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로컬푸드 직거래, 농업·유통 대안될까 (1) 진화하는 로컬푸드 직매장

소비자에게 안전한 밥상을 제공하고 생산자에게 안정된 소득을 보장하고자 시작한 로컬푸드 운동. 이 운동은 농림축산식품부가 2013년 5월에 발표한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대책'과 결합하면서 지역 농축산물 직거래 활성화로 이어졌고, 이 활성화는 농업과 유통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2012년 말 겨우 3곳이던 로컬푸드 직매장은 2016년 현재 106곳(경남 15곳)으로 늘어났고 해마다 1000여 개 직거래 장터가 전국 각지에서 열린다. 로컬푸드 직매장은 지역 생산·판매 원칙에 따라 대형마트와 같이 완벽한 구색을 갖추기는 어렵다. 직접 포장·진열하는 농민은 아침 포장 때 300g이었던 상추가 오후에는 270g이 돼 소비자 항의가 들어온다는 걸 몰랐다. 소비자도 가치보다 가격과 편의를 먼저 따지느라 농민이 흘린 땀의 철학을 읽지 못했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로컬푸드 직매장은 진화하고 있다. 로컬푸드 직매장 운영은 '같이 먹고 같이 잘 사는' 가치가 담긴 산업임을 확인하려는 고민의 흔적과도 같다. 3회에 걸쳐 비교적 후발주자인 경남지역 로컬푸드 직매장이 농업·유통의 대안이 될 길을 모색해본다.

◇소비자를 생각한 농민 =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건 상추·깻잎 등 엽채류다. 농산물만 직거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토종 미꾸라지도 판다. 경기 김포농협로컬푸드 한편에는 미꾸라지 몇 마리가 든 어항이 있다. 한 농민이 미꾸라지를 판매하고 싶다고 제안했을 때 김포농협 측은 '과연 팔릴까, 어떻게 팔아야 할지' 무척 당혹스러워했다. 농민은 김포 토종 미꾸라지를 믿고 선택할 권리가 소비자에게 있다고 판단했고 판매대에 오른 미꾸라지를 향한 소비자 반응은 뜨거웠다. 예약 판매 방식은 성공적이었다.

포장에 서툰 농민들은 320여 종 상품 중 소비자 눈길을 끌 수 있는 포장을 고민했다. 소비자 처지에서 생각한 것이다. 번거롭지만 여덟 종류의 쌈을 한데 모아 '모둠 쌈'을 판매하고 고추도 색깔별로 한 팩에 담아 판매한다. 지푸라기로 새끼도 꼬아 그 안에 오리 알을 정성스럽게 담은 농민도 있었다. 화성푸드통합지원센터 직매장에서는 한 움큼 정도로 포장한 오디와 산딸기를 살 수 있다. 이렇듯 '농사만 지었지, 판매는 못 한다'고만 여겼던 농민은 어느덧 고객과 소통하며 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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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친숙하게 더 스마트하게 = 김포농협이 2014년 '제1회 로컬푸드 토마토 축제'를 열어 축제의 장을 마련한 것도 눈에 띈다. 당일 약 1700명이 모였고 토마토를 출하한 20여 농가는 짧은 시간 2500만 원어치를 파는 성과를 얻었다. 2회 때는 양미나 셰프를 초청해 다양한 토마토 음식 시식회와 토마토 잼 만들기로 김포 대표 농산물 축제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 소외 계층과 함께하는 직매장도 있다. 장애인단체와 시니어클럽에서 만든 제품을 진열하는 공간을 마련해 판매하고 소비자에게는 더 다양한 품목을 제공하고 있다.

농민의 재고 관리는 더 스마트해졌다. 김포농협과 전북 완주 용진농협 외 많은 로컬푸드 직매장에서는 CCTV-스마트폰으로 농민들이 재고 관리를 하고 있다. 생산자가 CCTV와 연결된 스마트폰으로 진열대에 놓인 농산물 재고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으며 다 팔리면 바로 보충한다.

◇로컬푸드 직매장 레스토랑 = 대부분 로컬푸드 직매장의 소망은 '로컬푸드 레스토랑' 운영이다. 전북 완주 군민이 재배하고 당일 수확한 농산물로만 요리하는 '농가 레스토랑'이 좋은 예다.

모악산 등산로 입구에 있는 완주로컬푸드 매장은 1층 500㎡ 공간이 판매장, 2층 330㎡ 공간이 농가 레스토랑(뷔페)이다. 건강한 농촌 향토 밥상을 콘셉트로 원재료의 특성과 맛을 살리고 천연조미료만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반찬 하나하나에 생산한 농장주 얼굴 사진과 이름, 생산 모습, 효능 등 설명 문구를 더해 볼거리를 제공한다. 지역 소농과 고령 농민이 다양한 농산물을 생산하기란 쉽지 않다. 완주로컬푸드는 연중 다품종 소량 생산을 고민한 끝에 기획 생산 체계를 구축했다. 기획 생산에 참여하는 농가 밭은 칸칸이 나뉘어 있다. 30일, 60일, 90일 간격으로 파종과 수확을 반복해 365일 농산물을 수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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