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봉사단 love with us…베트남 4박 5일 의료봉사의사·약사·미용사 등 참여
"별로 해준 것도 없고 단지 안아준 것이 고작인데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더군요. 주민들은 의사와 만나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 같이 갔던 분들과 정리모임을 하면서 내년에도 같이 베트남에 가자고 약속했습니다."
이달 초 지역의 한 의료봉사 단체가 베트남으로 4박 5일 일정으로 의료봉사를 다녀왔다. 의료진뿐 아니라 미용사, 참여자들의 자녀 등이 함께해 의료 봉사와 더불어 미용봉사, 레크리에이션, 선물 전달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아시아에 '건강'을 전하며 마음이 건강한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의 베트남 해외의료봉사 4박 5일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love with us = 지난 2008년 경상남도 의사회가 주축이 돼 시작한 해외 의료봉사 활동에 치과의사, 약사, 미용사 등 다양한 사람이 참여하며 2013년 'love with us'라는 민간봉사단체가 만들어졌다.
이 단체는 정해진, 혹은 고정된 회원이 없다. 14명의 이사진과 희망하는 사람들이 함께한다.
그런데 '누구나' 함께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함께할 수는 없다.
팀워크 때문이다. 30여 명에 이르는 많은 사람이 해외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려면 평소 유대 관계도 중요하다. 그래서 전혀 모르는 사람보다는 평소 알음알음 인연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다. 또 정치인이나 선교사와 같은 종교인은 배제한다. 봉사활동 의도가 자칫 흐려질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태광실업 등 도움 손길 = 2015년 10월 1일. 35명의 봉사단은 김해공항에서 베트남행 비행기에 올랐다. 준비기간은 약 4개월. 일정을 논의하고, 같이 갈 사람들을 섭외하고, 항공권과 숙소, 이동수단 등을 준비했다. 약품과 선물 준비는 필수. 옷과 치약, 칫솔, 비누, 모기장, 가방, 학용품, 분유, 과자, 슬리퍼, 응급구조상자 등을 선물로 마련했다.
참여자 중 의사, 약사, 제약회사 직원들이 필요한 약 목록을 서로 검토하고, 김재원 국회의원 사무실 보좌관이 함께하며 행정적인 지원을 했다.
김 의원과 김상훈 보좌관은 준비 책임을 맡고 있는 창원 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마상혁 과장의 친구이고 후배라는 인연 때문에 매년 도움을 주고 있다고.
경비는 참가자들이 일부 갹출하고, 일부는 의료관련 단체나 개인에게 후원받았다.
최근 몇 년간 필리핀 마닐라 근교 가난한 마을에서 지속적으로 봉사를 해왔지만, 필리핀 당국 허가를 받는 것이 너무 힘들어 올해는 베트남으로 결정했다.
지난 6월 우연히 마 과장이 지인과 저녁 식사를 하다 봉사활동 어려움을 이야기했는데, 베트남 현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태광실업과 연결돼 현지 통역과 교통편 등 많은 도움을 받게 됐다.
비행기로 5시간 걸려서 호찌민 공항에 도착한 일행은 다시 버스를 타고 떠이닌성 목바이 벤꺼우 병원으로 이동했다. 우리나라 1970년대 농촌 의료 환경이라는 게 봉사단의 설명이다.
◇의사 만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사람들 = 4차례에 걸친 국내 사전미팅, 태광실업 현지의 담당 이사와 지속적인 일정과 프로그램 논의, 호텔 측과 여러 차례 이메일 교환으로 준비를 한다고 했지만, 현장에는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생기게 마련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주사제 사용'이었다. 마 과장은 "첫날 저녁 현지 의료진과 미팅 및 의료봉사 브리핑을 하는데 주사제 사용을 할 수 없다고 알려왔다. 얼마 전 수술 받다가 아이가 2명 죽었고, 백신 접종 후 사망한 경우가 있어 주사나 마취는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결국 치과는 보존 치료 위주로 진행해야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창원 문윤수치과 문윤수 원장은 "현지 관습이나 제도, 요구사항, 건강상태 등을 존중하고 미리 잘 챙겨 시행착오를 줄여야 한다"며 "우리가 하고 싶은 것보다 그곳에서 필요한 것을 해주는 것이 중요한데, 내년에 다시 간다면 올해보다 잘 해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의료봉사에서 치료받은 사람은 모두 1300여 명. 박수윤·송윤정 미용사가 150여 명에게 미용봉사를 했다. 방문한 주민들은 모두 선물 한 봉지 씩 받아 갔다. 아이들에게도 학용품과 옷, 과자가 든 가방을 하나씩 나눠줬다.
마 과장은 "봉사자와 자녀들이 작은 문화행사로 주민들과 호흡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이런 시간이 중요하다. 다음에 다시 왔을 때 친숙감을 가질 수 있고, 의료봉사가 보다 원활하고 유기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저절로 마음 채워지는 마법 같은 봉사" = 현재는 1년에 한 번 의료 봉사를 가지만 힘이 닿는다면 연 2회로 늘리고 싶은 욕심도 있다고 한다.
아이와 함께 참여한 전주연 간호사는 "필리핀에 이어 3번째 봉사활동에 참여했는데, 아픈 사람뿐 아니라 구경 나온 어른·아이까지 같이 국기도 만들고 그림도 그리고 노래 부르고 춤출 때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채우려 하지 않아도 상대와 내가 함께 채워지는 마법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내 아이도 엄마 모습을 보면서 책으로 배우는 봉사가 아닌 실제로 땀 흘리고 머리 맞대 고민하는 봉사를 느낄 수 있도록 같이 참여했다"고 전했다.
경상남도의사회 조혜인 과장은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1년에 한 번 봉사활동을 가지만, 단 며칠의 감동으로 1년을 살아가고 있다"며 "다만 참가자들의 자발적인 경비로 예산을 주로 충당하고, 많이 알려지지 않은 단체이다 보니 기부금이 부족해 더 많이 해주고 싶어도 못해주는 것이 아쉽다"고 밝혔다.
후원 문의 055-240-6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