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아이 유엔특별보고관 조사결과 발표…집회 제약·전교조 판결 우려

역동적인 사회는 '다양성과 가능성'이란 바퀴로 굴러갑니다. 다양한 생각과 재능을 맘껏 드러낼 수 있고, 그것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열려있는 사회지요. 한국 사회가 활기를 잃어 가는 이유도 이 다양성과 가능성이 제대로 굴러가지 못해서가 아닐까요. 최근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기사, 살펴보시죠. /편집자 주

◇유엔특별보고관 "한국, 집회·결사 자유 점차 후퇴" = 마이나 키아이 유엔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지난 29일 "한국에서 최근 수년간 평화로운 집회와 결사의 자유가 계속 후퇴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지난 20일 방한해 한국의 집회 관리 실태 등을 조사한 키아이 특보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케냐의 법률가 출신인 키아이 특보는 유엔 인권이사회로부터 세계 각국의 평화적 집회와 결사의 자유권 실현을 관찰하고 독려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독립적 전문가이다.

그는 "한국 정부가 시민 편의와 안보 위협 등을 집회의 자유를 제약하는 이유로 들고 있다"며 "이것이 집회·결사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구실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집회 참가자 중 일부가 폭력을 행사한다고 시위 자체를 폭력시위로 규정해선 안 된다"며 "경찰은 폭력 시위자에게 책임을 묻되 그렇다고 시위 자체를 해산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키아이 특보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과 박래군 용산참사 진상규명위 집행위원장을 기소한 사례를 언급하며 "어떤 경우도 집회 참가자의 범죄행위로 인한 책임을 주최 측에 물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키아이 유엔 특별보고관이 2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집회·결사의 자유가 지켜지고 있는지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작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중태에 빠진 백남기 씨를 언급한 그는 "차벽이나 물대포는 경찰과 시위대 간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라며 정부에 완화된 조치를 촉구했다.

그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법외 노조로 규정한 판결에도 우려를 표했다. 전교조 불법화는 국제인권법 기준에 미달하는 조치라며 "해고자가 가입됐다고 노조를 불법화한 세계 첫 번째 사례로 안다"고 주장했다.

키아이 특보의 집회·시위 관리에 관한 우려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한국적 특수성으로 인해 키아이 특보와 다소 의견 차이가 있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합리적으로 지적한 부분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유엔의 기준에 맞추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키아이 특보는 이번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최종 보고서를 작성해 내년 6월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 등 9개 인권시민사회노동단체는 입장문을 내 "정부는 유엔인권이사회 의장국 지위에 맞게 키아이 유엔 특보의 우려와 권고사항을 적극적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는 "키아이 특보는 민중총궐기 등 폭력집회로 도심이 마비됐음에도 '시민의 편의를 저해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현행법상 엄연한 불법인 미신고 집회를 옹호하는 등 편향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고 비난했다.

이 단체는 이번 방문과 관련, "정부는 상시초청 제도에 의해 작년 말 키아이 특보가 요구한 방문에 응했을 뿐 정부가 요청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왜곡된 조사와 결과 발표로 대한민국의 현실이 무시되고 국격이 폄훼되는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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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 흙수저' 사실이었네…학력·계층·직업 세습 고착화 = 우리나라에서 최근 세대로 올수록 학력과 계층, 직업의 대물림이 더 굳어져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는 사라졌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유행하는 이른바 '금수저 흙수저 계급론'을 뒷받침하는 분석 결과다. '금수저'는 돈 많고 능력 있는 부모를 둔 사람을 가리키지만, '흙수저'는 돈도 배경도 변변찮아 기댈 데가 없는 사람을 가리킨다.

노력보다 부모의 배경에 따라 장래가 결정된다는 현실 자조적인 인식을 담은 표현이다.

3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통합 실태진단 및 대응방안Ⅱ〉 연구보고서(책임연구자 여유진·정해식 등)를 보면, 우리 사회가 이른바 산업화세대와 민주화세대를 거쳐 정보화세대로 넘어오면서 직업지위와 계층의 고착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부모세대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자식세대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끼치는 영향을 살펴보고자 2015년 6~9월 전국의 만 19세 이상~75세 이하 남녀 4000명을 대상으로 자신의 소득계층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등을 면접조사 했다.

특히 세대 간 사회이동의 변화양상을 파악하고자 조사대상자 중에서 현재 직장이 있는 25~64세 남자 1342명을 산업화세대(1940~1959년생·181명), 민주화세대(1960~1974년생·593명), 정보화세대(1975~1995년생·568명) 등 3세대로 나눠 부모의 학력과 직업, 계층, 본인의 학력이 본인의 임금과 소득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먼저 아버지 학력과 본인 학력의 교차분석 결과, 대체로 아버지 학력이 높을수록 본인의 학력도 높았다.

세대 간 고학력 세습도 어느 정도 발견된다. 즉, 아버지가 대학 이상의 고학력자면 아들도 대학 이상의 고학력자인 비율이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 세대에서 각각 64.0%, 79.7%, 89.6%로, 최근 세대로 올수록 고학력 아버지의 자녀가 고학력일 확률이 더 높아졌다.

아버지의 직업(단순노무직, 숙련기능직, 서비스판매직, 사무직, 관리전문직)과 아들 직업 간 교차분석을 해보니, 전체적으로 아버지의 직업이 관리전문직이면 아들의 직업도 관리전문직인 비율이 42.9%로 평균(19.8%)의 2배가 넘었다.

세대별로는 관리전문직 아버지를 둔 아들이 관리전문직인 비율이 민주화세대에서는 56.4%로 평균(23.3%)의 약 2배에 이르렀고, 정보화세대에서는 37.1%로 역시 평균(18.2%)의 2배 정도였다.

특히 정보화세대에서는 단순노무직 아버지를 둔 자녀가 단순노무직인 비율이 9.4%로 평균(1.9%)의 약 5배에 달해 특히 정보화세대에서 직업의 세습이 매우 강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15세 무렵 본인의 주관적 계층(하층, 중하층, 중간층, 중상층, 상층)과 현재 주관적 계층 간의 교차분석 결과, 아버지 세대의 계층과 무관하게 자식 세대가 하층 또는 중상층이 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했다.

구체적으로 아버지의 계층에 따라 아들이 특정 계층에 속할 확률을 살펴보니, 정보화세대에서 특히 아버지가 중상층 이상일 때 자식 또한 중상층 이상에 속할 확률은 아버지가 하층이었던 경우 자식이 중상층 이상이 될 확률보다 거의 무한대로 더 높았다.

다시 말해 정보화세대에서 중상층과 하층에서의 계층 고착화가 매우 심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일정 이상의 상향 이동은 사실상 매우 힘든 상황이 돼 가고 있다는 뜻이다.

민주화세대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지만, 계층 고착 정도는 정보화세대보다 낮았다. 반면, 산업화세대는 중상층까지의 이동은 상대적으로 더 활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민주화세대에서는 부모의 학력이 본인 학력과 더불어 임금수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확인됐으며, 정보화세대로 오면, 부모의 학력과 함께 가족의 경제적 배경이 본인의 임금수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정보화세대로 올수록 부모의 경제적 지위가 재산 축적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는 인적자본 축적(학업성취), 직접적으로는 노동시장 성취(임금과 직업)에 더 많은 영향을 줬다는 의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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