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마을길에 생기를 심었습니다…길 살리고 상권도 살리자 이웃한 가게들 의기투합

그저 평범한 길이었다. 직장인에게는 출퇴근 길로, 학생들에겐 통학길로 쓰이는. 여느 동네에나 있는 집으로 가는 길일 뿐이었다. 그런 길이 지난주 토요일 사람들로 북적였다.

지난 14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삼계숲길에서 '숲길 프리마켓'이 열렸다.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열린 행사장에는 어린이부터 중년 여성까지 20여 명의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모여들었다. 조용했던 마을 길이 모처럼 생기를 찾았다.

누가 이런 이벤트를 생각했을까. 주인공은 최수은(45) 씨다. 행사를 하루 앞둔 지난 13일 그를 만났다.

"삼계숲길을 알리고 싶어서 준비하게 됐어요. 이 길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잘 알지만 다른 분들은 여기에 뭐가 있는지 잘 몰라요."

최 씨는 삼계숲길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그의 가게 옆엔 핸드메이드 공방이, 맞은편에는 옷가게가 있다. 지난 1월 말 최 씨는 이들에게 프리마켓을 제안했다. 가게 주인들은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들의 제품만으로는 프리마켓을 꾸리기엔 품목도, 프로그램도 부족했다.

프리마켓 기획한 최수은 씨

최 씨는 근처에서 미술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친언니와 여동생에게도 권했다. 자매들은 어린이들을 위한 미술 체험 프로그램을 하기로 했다. 또 최 씨는 지인들 가운데 자수를 하는 사람, 쿠키를 만드는 사람, 액세서리를 만드는 사람을 불러모았다. 최 씨는 취미삼아 하던 뜨개질 제품과 재료를 내놓기로 했다. 그렇게 제1회 숲길 프리마켓은 제법 구색을 갖추게 됐다. 첫 행사는 추위가 꽁무니를 빼기 시작하는 3월에 열기로 했다.

개최 날짜를 결정하고나서부터 최 씨는 카페를 운영하면서 차근차근 첫 행사를 준비했다. 인터뷰를 한 날에는 가게 앞에 숲길 프리마켓을 알리는 현수막을 달고 있었다. 최 씨는 행사 날짜가 다가올수록 점점 신경이 쓰였다. 프리마켓이 동네 사람들에게 잘 알려졌을지, 행사 때 날씨가 춥거나 흐리지는 않을지 걱정했다.

그렇게 두 달가량 지나 14일이 찾아왔다. 숲길 프리마켓 첫 행사 당일 최 씨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날씨는 포근했고 찾아오는 사람들도 제법 있어 첫 행사 치고는 꽤나 성공적이었다.

14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삼계숲길에서 열린 숲길 프리마켓 첫 번째 행사. 이를 기획한 최수은 씨는 취미삼아 만든 뜨개질 제품과 재료를 판매했다. /강해중 기자

이날 최 씨와 함께 행사를 준비한 공방 주인 정은혜(32) 씨는 "평소엔 단골 위주로 가게를 찾는데 오늘은 다른 분들도 많이 찾아줘서 좋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옷가게 주인 김주리(44) 씨는 "길을 살린다는 뜻이 의미 깊어 함께하기로 했는데 잘한 것 같다"며 "앞으로 행사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으면 수익금을 불우이웃을 돕는 데 쓰는 등 좋은 곳에 쓰고 싶다"고 밝혔다. 쿠키를 구워 파는 최현영(28) 씨는 "성산구 중앙동 한서병원 앞 프리마켓에 한 번 참가한 경험이 있다. 이번이 두 번째로 참가하는 건데 여러가지 눈요깃거리도 많고 손님들도 많다. 평소엔 다른 곳에 좌판을 벌이는데 거기보다 물건이 더 잘나간다. 앞으로도 계속 참가할 생각"이라며 수줍게 웃었다.

아내와 자녀를 데리고 찾은 남성은 "가까운 데서 열린다기에 와봤다. 아직 제품이나 체험프로그램이 부족한 것 같지만 괜찮은 것 같다. 또 열리면 다시 찾아오겠다"고 제1회 숲길 프리마켓 소감을 밝혔다.

처음 취지는 마을 길을 알리고 상권을 살려보자는 데서 시작했지만 최 씨의 꿈은 거기에 그치지 않는 듯하다.

14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삼계숲길에서 열린 숲길 프리마켓 첫 번째 행사. 이를 기획한 최수은 씨는 취미삼아 만든 뜨개질 제품과 재료를 판매했다. /강해중 기자

"부산 달맞이 아트 프리마켓에 가봤어요. 거기에는 예술가들이 많이 참가하더군요. 우리 숲길 프리마켓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행사가 안착되면 손으로 만드는 모든 공예작품들을 다루는 아트 프리마켓으로 키워보고 싶어요."

소소하게 시작한 첫 행사를 예상외의 성공으로 마친 최 씨는 두 달에 한 번씩 숲길 프리마켓을 열 계획이다.

"너무 자주 열면 식상할 것 같아요. 일상 속의 색다른 이벤트였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격월로 진행하기로 다른 분들과 얘기했어요. 규모가 커지면 회의를 해봐야겠죠."

다가오는 5월 열릴 제2회 숲길 프리마켓은 또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지 기대된다.

14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삼계숲길에서 열린 숲길 프리마켓 첫 번째 행사. 이를 기획한 최수은 씨는 취미삼아 만든 뜨개질 제품과 재료를 판매했다. /강해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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