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민낯 드러낸 준전시상태 도발 유감…남북 소통해 한·중·일 외교에 활용해야

벼랑 끝 전술, 화전 양면술. 북한은 국제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불리한 상황이 되면 남북 관계를 극한 상황으로 몰고 가는 '벼랑 끝 전술'로 실리를 얻곤 했다. 극한 상황을 푸는 과정은 대화와 전쟁 두 가지 전략을 동시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지난 20일 오후 북한군 포격으로 전시 상황이 된 남한은 '전쟁'이란 단어를 떠올리며 주말을 보냈다. 늘 화전양면술을 써왔던 북한 지략에 국민은 이제 전쟁이란 단어에 둔감해졌다. 만에 하나 사실일 수도 있지만 '양치기 소년(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거짓말'쯤으로 치부하는 모양새다. 특히 경남은 진돗개 하나가 발령된 경기도 연천 등 최전방 지역에 비해 무덤덤하고 전쟁 걱정이 덜한 지역에 속한다. 물론 창원지역은 방산업체가 많아서 전쟁이 날 경우 전국 1순위 포격 대상지로 꼽힌다는 점에선 최전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북한이 벼랑 끝 전술을 펴는 것은 경제적으로 힘들어 남한에 손을 벌리는 것이고, 한편으론 공포정치(전쟁위기)를 통해 북한 주민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는 측면이 강하다는 게 일반론이다.

그런 측면에서 북한의 이번 전술은 북한의 민낯을 어느 정도 드러내줬다. 최근 잇따라 남북의 군사적 긴장 상태를 만든 쪽은 북한이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가 북한을 방문하던 중에 목함 지뢰 사건을 일으켰고, 목함 지뢰 사건에 맞서 남한이 대북확성기를 가동하자 포탄을 쐈다. 포격 이후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기 1시간 전인 21일 오후 4시 남한에 통지문을 보내 고위급 접촉을 제안한 것도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다. 뭔가 아쉬운 게 있다는 신호다. 요즘 젊은이들 은어인 '관종(관심종자)'으로 표현할 만하다. 남한 북쪽에 북한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느냐고 묻는 '목적 있는 도발'인 셈이다. 남한과 얘기를 좀 해서 실리 물꼬를 터야 하는데, 남한이 먼저 손을 내밀지도 않고 답답해서 북한이 먼저 과격한 대시(?)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박근혜 정부의 민낯도 고스란히 드러나버렸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자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았고, 수많은 충고가 있었음에도 남북정상회담 제안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한·중·일 외교 틈바구니 속에 놓인 남한이 분쟁극을 일삼는 북한과 정치적으로 소통하고, 북한을 강대국과 외교관계를 긍정적으로 이끌어내는 매개체로 삼았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해야 할 게 뭔지 조사한 기자들(한국기자협회 창립 51주년 기자 300명 여론조사) 답변에서도 아쉬움이 나타난다. 기자들 32.6%가 '남북정상회담 제안'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다음으로 5·24 조치 해제(26.1%), 개성공단 활성화(19.9%), 금강산 관광 재개(13.4%), 대북심리전단 살포 중단(3.4%)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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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날로 악화하는 경제적 처지, 고립된 정치외교적 상황을 타개하려면 남한의 도움이 가장 필요하다는 걸 직시하고 있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가 남북문제에 너무 오랫동안 침묵하는 걸 깨트리고 싶었던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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