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와 학생 80여 명 항의 집회 열어…무상급식 중단 관련 도내 첫 등교거부…타 학교로 확산될 듯

무상급식 지원 중단에 반발하는 하동지역 학부모들이 단단히 뿔이 났다.

하동군 화개면 쌍계초등학교 학부모와 학생 80여 명은 27일 오전 10시 하동군 지리산관리소 하동분소 주차장에서 경남도의 무상급식 지원 중단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무상급식과 관련해 학부모와 학생들의 등교 거부는 이번이 처음이다.

하동 쌍계초교에 따르면 전교생 39명 중 2명을 제외한 37명이 등교를 하지 않았다. 37명 가운데 1명은 병가, 4명은 조퇴, 2명은 홈스쿨, 30명은 무단결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학습을 신청한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쌍계초교 학교운영위와 학부모회는 무상급식을 지원해달라는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학생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날 학부모와 학생들은 참여 학생들의 풍물 공연을 시작으로 결의문을 낭독하고 주차장에서 쌍계초교까지 1km 정도를 걸으며 거리시위를 했다.

▲ 항의 집회 후 거리행진을 하고 있는 쌍계초등학교 학부모와 학생들./허귀용 기자

학부모회는 무상급식 정상화를 위한 결의문에서 "저희 아이들이 학교 교실에서 여러 가지 학문을 배우고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옳지 못하고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두려워하거나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지켜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 또한 교육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며 등교 거부에 나선 배경을 밝혔다.

이어 "의무교육의 연장선인 무상급식의 소중한 권리를 위해 급식비 납부 거부와 동시에, 급식비지원 하동군 추가경정 예산 확보를 요구하고 학교급식 지원 개정안을 발의하도록 하는 등 무상급식을 지켜내기 위한 노력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시위에 참여한 김수민(6학년) 학생은 "이미 여러 사람이 시위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우리가 시위를 한다고 해서 바뀌지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너무 억울하다. 무상급식은 우리가 주장해야 하고 우리 식판은 우리 스스로 찾아야 한다 생각해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 사진은 항의 집회에 앞서 학생들이 풍물 공연을 벌이는 모습./허귀용 기자

김종관 쌍계초교 학교운영위 위원장은 "등교 거부를 결정한 이후 교육청과 하동군 등으로부터 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압박을 심하게 받았지만 우리 아이들을 생각해 강행하게 됐다. 앞으로 하동지역 다른 학교 학부모와 연대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학부모회와 학생들은 거리 행진에 이어 점심을 먹고 나서 자진 해산했다. 학부모회는 앞으로 2주간 매주 금요일마다 등교 거부에 나설 예정이다.

쌍계초교의 등교 거부는 하동지역 다른 학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화개면 화개초교 왕성분교 학부모들은 무상급식 지원 중단에 반발해 학생들을 인근 구례군 학교 쪽으로 옮기거나 학부모 내에서 재원을 마련해 자체 무상급식을 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청암면 묵계초교 학부모들도 등교 거부에 나설 것인지를 논의하고 있다.

이와 함께 무상급식 지원 중단에 반발하며 하동지역에서 항의 시위와 무상급식 지원 촉구 서명운동 등을 벌여왔던 하동학부모연대는 같은 날 급식비 납부 거부 운동을 선언했다.

하동학부모연대는 하동교육지원청에 전달한 공문에서 "도지사의 말 한마디에 주민의 의사는 묻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무상급식) 포기해버리는 군수와 군의회,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선별급식을 주장하는 이갑재 도의원, 힘없이 무너져버린 교육청에 이르기까지, 우리 학부모들의 원망과 분노가 이르지 않는 곳이 없다"며 "하동지역 학부모들과 함께 급식비 납부 거부 운동 등으로 의무급식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