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 273건 적발…"보복운전 형사처벌 대상"

'로드레이지(road rage)'라는 용어가 있다. 우리 식으로 옮기면 '보복운전'이기는 하지만, 평소 그렇지 않던 사람도 운전대만 잡으면 별일 아닌 것에 화를 내는 등 난폭해진다는 의미도 함께 담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차 안에서는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평소 억눌려 있던 것들을 분출하려는 심리가 작용한다고 한다. 또한 운전대를 잡았을 때는 일상에서 누리지 못한 힘의 논리를 표출하려는 경향도 있다. 남성들이 여성 운전자들을 향해 '아줌마가 집에서 밥은 안 하고'와 같은 비아냥은 이러한 심리의 발로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보복운전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받아들여진 게 5년도 채 안 된다.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이렇게 전했다.

"물론 그 강도가 심해지기는 했지만 운전 중 시비는 이전에도 늘 있었다. 보복·난폭 운전이 있었을 때 법적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블랙박스가 보편화됐다. 확실한 관련 영상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보복운전 관련한 충격적인 영상이 방송 뉴스로 전달되면서 그 심각성이 더 크게 다가온 면도 있다."

경찰이 보복운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것은 올해 6월 초부터다. 경찰청이 지난 7월 10일부터 한 달간 집중 단속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보복운전 건수는 273건이었다. 이 가운데 신고한 피해자를 찾아가 폭력을 행사한 50대 남성, 차에서 내려 와이퍼로 피해자 차량 유리창을 부순 30대 남성, 음주상태로 약 10km를 따라가며 보복운전을 한 40대 남성을 구속했다.

보복운전 발생 원인은 진로변경에 따른 시비가 47.6%로 가장 많았으며, 경적·상향등 사용 시비 27.1%, 서행운전 시비 8.1% 순이었다. 유형은 고의 급제동이 53.5%로 가장 많았고, 차량으로 몰아붙이는 행위 16.8%, 지그재그 운행 9.2%였다. 가해자 성별을 보면 입건자 280명 가운데 여성도 5명으로 전혀 없지는 않았다. 도내에서는 지난 6~10월 사이 48건을 적발했다.

최근 들어 경찰은 보복운전 관련을 교통 아닌 형사 담당으로 넘겼다. 즉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고 있다. 범칙금 정도가 아니라 폭력사범으로 규정하고 형사처벌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에는 차로 변경 시비로 상대 운전자를 차로 들이받은 30대 남성이 처음으로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됐다.

관련 법규도 정비되고 있다. 지난 8월 도로교통법에 '난폭운전 금지' 조항을 신설했다. 이 조항에서 보복운전(난폭운전) 개념을 풀어보면 '안전거리 미확보·진로변경·급제동 등 가운데 둘 이상 행위를 연달아 하거나, 하나의 행위를 지속 또는 반복하여 다른 사람에게 위협 또는 위해를 가하는 행위' 정도로 받아들 수 있다.

경찰과 관련 기관에서는 보복운전을 줄이고자 면허시험문제 출제, 안전교육 과정 포함 등도 추진하고 있다. 경찰은 홍보 캠페인에도 무게를 두고 있지만 좀 더 실효성 있는 내용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비상깜빡이 생활화'를 효율적인 대안으로 내놓는 목소리가 크다. 한 시장조사기업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운전문화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 '보복운전 경험자 80%가 상대가 미안함을 표시했으면 보복운전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보복운전 가해 경험이 있는 김민재(30·창원시) 씨 또한 "사실 급하다 보면 갑자기 끼어들 수도 있는데, 상대가 비상깜빡이나 손짓으로 미안함만 표시했어도 흥분하며 쫓아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남경찰청 관계자도 "그러한 내용으로 홍보한다면 보복운전을 줄이는 데 도움될 것 같다"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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