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한민국 경남여성 (이혜숙·강인순 지음)…광복 후 70년간 지역여성 삶·활동 서술…170여 장 사진 수록

해방을 위해 몸 바쳤던 혁명가부터 우리 주위 평범한 주부까지 역사 속에서 소외되었던 지역여성의 삶을 돌아보는 책이 나왔다.

경상대학교 출판부는 지앤유로컬북스 시리즈 두 번째 책으로 〈나는 대한민국 경남여성〉(382쪽, 1만 8000원)을 펴냈다.

이 책은 해방되던 1945년부터 현재인 2015년까지 경남지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경남여성 70년의 삶과 도전의 역사를 10년 단위로 밝힌다. 경상대학교 사회학과 이혜숙 교수와 경남대학교 사회학과 강인순 교수가 공동집필했다.

자칫 역사는 승자 중심, 남성 중심이 될 수밖에 없지만, 그 이면에는 누구보다 치열한 삶을 살았던 여성이 있음을 이 책은 보여준다.

〈나는 대한민국 경남여성〉은 서울과 남성 중심의 역사 서술에서 벗어나 그동안 잊혔던 지역 여성들의 삶과 활동을 밝혀내고 있다. 특히 경남여성의 역사를 전체적인 한국사회 변화의 맥락 속에서 다루면서도 경남여성 삶의 지역적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별한 여성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평범하게 살았던 여성 이야기를 폭넓게 다루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각종 자료들을 활용해 해방 이후 10년을 단위로 각 시기별로 주제나 특성을 살려 서술했다.

최근 흥행가도를 달린 영화 <암살>에는 김원봉(1898~1958) 선생이 등장한다. 김원봉 선생의 부인은 박차정(1910~1944) 의사다. 박차정은 국내에서 항일운동을 주도하다가 일제에 의해 옥고를 치른다. 그후 중국으로 망명하여 1931년 김원봉과 결혼한다. 박차정은 남편과 함께 조선혁명간부학교를 설립해 여자 교관으로 활동하고 민족혁명당 부인회를 결성한다. 이후 조선의용대 복무단장으로 중국 강서성 곤륜산에서 일본군과 전투 중에 총상을 입고 그 후유증으로 해방을 한 해 앞둔 1944년에 만 34살의 젊은 나이로 순국한다.

1936년 마산여자고등학교의 기숙사 식사시간 모습. /경상대 출판부

이 책에는 박차정을 비롯해 모두 210여 명의 경남여성이 등장한다. 일제강점기 혁명가부터 우리 주위의 평범한 주부까지 각계각층 경남여성의 다양한 삶을 다루고 있다.

박차정에 이어 사회주의 여성운동가 권은해, 항일여성사회운동가 한신광, 최후의 빨치산 정순덕 등 우리 현대사에 이름을 남긴 경남의 여성들이 거론된다. 이들 굵직한 인물뿐만 아니라 여자 운전사 김미순, 여자 면도사 문향숙, 여자 은행원 김영란 등 1970년대의 여성 직장인과 양재 하는 박수자, 편물 짜는 김행혜 등 부업하는 평범한 여성들도 소개하고 있다.

또 가톨릭여성회관 초대 관장 하마리아, 복싱계 최초 여성이사 조창순, 진주 검무 인간문화재 김수악, 고성 농요 인간문화재 유영례, 한국수미다 노동조합을 결성한 황현자와 정현숙, 지역여성 노동운동의 대들보 이경숙, 노동자 출신 경남 최초 지역구 여성의원 이종엽, NGO활동가에서 의정활동가로 변신한 임경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경남여성들의 삶을 다룬다.

특히 170여 장에 이르는 풍부한 사진자료들이 눈길을 끈다.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전후, 한국전쟁, 4·19혁명, 산업화와 민주화, 부마항쟁 등에 이르기까지의 사진들이 들어 있다. 이들 사진만 봐도 경남여성 70년의 살아온 과정과 그 시대의 모습을 읽어낼 수 있다.

1977년 밀양 무안중 학생들의 우리말 순화운동. /경상대 출판부

저자 이혜숙 교수는 진주여성민우회 공동대표, 경남도의회 여성특별위원회 자문위원, 경남여성인권특별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으며 경상대학교 여성연구소 초대 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여성과 사회> <미군정기 지배구조와 한국 사회> <지방자치와 지역여성의 전망> 등, 논문으로는 <지방분권과 지역여성의 전망>, <지역여성 운동의 조직과 세력화의 전망> 등이 있다.

강인순 교수는 한국여성학회 이사, 한국사회학회 이사, 한국비판사회학회 회장, 경남여성인권특별위원회 자문위원,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심의위원회 심의위원 등을 지냈다. 저서로 〈한국여성노동자운동사2〉 〈여성시민권과 사회정책(공저)〉, 논문으로는 <1980년대 이후 한국 여성노동자운동>, <마산 창원지역 여성운동 현황과 과제>, <창원지역 시민운동의 조직화와 대두> 등이 있다.

경상대학교 출판부는 출간을 기념해 내달 10일 저녁 7시 경상대학교 대경학술관에서 북 콘서트를 개최한다. 저자인 이혜숙·강인순 교수와 패널 3명이 참석해 경남여성의 어제와 오늘에 관한 토크쇼를 진행할 예정이다. 북 콘서트에서는 여성단체의 공연과 일제강점기부터 오늘날까지 추억의 70년 사진전도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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