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은퇴 후 제2 삶 시작한 손민한…NC와 경남·울산·전북 순회 유소년 지도
경험담 바탕으로 꿈·자신감·기본기 강조

지난 3일 오후. 때 이른 여름 햇살이 내리쬐는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초등학교 운동장. 지난달 31일 막을 내린 '제45회 전국소년체전' 야구 초등부 동메달의 주역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20여 명의 어린 선수들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이 기다리는 사람은 '영원한 에이스' 손민한이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손민한은 지난달 3일부터 NC다이노스와 함께 '손민한과 놀자'라는 이름으로 NC 연고지역인 경남과 울산·전북 유소년 야구팀을 돌며 순회코치를 하고 일반 학생들에게는 티볼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3일부터 NC다이노스와 경남·울산·전북 유소년 야구팀을 돌며 '손민한과 놀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손민한이 3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양덕초등학교에서 야구부 선수들과 대화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오늘은 코치님이라 불러주세요. 짧은 시간이지만 좋은 시간 보냈으면 좋겠어요"라고 첫 인사를 한 손민한 코치는 '좋아하는 구단은 어디니?' 'NC요!' '그러고 보니 유니폼이 NC랑 똑같네'라며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질문으로 교육을 시작했다.

손 코치는 강의 시간 40여 분 동안 선수들에게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조언보다는 '꿈·자신감·기본기'를 강조했다.

특히 롯데 시절 팀 후배였던 이대호(시애틀 매리너스)를 예로 들며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

"다들 이대호처럼 되고 싶지? 이대호 선수가 신인으로 입단했을 때 저 친구는 저렇게 뚱뚱한데 어떻게 야구를 할까 생각했는데 지금은 미국 메이저리그 선수가 됐어요. 자신감이 큰 선수였어요. 한 번은 자신의 실책으로 팀이 졌는데 다른 선수 같았으면 기가 죽을 수도 있는데 이대호 선수는 안 그랬어요. 내일 내가 홈런 쳐서 이기겠다고 큰소리쳤고 진짜 다음 날 홈런을 쳤어요. 그런 자신감으로 메이저리거가 됐어요."

강의 시간이 끝난 후 캐치볼 시간. 손 코치는 2인 1조로 짝을 맞춘 선수들이 캐치볼하는 동안 자세를 봐줬다. "빠르게 던지는 것보다 정확하게 던지는 게 중요해. 상대 가슴에 정확하게 던지도록 해봐."

손 코치는 선수들을 두 팀으로 나눠 캐치볼 10회 반복을 어느 팀이 더 빨리하는지 대결하는 캐치볼 게임을 4~5회 하며 선수들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캐치볼 게임이 끝나자 손 코치는 투수를 하는 선수 4명을 따로 불러 투구 자세를 봐주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투수는 타자가 공을 치게끔 던져야 하는 거야. 타자가 못 치게 던지면 게임이 안 되잖아. 제구력이 없는 투수들은 타자에게 맞지 않으려고 해서 제구력이 나쁜 거야. '이렇게 공을 던지면 타자가 땅볼을 칠 거야' 하고 던졌는데 생각대로 되면 재미있잖아? 투수는 그런 재미가 있는 거야."

손 코치는 투수 출신답게 팔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투수는 팔이 가장 중요해. 코치님은 여름에도 팔을 보호하려고 긴 소매 옷을 입었어. 잠을 잘 때도 오른쪽에는 아무도 재운 적이 없어. 스마트폰 게임도 너무 많이 하지 않도록 해. 팔을 다칠 수도 있어."

프로그램이 모두 끝나고서 손 코치는 선수 모두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줬다.

다음은 프로그램이 끝난 후 만난 기자들과 일문일답.

-'손민한과 놀자'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가.

"선수 시절부터 은퇴하면 유소년 야구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고, 은퇴와 동시에 구단과 상의해 '손민한과 놀자'를 시작하게 됐다. NC 구단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지원해줘 보람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또 야구선수의 은퇴 이후 삶, 진로가 프로·아마 지도자나 구단 프런트 외에도 다른 일거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느낀 점은.

"프로 출신이 온다니 선수들이나 코칭스태프, 학부모, 학교에서는 도움이 됐으면 하는데 기대하는 만큼 도움을 못 줄까 봐 부담스러웠다. 2시간 프로그램으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기술적인 도움을 주는 데에 한계가 있다. 또 기존 코칭스태프가 가르치고 있는데 내가 혼란을 줄 수 있다. 그래서 경험담과 마음가짐에 중점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 유소년 야구 환경이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열악하고 힘든 학교가 많다. 프로그램을 마친 후 집으로 돌아오면서 마음이 무거웠다. 전교생 60명 중에 3분의 1이 야구부원인 학교가 있었다. 그 학교는 폐교를 막으려고 야구부를 만들었다더라."

-은퇴식은 하나.

"구단에서 은퇴식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구단 관계자) 조만간 일정을 발표할 계획이다."

-프로 구단 지도자 계획은 없나.

"권유를 많이 받았다. 어쩌면 지금도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 일이라는 게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하지 않겠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앞으로 할 일은.

"이 프로그램을 시작한 것이 잘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주위에서도 잘 선택했다고 한다. 이 일을 하면서 나 자신한테 뿌듯하다. 도움을 드리려고 시작했는데 오히려 내가 제일 만족하고 있다. 단발성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2년, 3년 계속해 나갈 것이다. 또 NC 출신 은퇴 선수들도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어떤 일이 됐건 NC와 함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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