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에서 꺼낸 이야기]의원직 상실 전력에도 기부행위 '결정적'…전직 기자 2명에 4차례 210만 원 직접 전달

피고인은 모두 넷. 김맹곤 김해시장과 전 비서실장 ㄱ(46) 씨, 전직 기자 ㄴ(44)·ㄷ(60) 씨다.

검찰은 지난해 6·4지방선거 직전 4회에 걸쳐 김 시장이 전직 기자 2명에게 모두 210만 원을 주었다는 혐의로 이들을 지난해 기소했다.

지난 1월 15일 창원지방법원 1심 재판부는 혐의 모두를 유죄로 인정했다. 당시 선고량은 김 시장 징역 6월·집행유예 2년으로 당선무효 형. ㄱ 씨는 벌금 500만 원, ㄷ 씨는 벌금 200만 원이었다. 돈 수수 사실에 대해 자수한 ㄴ 씨는 벌금 80만 원이었다.

지난 11일 오후 3시 부산고등법원 창원제1형사부(재판장 윤종구)의 항소심 판결문은 모두 20쪽. 순서대로 핵심을 읽으면 이 사건 쟁점과 재판부 판단을 알 수 있다.

먼저 김 시장과 ㄱ·ㄷ 씨가 항소한 이유가 나온다. 김 시장 항소 요지는 ㄴ 씨를 '선거구민 연고자'로 판단한 1심 판결의 사실 오인 또는 법리 오해, ㄴ·ㄷ 씨의 진술과 증거에 의존한 돈 제공 유죄 인정부분 오류, 양형 부당 등이었다. 선거구민 부분에 대해 김 시장은 'ㄴ 씨가 김해시장 선거구민과 혈연적·인간적 관계가 없으므로 공직선거법 상 기부행위의 상대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지난 11일 오후 법정을 나오고 있는 김맹곤 김해시장. /이일균 기자

이에 대한 재판부 판단이 이번 판결의 핵심이었다. 우선 ㄴ 씨가 '선거구민 연고자'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2006도9043) 등을 근거로 연고자로 판단했다. 김 시장은 ㄴ씨의 주소와 주거지가 김해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재판부는 김해지역 언론사 기자였기에 충분히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음은 김 시장의 금품제공 사실에 대한 관련자들 진술의 신빙성 여부 판단으로 역시 핵심 쟁점이다.

재판부는 'ㄴ·ㄷ 씨는 돈을 받은 일시·장소·횟수·금액 및 동행한 사람과 당시 정황 등에 관해 상세하게 진술하고 있고, 진술 내용도 합리성·객관적 상당성·전후 일관성을 갖추고 있다'고 인정했다.

부정적 요인도 병기했다. 'ㄴ의 경찰·검찰 진술, 원심 법정진술, 당심 법정진술이 완벽히 일치되지 않는다는 사정, ㄴ이 돈 봉투를 받고자 김 시장을 찾아간 적도 있다는 사정,ㄴ이 돈 봉투를 받은 즉시 수사기관에 제보하지 않고 보관하게 된 경위가 단지 선거가 끝나면 돌려주기 위해서라든가, 일단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이를 유리하게 이용해 보겠다는 정도에 불과하다는 사정' 등이었다.

이런 사정만으로는 애초 금품제공 진술 자체의 신빙성을 부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이었다. ㄷ 씨 진술이 번복 이후 오히려 일관성·합리성을 잃었다는 판단은 1심과 같았다. 그 이유를 설명한 부분이 주목된다. 김 시장이 ㄴ 씨 진술은 허위이고, 그 배후에 지난해 새누리당 김해시장 후보가 있다고 주장하는 점에 대한 재판부 판단이 나온다.

'(김 시장 측은)이 사건은 모두 상대편 후보자였던 새누리당 김해시장 후보 ㄹ과 그 측근들이 허위로 조작해 기획한 일이라고 주장하면서 2014년 8월 4일 ㄷ과 ㄹ 사이의 대화 녹취록, ㄷ의 수첩 속 메모 자료를 제출하였으나, 이를 ㄹ과 그 측근들이 ㄴ·ㄷ에게 허위 사실을 제보할 것을 지시·권유·회유하는 자료로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녹취록에 의하더라도, ㄴ에 이어 ㄷ도 수사기관에 이 사건을 제보하는 것 자체에 관한 내용만 있을 뿐 허위 제보를 하였다든가, ㄹ이 ㄷ과 어떻게 허위 제보를 할 것인가에 관해 구체적으로 모의하거나 허위 제보할 것을 지시·권유·회유하는 등에 관한 내용은 없다'는 판단이었다. 김 시장의 변론 핵심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다음은 김 시장 측이 주장해 온 돈을 준 주체가 시장이 아닌 전 비서실장 ㄱ 씨라는 내용에 대한 재판부 판단이다.

'5월 20일 기부행위와 관련해 ㄷ은 김 시장이 있는 자리에서 ㄱ이 결재판에서 각 30만 원이 든 봉투를 3장 꺼내어 자신과 ㄴ·ㅁ에게 주었다고 진술하고 있는 반면, ㄱ은 시장이 바깥으로 나가 없는 자리에서 주었다고 진술하고 있다'며 일관성 결여를 지적했다.

김 시장 측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역시 중요한 부분이다. 이는 당선무효 여부와 직결된다.

'김 시장은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해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아 의원직을 상실한 전력이 있음에도…. 이 사건 범행은 김해시장 선거 바로 전날까지 수차례에 걸쳐 기부행위를 한 사안으로…실제로 선거에서 2위와 불과 252표라는 근소한 차이로 당선된 점…. 지금까지 범행을 모두 부인하면서 반성을 하고 있지 아니한 점' 등이 양형 이유로 제시됐다.

결국 김 시장 항소는 기각됐다. 원심 선고량 징역 6월·집행유예 2년이 유지된 것이다. ㄱ 씨 항소도 기각. ㄴ·ㄷ 씨는 추징금에 일부 차이가 났다. 김 시장 변호인은 "반드시 상고해야 할 사건이다. 14일쯤에 상고하자는 방침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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