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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박철준·김희연 부부

혼자 맥주 마시려 들른 술집, 우연히 아는 외국인 만나 합석, 함께 있던 희연 씨에 반해 대시

남석형 기자 nam@idomin.com 2015년 08월 31일 월요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옛 남성동파출소 아래에는 'if'라는 술집이 있다. 이곳에서 연이 되어 결혼까지 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된다. 1998년 결혼한 마흔여덟 동갑내기 부부 박철준·김희연(창원시 마산합포구) 씨 또한 그러하다.

1996년. 서울에 있다가 고향 마산으로 돌아와 직장에 다니던 철준 씨는 저녁에 어학 공부를 했다. 공부 도와주던 외국인 선생은 케밥식당을 운영했다. 어느 날 철준 씨가 그곳에 놀러 갔다가 '운명(?)'의 한 외국인을 알게 된다.

"고든이라는 캐나다 사람이었는데요, 제가 한국어 가르치는 강사인 줄 착각하고 말을 걸어온 거였죠. 그게 계기가 되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동안 나누었죠."

고든과의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헤어졌다. 그날 저녁, 철준 씨는 혼자 맥주 한잔하기 위해 술집 'if'로 향했다. 낮에 만났던 외국인이 또 한 번 눈앞에 있었다.

"고든이 MBC 피디, 그리고 한국인 여자와 함께 있는 겁니다. 반가운 마음에 제가 먼저 합석하자고 한 거죠."

부부는 11살 된 외동딸과 늘 함께 시간을 보낸다.

고든의 운명적인 안내에 따라 철준 씨 시선은 한국인 여자로 향했다. 아내 희연 씨다.

"이전까지 눈빛이 초롱초롱하지 않거나 맑지 않은 여자한테는 감정이 가지 않았어요. 좀 우아하고 똑똑한 눈빛에 대한 환상이 있었던 거죠. 그런데 아내 눈빛이 딱 그렇더군요. 영악한 것이 아닌 맑은 눈이었어요. 그 자리에서 삐삐번호를 알아냈죠."

그때는 술 한잔 했을 때 느낌인 줄로만 알았다. 다음날 회사에서 일하는 도중, 갑자기 만나고 싶은 마음이 샘솟았다. 곧장 삐삐로 연락했다.

희연 씨는 썩 내키는 마음이 아니었다. 철준 씨는 굴하지 않고 정성을 쏟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저녁 출·퇴근 시키며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이야기 나누다 보니 마산성호초등학교 동창이라는 사실도 알았다. 아내는 5학년 때 전학을 왔기에 서로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었다. 졸업 앨범을 들여다봐도 낯설었다. 하지만 철준 씨에게는 의미부여하기 충분했다. '학교도 같고, 집도 불과 200~300m 거리였으니 마산 창동에서 숱하게 스쳐 지났을 것이다. 뒤늦게 인연이 되어 이렇게 다시 만난 것'이라고 했다.

그러한 철준 씨 앞에 희연 씨도 결국 마음을 열었다. 철준 씨는 희연 씨에게 '눈빛에 반했다'라는 말을 하기에 앞서 '얼굴은 예쁘지 않았지만'이라는 단서를 달았다가 혼(?)이 나기도 했다. 그렇게 1년 6개월간 알콩달콩 연애를 하다 결혼했다.

처음 만났던 장소 'if', 둘은 10년 만에 다시 찾아 옛 추억을 되새기기도 했다. 그곳 사장님은 '연애·결혼한다고 그 이후로는 한 번도 안 왔나 보네'라며 핀잔을 주었다.

어떻게 보면 'if'는 하나의 공간이었고, 둘을 엮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고든'이라는 외국인이다.

"당시 아내가 일 때문에 고든-MBC피디를 연결해 준다고 'if'에 함께 있었다고 합니다. if 단골인 MBC 피디도 이전부터 알던 사이였어요. 하지만 고든이 그 자리에 없었다면 합석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그렇다면 지금의 저도 없겠죠. 만나게 될 사람은 그렇게 만나게 되나 봐요."

철준 씨는 고든을 그 뒤로 한두 번 정도 더 볼 수 있었지만, 이후 고국 캐나다로 돌아가면서 연락이 끊겼다고 한다.

철준 씨는 결혼 후 지금까지 매해 아내 생일상을 차린다. 2년 전에는 경남도민일보 '함께 축하해주세요' 코너에 '여보 김희연 씨 우리 오래 같이 삽시다'라는 생일상 사연이 게재되기도 했다. 지난해 생일 때는 나물을 준비하다가 실패했다며 아쉬워한다. 올해 다가오는 생일상은 어떻게 차릴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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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석형 기자

    • 남석형 기자
  • 경제부 기자입니다. 부동산·금융·건축 분야를 맡고 있습니다.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오. 제보뿐만 아니라, 주변 따듯한 이야기도 늘 환영입니다. 휴대전화 010-3597-15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