씨는 페이스북에 강 의원이 보낸 전신환 사진과 함께 양심도 없다는 등 거친 말투의 글을 올렸다. 이 역시 강 의원이 반성하고 있지 않은 것 같아서라고 김 씨는 밝혔다.

그리고 해를 넘겨 올해 5월 3일 서울에 있는 모 시민단체 대표가 강 의원과 김 씨를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한다. 고발장은 서울의 한 경찰서에 접수됐고, 며칠 후 진주경찰서로 이송됐다. 난데없이 서울에 있는 시민단체가 고발한 것을 두고 강 의원은 영문을 모르겠다고 밝혔다. 김 씨는 고발인이 누구인지는 알고 있지만, 자신과 사이가 좋지는 않다고 밝혔다. 아마도 자신의 페이스북 글과 도자기 사건을 보도한 일부 기사를 보고 고발한 것 같다고 김 씨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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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 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린 내용./강민아 시의원 블로그

◇청탁 있었느냐가 쟁점 될 듯 = 사건을 조사한 진주경찰서는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이 내린 결론은 이렇다. “진주시의회 지하주차장에서 김은영 씨가 지역 언론사에 많은 예산을 책정해달라는 부정한 청탁과 함께 200만 원 상당의 도자기 1점을 전달하여 뇌물공여 및 수수한 것.”

경찰 조사에서 김 씨는 뇌물 제공 사실을 인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강 의원은 도자기를 어쩔 수 없이 보관하고 있었지만 뇌물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사건을 조사한 수사관은 두 사람의 진술과 제출 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도자기가 ‘뇌물’이라고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어쨌거나 사건은 이제 검찰의 손으로 넘어갔다.

본보는 검사 출신 변호사를 포함한 변호사에게 강 의원의 블로그 글을 보여주며 의견을 청했다. 일단 ‘뇌물수수’에서 ‘수수(주고받음)’한 사실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의견이 많았다. 강 의원이 도자기 선물을 그 자리에서 바로 거절하지 않은 점에 방점을 두었다.

이 점, 강 의원도 뼈아프게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남은 것은 도자기가 뇌물이냐 아니냐 하는 점이다. 이것이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라고 변호사들은 전했다.

뇌물이란 ‘직무와 관련한 부정한 이익’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4월 식사 자리에서 오간 이야기 속에 ‘청탁’이 있었느냐가 중요한 듯하다. 김 씨는 어쨌거나 ‘부탁’을 했고, 이에 따라 선물을 줬다고 생각한다. 강 의원이 뇌물수수 혐의를 벗어나려면 식사 자리에서 청탁이 없었거나 청탁이 성립하지 않음을 증명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변호사들은 두 사람의 진술만으로는 결론을 내리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으니 식사를 하고 선물을 하게 된 과정 등 모든 일을 전반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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