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채운 인생의 '연극 무대'…창원서 연극하다 처음 만난 둘 뚝심있는 남자 태도에 연인으로

창원시 의창구에 사는 고대호(50)·전해자(45) 부부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저희가 닮고 싶은 부부"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그럴 때마다 부부는 "바깥에서만 그런 척하는 쇼윈도 부부"라고 답한다.

물론 겸손의 말씀 되시겠다. 남편을 향한 아내의 마음은 2013년 10월 24일 자 경남도민일보 '함께 축하해주세요'에 잘 담겨 있다.

'결혼 16년 동안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도 많았고, 올 2월 친정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셋째 사위로서 큰일을 해 주시고, 7월 형부가 돌아가셨을 때는 총책임자로 힘든 3일을 보내셨죠. 그렇게 16년 결혼생활 동안 외조에 힘쓰느라 하고 싶은 연기를 제대로 못 하셨죠. 사랑하는 내 남편 고대호 씨! 항상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비록 키는 작지만, 가족을 위해 큰 사람으로 살아가는 우리 남편을 함께 칭찬해 주세요!'

1998년 1월에 결혼한 둘은 연극을 하다 만났다. 극단에서는 데면데면했지만 창원대 평생교육원 연극과에서 함께 공부하며 가까워졌다. 대호 씨는 동료 이상의 감정을 쌓아갔다.

그런데 뭇 남성들이 해자 씨에게 관심을 보이자 위기감을 느껴 '이 여자는 내 사람이니 건들지 마라'고 이야기하고 다녔다. 해자 씨는 그런 대호 씨가 아주 못마땅했다.

"그 나이 때 대개 그렇잖아요. 제 이상형은 키 180cm 넘는, 지금 연예인으로 치자면 이민호 같은 남자였죠. 그런데 이 사람은 키도 작고, 얼굴도 크고, 장남·장손이었어요. '절대로 결혼하지 않아야지'라고 생각했던 사람이었죠. 제가 잘나서가 아니라, 좀 더 좋은 남자가 있지 않을까라는 마음에서 많이 튕겼죠."

그래도 대호 씨 뚝심은 변함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대화를 나누던 도중, 해자 씨가 '결혼 빨리하라는 엄마 성화가 이만저만 아니다'라고 했다.

이 대목에서 둘은 지금도 엇갈린 말을 한다.

해자 씨는 '넋두리 삼아 한 이야기'였다고 주장하는 반면, 대호 씨는 '나랑 사귀자는 의미를 에둘러 한 것'이라고 한다.

어쨌든 그때를 계기로 둘 관계는 발전했다. 한번은 연극무대를 사심으로 가득 채우기도 했다. 극 중 키스신이 있었다. 애초에는 손가락 댄 채 입 맞추는 시늉만 하기로 했다. 대호 씨는 이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실제 격한 키스로 무대를 뜨겁게 달궜다. 그때까지 둘 관계를 모르던 동료 배우·스태프들은 '뭐하는 짓이냐'며 노발대발했다고 한다.

해자 씨가 서울서 공부하던 1년가량은 떨어져 지냈다. 종종 전화로 다투기도 했다. 그러면 창원에 있던 대호 씨가 밤이든 새벽이든 서울로 찾아가기도 했다.

결혼은 아주 갑작스럽게 진행됐다. 해자 씨는 이렇게 전했다.

"서울서 공부할 때 남편이 '아르바이트로 돈 번다고 시간 뺏기지 마라'며 경제적 지원을 해줬죠. 하지만 저는 여전히 결혼에 대한 생각은 없었어요. 그 당시 제가 개그팀 컬트삼총사(현 컬투)를 무척 좋아했는데, 멤버 정찬우 씨가 결혼한 거죠. 더는 서울에 있기 싫어서 1997년 11월에 창원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다 어른들께 인사만 드린다는 생각으로 찾아뵈었는데, (시)어머니께서 상견례 날짜까지 잡으시는 겁니다. 12월 25일 양가 어른들 인사하고, 이듬해 1월 결혼식까지 하게 된 거죠."

결혼식장에 해자 씨는 크지 않은 남편을 배려해 굽 높은 신발을 벗고 맨발로 들어갔다. 당시 배 속에는 아이도 있었다.

지금 고등학교 2학년인 딸은 '아빠·엄마 결혼식에 나도 참가한 거예요'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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