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4 민주노총 총파업 경남대회 열려…노동시장 개악안 저지, 최저임금 1만원, 홍준표 지사 퇴진 등 요구

홍준표 지사 퇴진을 요구하는 경남 노동자들 목소리가 도청 현관 앞에 울려퍼졌다.

노동자·서민 살리기 민주노총 총파업 경남대회가 24일 창원 중앙대로 일대에서 열렸다.

이날 오후 2시 창원시 성산구 외동 창원중앙체육공원 옆 도로는 총파업 대회 참가자 5000여 명이 내뿜는 열기와 함성으로 뜨거웠다.

이번 노동자 대회는 박근혜 정부 독단으로 추진 중인 노동시장 구조개악과 함께 국민 노후를 위협하는 공적연금 개악, 최저임금 1만 원으로 인상, 노동법 전면 적용이라는 4대 구호를 내걸고 전국 16개 도시에서 30만 가까운 인원이 참석한 가운데 일제히 열렸다. 경남에서는 집회 참가자 5000여 명을 비롯해 조합원 교육이나 총회, 연월차, 조퇴 등 우회적 방법으로 참여한 인원을 포함 모두 1만 3000여 명이 참여해 열기를 더했다. 특히 경남은 박근혜 정부 실정과 함께 진주의료원 폐업, 무상급식 도 지원 중단 등 홍준표 지사 독선 행정에 대한 심판 분위기가 더해져 열기가 어느 곳보다 뜨거웠다.

김재명 민주노총 경남본부 본부장은 "오늘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선 것은 생존권을 지키고 소득불평등을 해소해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고자 함이다. 이와 함께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장 구조개악이 오직 사용주에게 더 많은 이익과 더 쉬운 해고, 더 많은 비정규직을 보장하는 법안이라는데 뜻을 같이하고 이런 법안이 정부에 의해 강압적으로 시행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라며 "성완종 리스트로 나타난 기업과 권력자들의 추악한 정경유착 피해는 곧 노동자 몫이 됐다. 정경유착 결과 권력과 정치인이 사용주를 위해 온갖 악법을 만드는 데 쓰였다는 사실을 알고도 노동자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우리는 역사를 저버리기에 이 자리에 섰다"는 대회사를 통해 부패정권과 정권유착, 민주노총 총파업에 대한 탄압을 노골화하는 공안검찰과 박근혜 정권을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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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경남지역본부가 24일 오후 창원시 성산구 동남관리공단 앞 도로에서 4.24 총파업 대회를 열었다. /박일호 기자

세월호 유족인 장훈(단원고 2학년 8반 장준영 군 아버지) 씨는 "지난해 4월 16일 아이들을 물 속에 처박아 놓고 유족에 물대표와 캡사이신을 쏘는 이 정권 앞에 우리는 무릎 꿇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곁에서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는 민주노총 동지들 덕분이다. 이번 총파업이 미래세대와 후손을 위한 일이라는 믿음으로 보답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여러분을 적극 지지한다"고 말해 참가자들 마음을 울렸다. 이어 강종구 민주노총 일반노조 창원시립예술단지회 제1수석 부지회장(합창단 소속)과 가수 김산 씨의 문화 공연이 펼쳐졌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아이들을 기억하는 노래 '천개의 바람'과 '철의 노동자', '파업가', '광야에서' 등 노동가요 등으로 아스팔트 열기에 지친 참가자들 마음에 힘을 북돋았다.

