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장님] 밀양시 부북면 상감마을 류정범 이장

아침마다 올리는 전화벨 소리와 함께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이 있다. 밀양시 부북면 상감 마을의 류정범(68) 이장이다. 마을 사람들의 목소리를 다 알고 있기에 전화를 거는 사람은 통성명을 할 필요가 없이 바로 '접니다'로 시작한다.

류 이장이 맡은 상감 마을은 3가지가 유명하다. 첫째는 '행동대장 류정범', 둘째는 도지정문화재 제7호 '감내게줄다리기', 셋째는 '나노융합국가산업단지'다. 이러한 명성 덕분에 밀양시에서 가장 바쁘고 활기찬 마을이다.

류 이장은 모든 행정에 적극적이다 보니 부북면 이장협의회장이면서 밀양시 이·통장협의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2004년 1월 10일 이장으로 임명돼 11년째 재임하고 있다. 부북면이 임명한 22명 이장 중에서 가장 오랜 기간 재직 중이다. 그가 이렇게 오랜 세월 이장을 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마을 일을 내 일과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매일 오전 10시쯤 되면 부북면사무소로 출근을 한다. 마을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행정 지원 사항을 알기 위해서다. 이런 사실을 상감 마을 주민들이 잘 알기에 지금까지 이장 선거가 필요 없었던 것이다.

2004년부터 11년째 이장직을 맡고 있는 류정범 이장. 류 이장은 할 일이 계속 늘어나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는 마을의 모든 일에 발 벗고 나서고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비빌 언덕이 되어 주고 있다. 지난 3월 지적장애인 가정에 화재가 발생했었다. 이 일이 있자 그는 사방팔방 뛰어다니면서 지원을 위해 노력했다. 임시 거주지를 마련해주고, 재난구호 물품, 긴급 생계비, 봉사자 연결, 공동모금 화재복구비 지원과 인근 피해 주택과 원활한 합의 등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류 이장의 생활은 봉사다. 올해 4월이다. 박옥희 부북면장에게 건의를 했다. "이장들의 생활 자체가 봉사지만 자체 봉사단을 구성해 봉사를 하고 싶다"며 "부북면 직원들과 이장들이 함께 봉사단을 구성하자!"라는 내용이었다. 박 면장과 류 이장은 의기투합해 부북면사무소 직원 5명과 이장 22명으로 '부북면 더불어봉사단'을 4월 9일 구성했고, 두 달에 한 번씩 정기봉사를 하기로 합의해 지난 10월 22일 네 번째 정기봉사를 다녀왔다.

그러던 중 신문에 보도된 이장들의 '사랑의 빵 나누기' 봉사활동이 참으로 인상적이고 감동적이라며 EBS 〈나눔 0700〉과 연락이 닿아 촬영을 하기도 했다. 좋은 재료로 면을 뽑아 마을 어르신 30분께 국수를 끓여서 대접하는 봉사였다.

특히나 상감 마을은 나노국가산업단지가 들어설 지역이라 요즘은 세간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처음 나노 이야기가 나온 2007년부터 규제로 말미암은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재산권 행사에도 불편이 커지자 주민들의 불평이 늘어났다.

"류 이장, 시청에 가자!", 또 다른 이는 "부북면에 가서 불편한 이야기를 다하자!" 등의 말을 들을 때마다 "국가산업단지가 들어오면 우리 마을뿐만 아니라 우리 시가 좋아진다. 참고 기다려 보자!"라며 이해를 시켰다.

주민들은 많은 불평을 류 이장에게 했고, 그는 나노국가산업단지가 상감 마을에 올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다 들어주고 이해시키고 설득하면서 모든 것을 이겨냈다.

불평불만을 그냥 흘려듣지 않고 감내하며 일을 도맡아서 했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냉소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며 부정적이던 주민들도 이장의 나노산단 유치에 대한 확신이 현실화되자 "이제는 이주대책, 보상 등에 대해 많이 질문을 한다"고 한다.

"내가 할 일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그의 이야기가 하소연 아닌 자랑으로 들린다. 규제에 대한 불편을 함께 참고 견디면서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하는 그는 그렇게 9년 세월을 보내고 있다.

지난 2014년 12월 17일 밀양 나노융합 국가산업단지 조성사업이 정부 발표로 확실한 결실을 볼 때, 그 자리 한편에 마을 주민을 이해시키고자 노력하고 설득시키고자 고뇌하는 행동대장 류 이장이 있었다.

오늘도 민원 중재를 위해 그리고 주민 복지와 권익을 위해 부북면사무소로 향하는 행동대장 류정범! 그의 모습이 힘차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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