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올 6월 적조 출현 27만 3000마리 폐사·6억여 원 피해…양식장 외해 대피 처음 시도, 파도 취약 '단점'

적조 대안으로 올해 처음 통영에서 어장 자체를 외해로 옮기는 방안이 추진됐다. 하지만 외해가 적조에는 안전하지만 태풍 등 파도에 취약하고 목재 가두리는 이동 자체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방류를 통해 '죽이지 않고 살리는' 것이 인도적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지만 어민 고민은 깊다.

적조 대재앙이 있었던 지난 2013년 통영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은 "매년 이렇게 엄청난 피해를 겪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겠다"라고 약속했지만 이런 상황은 반복되고 있다.

◇황토 살포 여전히 논란

적조 방제를 위해 황토가 효과가 '있다' '없다' 또는, '그나마 황토밖에 없다'는 황토 살포 논란이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적조 방제를 위한 황토 살포는 1970년대와 80년대 일본 과학자들이 점토가 적조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이래 1996년 이후 국내 살포가 시작됐다.

황토는 적조 생물인 코클로디니움과 흡착해 가라앉거나 적조생물의 외부 점액질 부분 이음쇠를 끊어지게 하면서 번식 억제 효과를 보인다. 하지만 적조생물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함께 공급하는 효과가 있다는 보고 등이 있고, 황토 살포를 시작한 일본에서조차 살포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17일 적조경보가 내려진 거제시 남부면 저구리 가두리양식장에서 참돔 수십만 마리가 집단 폐사하자 한 어민이 물 위에 떠오른 어류를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2013년 박준영 전 전남지사가 황토 방제 효과가 크지 않다는 학계 주장을 받아들여 살포를 중단한 예가 있지만 1년 후 생 황토보다 효과가 좋은 분말황토 살포를 다시 시작했다.

경남 전역 5년간 황토 살포량은 2011년 적조가 나타나지 않았고 2012년 1만 3000t, 2013년 4만 9024t, 2014년 1만 8124t을 살포했다. 올 들어 경남도는 적조 방제를 위해 20일 현재 선박 2895척과 인력 8988명을 동원해 총 1만 3361t의 황토를 살포했다.

◇가두리 통째로 옮긴다

황토 살포 방법 외에 적조 피해가 가장 큰 통영은 적조가 발생한 해역 가두리 양식장을 '통째로' 옮겨버리는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목재 가두리에서 2013년 10억 원 이상 손해를 본 통영 양식어민 임정택 씨는 정부지원 70%를 받아 폴리에틸렌(PE) 가두리양식장을 마련했다. 하지만 임 씨처럼 가두리를 현대화한 어가가 30%밖에 되지 않고 내구성이 약해 파도에 파손 가능성이 큰 목재 가두리가 70%를 차지하면서 어장 이동은 일부 어가에만 해당하는 사항이 됐다.

통영시 가두리 양식장은 5160조(1조가 4칸)이지만 PE재질 보급은 30%인 1540조다.

통영시 어업진흥과 김영복 과장은 "가두리를 PE재질로 바꾸면 정부가 70%를 보조해주지만 어민들이 30% 자부담에 대한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 5년 이내 80~90%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죽이지 않고 살린다

방류를 통해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집단폐사 후 얼마를 보상받기보다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방류를 하고 보험 등을 통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하지만 지자체 보상이 피해 전부를 보상하는 것이 아닌 양식을 할 수 있게 '복구를 해준다'는 개념이기 때문에 어가는 최대 5000만 원이 지원한도이고 새끼 우럭은 402원, 어미 우럭은 1880원을 지원하는 수준이다. 이런 이유로 팔 수 있는 큰 물고기를 방류한다는 것은 어민 처지에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방류 예는 2013년 적조 당시 남해군 미조면 양식 어가가 참돔 10만여 마리를 군이 사들여 외해에 방류했다. 올해도 지난 17일 남해군 서면 가두리양식장 두 어가가 감성돔 31만 마리를 긴급 방류했다.

경남지역 대학 ㄱ 교수는 "살릴 수 있는 물고기를 폐사시키는 것은 어민 책임도 있다. 제도적으로 물고기를 죽이지 않게 해야 하고 보상액수를 높여 어류를 살려 방류하게 해야 한다. 적조에 대한 보험을 의무화해야 하고 살릴 수 있는 생명을 죽여서 돈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통영의 양식사육 어가 보험 가입률은 34% 정도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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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형 양식장 제작 포기

이 밖에 통영에서는 진의장 전 통영시장이 엘리베이터형 가두리 양식 시설을 만드는 것을 연구했지만 중단한 사례가 있다. 이 원리는 저녁엔 수면 아래로 내려가고 해가 뜨면 물 위로 오르는 적조 생물의 성질을 이용한 것이다.

현 김동진 시장은 가두리 양식장을 적조가 잘 나타나지 않는 먼바다로 옮겨 무인 시스템을 도입해 자동으로 사료를 배급하고 관리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2013년 최악 '대책 없어'

통영을 비롯한 남해안 유해성 적조생물 코클로디니움은 올 6월 처음 출현했다. 이후 수온상승과 일사량 증가 등으로 17일 거제도 저구안에서 33만 2000마리의 떼죽음이 신고됐다. 집단폐사 후 통영시 산양읍과 한산면 가두리 양식장 3곳 62만 마리를 외해로 대피시켰다.

이어 19일 남해와 거제도 연안에서 집단폐사가 발생했다.

최근 5년간 경남도 적조 피해는 2011년 적조가 나타나지 않았고 2012년 72만 6000마리가 폐사해 피해액은 10억 4900만 원 정도였다. 최악을 기록했던 2013년 242건(2506만 8000마리), 216억 9300만 원이었다. 이 중 80% 이상이 통영에서 생긴 적조 피해였고, 지난해는 65건(477만 3000마리), 63억 2300만 원의 피해액을 기록했지만 남해군 피해가 컸다. 올해는 19일 현재 27만 3000마리가 폐사했고 6억 4460만 원 정도 피해를 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적조 기록

적조 발생 원인 규명은 아직도 되지 않고 있다. 국내에는 1960년 이후 적조 조사가 시작됐고 진해만에서 70년 중반까지 100회 이상 관찰됐다.

국내 적조 생물 코클로디니움은 1995년 대규모로 발생했다.

<성경 출애굽기>에 '물이 핏빛으로 변하여 물고기가 죽었다'는 내용이 있고, 1830년 찰스 다윈이 비글호를 타고 여행을 하다 적조를 관찰하기도 했다. <삼국사기>에는 '동해 남부 바닷물이 붉은색으로 변하고 물고기가 죽었다'는 기사와 <조선왕조실록> '경상도 진해 등 바닷물이 붉게 변하고, 수족(水族)이 모두 죽었다'와 같은 기록이 여러 차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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