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선택 조건, 교통보다 자연과 공존…떠나는 도시-찾는 도시 기준 파악해야

보름 전에 창원 상남동에서 김해 장유 율하로 이사를 했다. 이사하기 전 오랫동안 주거환경이나 교통을 신중하게 고려했다. 물론 자가용이 있다는 전제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 번잡스럽고 공기가 텁텁한 창원 상남동에서 벗어나보자는 의지도 강했다. 이사하고 보니 창원에 살 때는 관심 두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출퇴근하기 번거로울 텐데 왜 이사했느냐는 것이다. 실제 출근 때 자가용으로 오전 7시쯤 전후 창원터널을 통과해 도청까지 가려면 30분가량 걸린다. 창원 상남동에서 도청 가는 거리보다 20분 더 걸리는 셈이다. 마산 양덕동 회사까지 가는 데는 30분, 창원서 가는 것보다 10분 더 걸린다. 창원터널이 막히는 시간대이거나 집에서 출발하는 시간이 늦어지면 1100원을 내고 불모산터널을 활용한다. 퇴근할 땐 창원터널로 30~35분가량 걸린다.

비용 측면에서 더 드는 것은 대리운전비다. 마산에서 창원 상남동까지 대리비는 1만 3000~1만 5000원인데, 마산서 율하까지는 2만 원이다. 마산서 출발해 창원에서 한 명 태우고 율하까지 가면 2만 4000원이다.

차 없는 사람은 더 불편할 수 있다. 시내버스를 타고 창원으로 가려면 50분 정도 걸린다. 시내버스 배차 간격도 길고 창원서 율하로 들어오는 막차도 오후 10시 30분쯤 끊긴다.

그럼에도, 이 모든 불편함을 상쇄해주는 것은 자연과 공존 가능한 주거환경이다. 우선 창원 상남동과 김해 율하의 공기가 확연히 다르다. 상남동에서 아침에 걷거나 자전거를 타려면 할 수 없이 매연을 마시게 된다. 아파트 단지 내 공원은 연속해서 뺑뺑이 돌아야 하는 구조이고, 상남도서관 맞은편 작은 동산에 올라가야만 조금 숨통이 트인다.

하지만 율하는 아파트 단지마다 하천 주변에 공원과 숲이 만들어져 있어서 하천만 따라 걸으면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도시 전체를 모두 구경할 수 있다.

무엇보다 율하는 삶의 여유와 휴식을 만끽하기 좋다. 집에서 5분 거리인 율하천에 발 담그고 맥주 한 잔 커피 한 잔 마실 수 있는 분위기가 좋고, 율하 구석구석에서 뜬금없이 나타나는 청동기 유적도 흥미롭다.

며칠 살아보지도 않고 율하 예찬론을 펴는 까닭은 더이상 교통이 복잡해지거나 건축물이 많아지지 않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다. 이미 율하 2지구엔 대규모 아파트 분양이 시작됐고, 롯데 워터파크 앞은 호텔 등 공사가 한창이다. 건물이 많아지고 개발 붐이 일수록 주거환경은 내팽개쳐지기 일쑤다. 콘크리트 건축물이 많아지면 그만큼 도시 기온도 높아지고 공기도 탁해지며 지속가능한 도시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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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은 창원시에 비해 김해 율하는 자전거 타기 좋은 조건을 갖췄는데도 김해시에서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다. 자전거 같은 친환경 교통이 활성화되면 좋겠다. 율하로 이사했다니까 창원시 공무원인 친구가 "창원시 인구 줄어드는데 왜 이사 갔노?"라고 했다. 사람들이 떠나는 도시와 사람들이 찾는 도시는 어떤 기준으로 구분되는지, 자치단체장들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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