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화 전 감독 "보너스 안 주려 외국인 선수 출전 금지 종용"…비상식적 구단 횡포 폭로 법적 대응 준비

노장은 격노했다. 23일 열린 구단 이사회에서 해임 통보를 받은 박성화(60·사진) 전 경남 FC 감독이 하루 만에 구단의 비상식적 횡포를 폭로하며 반격에 나섰다.

24일 경남도민일보와 약 40분에 걸쳐 진행한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구단에서 감독의 양심까지 팔도록 종용했다. 취임 6개월째부터 사퇴 압박에 시달렸다"며 그동안 답답했던 심경을 솔직하게 토로했다. 올해로 환갑인 그는 평소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이지만, 이날만큼은 어조가 강경했다.

박 감독은 "지도자로서 부진한 성적에 책임을 통감하고 깨끗하게 물러나려고 했다. 나를 임명해 준 홍준표 구단주에게 (나의 거취 문제가) 누가 되는 것도 원치 않았다. 하지만 구단이 비상식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있고, 이대로 묻어두면 구단이 죽는다는 생각에 축구인의 양심을 지키고자 그동안 구단이 자행했던 일들을 털어놓게 됐다"고 운을 뗐다.

먼저, 그는 돈(보너스) 때문에 특정 선수를 경기에 출전시키지 말도록 구단의 종용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박 감독은 "10월 7일 충주 원정에서 스토야노비치가 시즌 9호 골을 넣자 구단에서 연락이 왔다. 앞으로 경기에 내보내지 말라고 했다.(스토야노비치는 10골을 넣으면 5000만 원을 받는 옵션 계약을 구단과 맺었다) 아찔했다. 팀 득점의 절반을 넣는 선수를 기용하지 말라고 하면 어느 감독이 받아들이겠는가. 구단은 감독의 양심까지 팔도록 강요했다. 대표이사와 면담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보너스는 포기하고 출전수당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호소했지만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후 구단은 선수단에 승리수당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전해왔고, 원정 경기에는 한 명의 프런트도 보내지 않았다. 괘씸한 생각도 들었지만, 모든 것을 내가 안고 가겠다고 생각해 묻어두려 했다"고 덧붙였다.

박 감독은 시즌 막판 대표이사와 협의를 통해 계약 문제를 정리하려 문서까지 작성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구단은 돌연 문서를 가져가 해임 통보를 해왔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오전에 사인을 주고받은 문서를 오후에 다시 찾아와 뺏어갔다. 그러고는 어쩔 수 없이 해임하게 됐다고 했다. 구단 운영이 이 정도로 바닥일 줄은 몰랐다. 박치근 대표는 모든 사안에 대해 구단주를 언급했는데, 실제로 구단주를 방패 삼아 구단을 위기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감독은 축구에 문외한인 비전문가가 경영을 맡은 경남 FC에 대해 '큰 병에 걸렸는데 의사의 진단 없이 민간요법에만 매달리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평생 축구인으로 정직하게 살아왔다. 이대로라면 분명히 경남 FC는 죽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총대를 메게 됐다. 박 대표는 구단을 사지로 내몰고 있고, 도민과 축구팬을 속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감독은 취임 6개월째부터 구단이 서서히 사퇴 압력을 줬다고도 털어놨다. 그는 "팀이 챌린지로 강등되면서 새 판을 짜야 했다. 그래서 2년이라는 시간을 보장받았다. 차근차근 아파트를 짓겠다고 했는데, 6개월도 안 돼 왜 아파트를 짓지 않았느냐고 흔들어대면 누가 감독을 맡겠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박 감독은 구단의 해임 결정에 대해 법적 소송도 불사할 뜻도 밝혔다. 그는 "이제 구단에서 연락 와도 협상은 없다. 소송을 진행하겠다. 단순히 잔여 연봉을 받겠다는 것이 아니다. 소송을 통해 진실을 밝히는 게 목적"이라며 강경 대응 방침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구단 관계자는 "이번 사안에 대해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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