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이전경기·팬소통 강화 '재탕'…플레이오프 진출 목표 세워놓고 예산 삭감·선수단 규모도 축소

최근 경남 FC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용병 선수 계약 비리로 안종복 전 사장이 구속된 데 이어 최근에는 심판을 매수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구단은 창단 이래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경남 FC가 구단 운영의 비전과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경남 박치근 대표이사는 23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남의 심장, 거침없는 도전'을 비전으로 하는 운영 목표와 혁신방안을 내놨다. 구단에서는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A4 용지 6장 분량의 혁신안을 포장했지만, 어디에도 제대로 된 혁신의 의지는 없었다.

◇홈 이전 경기, 선수단의 축구클리닉이 혁신안(?) = 경남 FC는 이날 홈 경기 분산 개최, 도민과 선수단 스킨십 강화, 지역사회 공헌활동 등을 통해 소통과 감동의 축구를 선사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홈 이전 경기는 이전에도 꾸준하게 해왔던 도민 소통 방식이고, 선수단의 학교 방문이나 재능기부도 연간 100회 이상 해왔던 방식이어서 과연 이런 내용을 두고 혁신안이라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경남 FC 박치근(맨 오른쪽) 대표이사가 23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구단 운영 혁신안을 밝히고 있다.

연간 100회 이상 선수단의 스킨십이 있었다는 지적에 대해 박 대표는 "클래식에서 뛸 때는 그랬는지 모르지만 챌린지 강등 이후에는 그런 활동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밖에도 △경남 FC '후원의 집' 모집 △도내 전지훈련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 △유소년 육성 체계 강화 △챔피언십리그 확대 등도 기존 구단에서 시행했던 내용을 '재탕'한 수준이어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예산 삭감, 용병도 없지만 성적은 욕심 = 구단은 이날 내년도 예산을 올해보다 10억 원이 적은 60억 원으로 책정했다. 메인스폰서의 경영난과 광고, 후원금 감소로 불가피한 예산 편성으로 보인다. 하지만, 구단은 삭감된 예산 10억 원을 선수단의 규모를 줄여 메우기로 했다.

현재 36명인 선수단을 26명으로 축소하고 팀 성적에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외국인 선수는 아예 쓰지 않기로 했다. 선수단 리빌딩을 통해 국내 선수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단순한 예산 절감을 위해서라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선수단의 규모를 대폭 축소하겠다면서도 구단은 내년 시즌 목표에 대해선 '16∼18승을 거둬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것이 1차 목표'라고 밝혔다. 이럴 바엔 장기적인 플랜을 수립해 앞으로 5년 안에 클래식 복귀가 목표라고 하는 게 더 솔직하지 않았을까 싶다.

◇승강제 폐지를 건의하겠다 = 박 대표이사는 "2부리그(챌린지)는 우수선수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고, 중계방송도 없어 광고 확보와 팬 유치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승강제의 취지가 퇴색한 만큼 클래식과 챌린지의 통합 운영을 프로축구연맹에 강력하게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2013년부터 시행한 K리그 승강제는 프로축구연맹이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도 아니고, AFC(아시아축구연맹) 권고 등에 따라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당시에도 일부 시·도민구단의 반대가 있었지만, K리그의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 속에 승강제가 태동했다. 경남 FC도 치열한 경쟁 속에 승강제 출범 첫해 피 말리는 경쟁에서 살아남으며 잔류의 기쁨을 맛봤지만, 지난해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패해 챌린지로 강등됐다.

한 번 강등의 아픔을 맛본 대구와 상주, 강원 등이 내실 있게 클래식 복귀를 준비했다. 상주는 내년 시즌 클래식 복귀를 확정했고, 대구도 정규리그 2위로 승강 플레이오프를 준비하고 있다.

타 구단이 선수단을 강화해 승격을 노리는 상황에서 경남 사장의 이런 발언은 '구단 이기주의'로 비칠 수 있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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