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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과 물로 냉난방 해결…원전 없는 오스트리아

[에너지 자립으로 가는 길] (6) 잘츠부르크 협주곡

이일균 기자 iglee@idomin.com 2015년 08월 13일 목요일

오스트리아 할왕시 문화센터는 화석연료 사용량 0, 온실가스 배출량 0, 에너지 사용비용 0로 패시브 하우스의 전형이었습니다. 패시브(passive)라는 말은 '들어온 열은 절대 내보내지 않는다'라는 의미의 에너지 저감 건축물 별칭이죠.

그런데 여기서 한국 기자들은 상처를 좀 입었습니다. 건물 건축사인 쿠스트 씨가 "한국엔 물리학자가 없냐"라고 조크를 날렸거든요. 단열이나 에너지 소비는 생각지도 않고 통유리 건물을 지어대는 한국, 창문 밖이 아닌 창문 안에다 커튼(블라인드)을 설치하는 한국을 빗댄 건데요. 그 이유가 재미있었습니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는 모차르트의 고향이죠. 잘츠부르크에서는 그의 피아노 협주곡처럼 민간과 기업, 기관이 에너지 자립 협주곡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짧은 시간 취재에 선율까지 음미할 순 없었지만, 잘츠부르크주 정부가 운영하는 공기업 형태의 에너지컨설팅부와 에너지증명서 발급, 온라인 '제우스플랫폼' 운영 등은 독특했습니다.

"한국엔 물리학자도 없냐?"

잘츠부르크주 할왕시의 건축사 하랄드 쿠스트 씨 별칭은 에너지자립 하우스 플래너입니다. 액티브·패시브하우스(이하 패시브하우스) 설계 전문 건축사죠. 오스트리아 전체에서 이미 30곳을 완료했고, 10곳을 시공 중이라고 했습니다.

▲할왕문화센터 동쪽 유리벽면에는 단열을 위해 커튼(블라인드)이 창밖에 설치돼 있다. /공동취재단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친환경 신재생에너지의 세계적 조류' 공동취재단은 7월 7일 오후 할왕시 문화센터에서 그를 만났습니다. 이곳을 할왕시 지원으로 지었으니 쿠스트 씨 또한 에너지 협주곡 연주자입니다. 쉽게 말해 이 건물 겨울철 난방은 태양열을 모아서 하고, 여름철 냉방은 지하 저장고에 빗물을 모아서 합니다. 그게 화석연료 0, 이산화탄소 배출 0, 투입 에너지비용 0의 비결이라는군요.

문화센터는 전체 면적 1538㎡의 2층 건물입니다. 쿠스트 씨 부부가 문화센터 내부로 기자들을 안내한 게 어찌나 반갑던지…. 바깥 기온이 영상 36도였거든요.

건물 안은 22도였죠. 건물 밑에 40㎝ 두께 콘크리트 덩어리를 깔고 그 위에 열과 빗물이 흐르는 수많은 관을 얹은 게 냉·난방 핵심이라는군요. 한국 온돌처럼 천천히 데워지고 천천히 식는 원리를 적용한 거죠. 벽에도 25㎝ 콘크리트 블록이 단열재 역할을 하고, 지붕은 나무로 돼 있습니다.

쿠스트 씨가 창을 가리켰습니다. 한국 건물과 달리 커튼이 창밖에 설치돼 있네요. 그리고는 "한국은 창 안에 커튼을 설치하는 걸로 아는데 단열을 생각하면 왜 그렇게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고개를 돌리는군요. "혹시 한국엔 물리학자가 없는 것 아니냐"며 조크도 던지네요.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는 통유리 건물에 대해서는 아예 외면해버렸습니다.

지상 1층 공연장은 480명 수용 규모로 내부 공기의 조화로 온도를 조절합니다. 시간당 8000㎥의 공기를 순환시킵니다. 그래서 바닥온도가 20~24도로 유지된다는군요.

지하 1층 기술실로 기자들을 데리고 가더니 "이 건물 심장"이라는군요. 2개의 축열로는 각각 난방과 온수를 담당합니다. 공기공조시스템은 열의 80%를 차가운 공기에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쿠스트 씨의 지론은 "재생에너지 활용 방법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는 것입니다.

오스트리아 할왕문화센터 기계실을 안내한 쿠스트 건축사.

끝에 이런 말을 하더군요. "자식들을 생각할 때 오스트리아에 단 하나의 원전도 가동되지 않는다는 게 자랑스럽다." 그러고는 "이전에는 건물을 세우고 돈을 버는데 혈안이 됐던 오스트리아 산업체들이 재생에너지 활용 쪽으로 생각을 바꾸고 있다. 하느님께 감사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에 23기의 원자력발전소가 가동 중인 점을 아는지 모르는지 쿠스트 씨는 천연덕스럽더군요. 기자들은 별로 할 말이 없었습니다.

모차르트처럼 에너지 사용

공동취재단은 그에 앞서 오전 11시 30분에 잘츠부르크 에너지컨설팅부 게오르그 토르 국장을 만났습니다.

바깥 온도 영상 34도로 실내가 후끈했지만 에어컨을 켜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더운 날이 될 거다"라는 그의 인사로 미팅이 시작됐죠.

토르 국장은 우선 "에너지컨설팅부는 잘츠부르크 시민의 에너지 효율화 방안을 무료로 컨설팅한다. 주택과 건물주, 새 건물을 지으려는 사람이 대상"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컨설팅은 모든 집에 부착하는 '에너지증명서'에 근거해서 합니다. 유럽연합 내 모든 나라에서 발급하는 에너지증명서에는 사용량과 함께 효율성 정도, 난방·냉방·전기 등 부문별 사용량, 이산화탄소 발생량 등이 기재됩니다.

자동차 연비를 나타내주듯 주택 연비를 체크해주는 거죠. 컨설팅은 구체적입니다. 어떤 단열재 창호를 쓰고, 열 손실이 어디서 발생하는지, 개선점은 무엇인지 조언합니다. 건축자재 중 환경 친화적인 것, 폐기할 때 재활용 여부, 보일러 등 자재별 에너지 손실 등의 정보가 제공됩니다.

이어 토르 국장은 주 정부의 에너지자립 장기계획을 소개했습니다. 계획은 2050년까지로, 10년 단위 세부계획이 있습니다. 2020년까지는 온실가스를 30% 줄이고, 재생에너지 이용률을 50%로 늘린다는 것이 목표였어요.

신재생에너지 공동취재단이 바깥 온도가 36도인데도 에어컨을 켜지 않는 잘츠부르크 에너지컨설팅부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듣고 있다.

이를 위해 두 가지 실행과제가 제시됐습니다. '모든 관공서 에너지는 수력과 태양광·태양열 등 재생가능에너지나 지역난방으로 해결한다. 또 하나, 소비를 줄인다.'

다음으로 소개한 것이 온라인 '제우스플랫폼'이었습니다. 'EPC'라는 계산 프로그램을 활용해 최신 통계가 자동 업데이트됩니다. 프로그램에는 건축자재 설비 등도 들어 있죠. 증명서 발급과 함께 지원방안까지 함께 제공됩니다. 보일러, 열펌프 등의 기준 규격과 에너지소비량, 해당 가구·건물의 실태가 생생하게 비교됩니다.

토르 국장은 "잘츠부르크주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50% 이상이 가정과 건물이다. 결국 이를 관리하지 않으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면서 "시스템을 통해 비교하지 않으면 뭐가 문제인지 모른다"고 설명했습니다.

에너지컨설팅부는 1992년 이후 오스트리아 주마다 설치됐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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