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들 수로에 설치한 물막이 환경단체와 협의 끝에 제거…돌 쌓아 일정 수량 유지하기로

답답한 속을 시원하게 하는 소식이 있다. 물막이 공사로 막혔던 우포늪 토평천 방향 수로가 다시 뚫렸다.

물이 흐르게 해 늪 생태계를 지키자는 환경단체와 생계가 우선 아니냐며 맞섰던 어민들도 뻥 뚫린 수로처럼 시원하게 손을 맞잡았다.

붕어·잉어 등 고기잡이를 위해 지난 12일 어민들이 막았던 창녕군 유어면 토평천 방향 우포늪 수로는 낙동강유역환경청 민관협의체 회의 끝에 24일 다시 뚫렸다.

굴착기로 물막이 공사를 했던 이방면 안리 소목·장재 마을 어민들과 이에 강하게 반발했던 우포늪자연학교 이인식 교장, 관리기관인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들이 일주일 이상 진통 끝에 머리를 맞댄 성과였다.

우포늪 생태계 건강성 회복을 위한 지역협의체 회의는 지난 19일 열렸다.

지난 24일 우포늪 물막이를 걷어낸 후 예전처럼 물바닥에 돌을 쌓아두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우포늪자연학교

낙동강유역환경청 자연보존팀 박현상 팀장은 "물막이를 걷어내고 예전처럼 큰 돌을 바닥에 놓아두기로 했다. 물은 흐르게 하고 수량은 일정하게 유지하고자 그랬다. 연구용역을 거쳐 앞으로는 겨울철에 물을 빼고, 어로기간인 4월 이후에는 수량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방안을 연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24일 물막이를 걷어내는 작업이 끝난 뒤에는 어민들과 환경단체 관계자가 '형님' '동생' 하면서 '소라도 잡자'고 농담을 주고받았다"고 전했다.

어민인 성영길 이장도 "우포늪도 보호하고 어민들 어업도 할 수 있게 잘 합의가 됐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를 대표한 우포늪자연학교 이인식 교장의 반가움은 더 컸다. 재두루미·장다리물떼새·황새 같은 겨울철새 등 생태계 보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우포늪 물 흐름이 복원된 것이다.

"힘겨운 일주일이었지만 싸우면서 정든다고, 이젠 어민들도 쓰레기도 치우고 헌 그물도 좀 치우면서 살자고 하니까 동의하시더군요. 나무도 새들도 봄바람도 세우며 잠시 환하게 웃었습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