뒤를 이어 연단에 오른 신천섭 금속노조 지부장은 투쟁사에서 "재벌 곳간에 수백조원 자산이 쌓여 있다. 그럼에도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점진적 근로조건 향상을 이뤄 온 노동자 임금과 고용을 이 정부가 내놓으라고 한다"면서 "경제를 살리고 비정규직을 살리려면 노동시장이 아니라 자본시장을 개혁해야 한다. 박근혜(성완종) 게이트로 다시금 고개를 내민 정경유착 고리를 끊고 자본시장 구조개혁으로 잘 사는 사회를 함께 만들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 참가자들은 창원중앙체육공원에서 도청까지 약 3㎞ 거리를 걸어서 행진하며 '노동시장 구조개악 저지', '공적연금 강화와 공무원 연금 개악 중단', '모든 노동자에 근로기준법 적용', '최저임금 1만 원 인상' 등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세월호 진상규명', '부패·비리 온상 박근혜 정권 퇴진', '무상급식 중단 홍준표 지사 심판', '진주의료원 주민투표 성사' 등 구호를 외쳤다.

도청광장 교차로에서 열린 마무리 집회에서는 홍준표 도정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최세현 진주의료원 재개원 주민투표 추진 경남운동본부 공동의장은 "성완종에게 1억 원 수수 의혹을 받는 사면초가 홍준표 지사에게 가장 빠르고 강한 타격이 주민투표"라면서 "오는 6월 28일까지 14만 명만 서명하면 홍준표 지사 끌어내릴 수 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주민투표로 우리의 당당한 주권을 실현해 진주의료원 문 다시 열고, 의무급식 다시 이뤄내자"고 힘줘 말했다.

이난희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창원운동본부장은 "순수 학부모들을 거리로 내 몰고 시위를 하게 한 배후는 아이들 밥그릇을 빼앗은 홍준표 지사"라며 "우리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 눈칫밥 먹는 아이들이 없는 차별 없는 평등 밥상을 실현하는 게 우리 목표다. 홍준표 지사처럼 수돗물로 배를 채워 비뚤어진 아이가 아니라 배부르게 친구랑 밥먹으며 공동체를 존중하는, 못 얻어 먹고 사는 서러움과 차별없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이렇게 나선 나를 종북이라 한다면 종북하겠다"고 말했다.

대표자들은 이날 집회 막바지 홍준표 지사에게 미리 준비한 항의서한을 전하고자 도청으로 향했다. 청사관리요원들이 철문을 걸어잠그고 도청으로 향하는 집회 참가자들을 막아섰으나 역부족이었다. 이내 도청 현관 경찰이 쳐 놓은 차벽 앞에 집회 참가자 700여 명이 모였다. 이 과정에서 도에 항의서한을 전하겠다는 대표자들과 경찰 간에 실랑이가 약간 벌어졌다.

이들은 10여분 간 협상 끝에 도청 고위직이 항의 서한을 대신 받는 것으로 정하고 대표자 몇몇이 차벽을 통과해 도청 현관 앞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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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경남지역본부가 24일 오후 창원시 성산구 동남관리공단 앞 도로에서 4.24 총파업 대회를 열었다. 이날 총파업 대회를 마친 후 조합원들이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도청으로 진입했다. 김재명 본부장이 도청관계자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있다./박일호 기자

항의서한은 신대호 경남도 행정국장이 받았다. 김재명 민주노총 경남본부 본부장은 "자주보는 얼굴이다. 줄을 제대로 선 모양이다. 도둑놈 모시며 고생하지 말고 대신 홍 지사에게 정확히 전달하라. 오늘 들은 도민 목소리대로 사퇴하면 된다. 전달할 때 만약 이 서한대로 하지 않고 이를 무시한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인원이 도청으로 몰려 올 것임을 명심하도록 홍 지사에 당부하라"고 말했다. 이 항의 서한에는 진주의료원 정상화, 의무급식 원상 복귀, 노동자 도시 창원에 걸맞게 현 정권의 노동시장 구조개악에 대한 목소리를 낼 것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은 이날 미리 신고된 장소를 벗어나 집회를 벌인 사람들에 대한 엄정한 잣대로 사법처리할 예정이다. 집회 신고자, 대표자는 물론 채증 자료에 담긴 폭력 행위 가담자를 색출해 신속하게 법적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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