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마다 이리저리 갖다붙여 주민 반발…농촌 유권자 피해 없게 선거구 획정해야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을 앞두고 합천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선거구획정위가 합천 인근지역 선거구에서 인구 편차 하한선 기준에 미달해 선거구를 재획정한다며 합천을 거론하기 때문이다.

합천은 지난 14대까지 독립된 선거구였다가 1996년 15대는 합천·거창군 선거구로, 16대는 합천·산청군으로 바뀌었다. 그러다 2004년 17대부터 합천·의령·함안군으로 편입되는 등 걸핏하면 선거구가 조정된 탓에 일부 주민은 지역구 국회의원이 누군지도 모르는 지경이다.

이에 합천군의회가 지난달 24일 선거구 획정(안) 반대 성명서를 채택했다. 군의원들은 "단순히 사람 수를 기준으로 선거구를 획정하는 것은 농촌 특수성과 지역적 역사성을 무시한 처사이며 지역균형발전 대원칙에도 반하는 탁상공론의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합천군은 선거구 인구 하한선 기준을 충족함에도 선거구 획정에 포함해 논의하는 것은 우려를 금치 못할 상황이며, 거론 자체를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군의회는 "획정위의 이번 행위는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는 식'의 무책임한 처사이며 지역구 국회의원이 없다는 이유로 합천군민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내년 국회의원 선거 불참 등 특단의 방법을 강구해서라도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의지를 표명했다.

이들은 "국회는 합천군뿐만 아니라 농촌지역 특수성 등 종합적인 요소들을 반영해 선거구를 획정함으로써 갈수록 벌어지는 도농 격차를 줄이고 지역대표성이 적절히 반영될 수 있도록 대승적 차원의 결단을 해야 한다"라고 천명했다.

선거구획정위가 현재까지 국회의원 의석수 조정에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하자 급기야 한국농업경영인 합천군연합회 등 8개 사회단체 370여 명은 7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농촌 지방 죽이는 선거구 획정 결사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현재 국회의원 지역구를 타지역으로 편입하면 내년 총선에 합천군민은 전면 불참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방자치제가 본격 시행된 지도 벌써 21년째다. 그동안 자치단체는 저마다 지역 특색에 기반을 둔 행정을 펴왔다. 이 때문에 국회의원을 배출하지 못한 자치단체 주민들의 소외감은 더욱 깊어가고 있는데 총선을 목전에 두고 선거구 획정을 둘러싸고 진통을 겪어 안타깝다.

합천은 전형적인 농촌지역이다. 농업과 농촌 상황을 제대로 살피고 농민들을 위해 헌신하는 일꾼을 뽑아야 하는데, 정치 무관심으로 이어져 유권자 권리를 포기하는 사태가 발생할까 우려된다.

만약 이번 총선에서도 농촌지역 주민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중앙정치 필요에 따라 선거구를 여타 군과 통합 또는 분리한다면 유권자들의 소외감은 쉽게 치유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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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선거제도와 선거구 결정은 결국 국회에서 이뤄진다. 20대 국회의원 선거구가 어떻게 획정될지 알 수 없지만 정당은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농촌 현실을 고려하고 공익과 국익을 위해 현명한 결단을 내림으로써 농촌주민들의 절박한 심정을 헤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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