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 예산 없어 착공 못해…건립터 주차장으로 방치

김해가 낳은 우리나라 '한글 지킴이' 눈뫼 허웅(1918~2004년) 선생을 추모하는 한글학당 건립 사업이 수년째 겉돌고 있다.

애초 한글학당이 추진됐던 선생 생가터엔 빌라가 들어서 버렸고 그나마 김해시가 대신 구입한 '작은 부지'는 건축비 부족으로 방치돼 인근 주민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김해시는 2012년 11월 동상동 722-9에 한글학당 건립 터를 확보해 놓고 3년째 건립에 손을 놓고 있다.

부지는 도비 1억 5000만 원과 시비 2억 원 등 3억 5000만 원을 들여 사들였다. 규모는 200㎡다. 시는 이 터에 지상 2층 규모로 전시실과 강의실을 짓기로 했다.

전시실에는 허웅 선생이 생전에 쓰던 유품을 전시하기로 했다. 강의실은 지역 아동들에게 고운 말과 바른 글을 익히는 학습 터로, 외국인 노동자와 이주여성에게는 한글을 배우는 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한글 지킴이' 눈뫼 허웅 선생을 추모하는 한글학당 건립 예정지인 김해시 동상동 터가 주민 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연합뉴스

땅은 확보해놓고 정작 착공은 차일피일하고 있다. 시가 공사를 본격화하지 못하는 것은 건축비 6억~7억 원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

한글학당이 들어설 자리는 현재 인근 주민 주차장으로 내버려두고 있다. 시는 이 터를 타 용도로 사용하지 말라는 안내문을 설치해 놨지만 무용지물이다.

이 터는 허웅 선생 생가와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다.

앞서 시는 허웅 선생 생가가 있는 동상동 965에 이 한글학당을 짓기로 했다. 하지만 이 생가터 소유주가 빌라 공사를 추진하면서 터 매입에 실패하고 말았다. 건물이 들어서 주민이 입주를 하는 동안 생가터에는 아무런 표시도 없었다.

그런데 569돌 한글날을 앞두고 허 선생 생가 주변 동상동 주민들이 나섰다.

동상동 도시재생주민협의회와 주민자치위원회가 허 선생 생가터에 '한글학자 눈뫼 허웅 생가터' 안내판을 세운 것이다.

안내판에는 '동상동민들은 김해가 한글 역사의 뿌리 깊은 고장임을 널리 알리고 우리말과 글을 갈고 닦고 지킨 국어학계 큰 별이신 한글학자 눈뫼 허웅 선생을 기리려고 여기에 그 공을 새깁니다. 동상동민 일동'이라고 적었다.

동상동 주민자치위원회는 8일 오후 4시 생가터에서 주민과 외국인, 다문화가족 등이 모인 가운데 처음으로 '나라사랑 한글사랑 추모 기념행사'를 연다.

이날 행사에서 주민자치위 관계자가 허웅 선생의 업적을 낭독하고 참석자들이 함께 태극기를 든 채 '나라사랑 한글사랑 거리 행진'을 펼치기로 했다.

생가 인근 주민 김모(32) 씨는 "일제강점기 한글 연구에 매진한 한글학계 큰 별인 허웅 선생 생가 터인 줄 안내판을 보고 알게 됐다"라며 "김해에 반듯한 한글학당이 조속히 세워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허웅 선생은 부산 동래고등학교를 졸업, 연희전문학교 문과를 수학했으며 연세대와 서울대 교수, 한글학회 이사장 등을 지냈다.

선생은 <국어 음운학>, <20세기 우리말의 형태론> 등 많은 저서와 '남북 분단의 언어학', '한국어의 구조와 발달' 등 논문을 남기는 등 평생을 한글 사랑에 바쳤다. /연합뉴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