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그 후]'열정의 김석태 체육교사' - 2009년 12월 17일 자 10면 보도

2009년 4월이었다. '파크골프'라는 생활스포츠를 취재했다. 그런데 파크골프보다는 이를 설명해 주는 한 선생님에게 더 관심이 갔다. 밀양 초동중학교 김석태 체육 선생이었다. 늘 가만히 있지 못하는, 말 그대로 '하고잡이'였다.

체육 시간에는 기존 축구·농구 같은 것이 아닌 파크골프·티볼·넷볼·플로어하키 등 뉴스포츠를 접목해 아이들과 시간을 보냈다. 개인적으로는 대한축구협회 3급 심판, 사격 선수, 레크리에이션 강사로 활동했다.

당시 36살이던 그는 "정년이 돼서도 아이들한테 제대로 실기시범을 보여주는 교사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6년여가 흐른 지금, 그는 더 열정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벌여놓은 일도 많았다.

우선 지금 가장 집중하고 있는 게 있다. '스포츠스태킹'이라는 뉴스포츠다. 고도의 순발력·집중력으로 컵을 쌓고 내리는 기록경기로 0.001초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이것을 국내에 도입하고, 또 교육에 접목하는 것은 역시 그의 몫이었다.

"제가 국가대표 감독을 맡고 있습니다. 지난해 아시아 대회에 참가했고, 또 다음 주에는 세계대회를 위해 캐나다로 떠납니다."

밀양 초동중 근무 시절 학교 옆 저수지에서 아이들과 함께. /김석태 씨

이 종목은 전 연령대가 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중학생 나이 때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다고 한다. 6년 전 그를 만났을 때 4살짜리 딸아이도 함께 볼 수 있었다. 이제 10살이다. 이 아이도 아빠와 함께 스포츠스태킹을 같이 하고 있다.

"제가 학교체육에 도입하기 앞서 딸한테 시험 삼아 가르쳤는데, 재미있어하더군요. 이번 캐나다 세계대회에도 함께 참가합니다."

그의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kim.seoktae.98?fref=ts )에는 딸 아이가 스포츠스태킹을 하는 동영상이 있다.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재빨리 컵을 쌓고 옮기는 모습에 입이 쩍 벌어진다. 딸은 지난해 아시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입소문이 나면서 가수 윤도현과 함께 유아·초등 학습지 방송광고를 찍기도 했다.

김 선생은 대한축구협회 심판 자격증도 1급까지 땄다. 그리고 요트 자격증, 스포츠스태킹 1급 지도자 및 심판 자격증, 추크볼 심판 자격증 등도 손에 넣었다. 이런저런 자격증만 20개가 넘는다.

김 선생은 지금 밀양여고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체육 시간에 여학생들이 스포츠스태킹, 외발자전거, 외줄 타기 등 전에 없던 것을 하면서 얼굴도 밝아졌다고 한다.

딸과 함께 스포츠스태킹대회에 출전한 김석태 씨.

"사실 이전에는 체육교사들에 대해 좋지 않은 이미지가 많았잖아요. 저는 이것을 바꿔보고 싶었습니다. 제 자존심이 대충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늘 준비된 수업을 하려 노력하죠. 다행히 환호성 지르며 즐거워하는 아이들 모습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학교에서도 큰 신뢰를 보낸다고 한다. 다음 주 스포츠스태킹 세계대회를 위해 한동안 자리를 비워야 한다. 학교에서는 대체 선생님으로 수업하게 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어느 날은 딸아이와 함께 학교 운동장을 걷고 있었는데, 가슴 뭉클했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저를 보자 학생들이 자기네끼리 '저 선생님 수업이 그렇게 재미있대'라고 하더군요. 그 이야기를 딸도 들었는데, 아빠로서 선생님으로서 마음 벅찼던 기억이 나네요."

6년 전 밝혔던 '정년 때 자신의 모습'은 변함없을 것 같다.

"교감·교장이 되기 위해 교사를 하는 게 아닙니다. 승진에 대한 미련 같은 것도 없습니다. 더 나은 수업과 아이들을 위해 노력하는 지금이 좋고, 또 마지막까지 그 모습을 잃지 않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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