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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딸기의 반란…회사·농민 먹여살리는 '효자'

[강소농을 찾아서] (87) 산청군 단성면 농업회사법인 썸머힐상사

하청일 기자 haha@idomin.com 2015년 03월 09일 월요일

"이번 강소농은 산청으로 가면 좋겠습니다." 경남도농업기술원 석정태 계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예. 그런데 무슨 농사를 짓는 분입니까?"라는 내 물음에 "이번엔 사람이 아니라 회사"란다.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성공한 농민을 소개하는 코너인데 사람이 아닌 기업이라니 예상하지 못했던 추천이었다. 하지만 석 계장을 믿었다. 지금까지 지역의 많은 강소농을 찾아 소개하는 데 도움을 준 분이기에 추천할 만한 이유가 있으리라 여겼다.

새봄을 시샘하듯 3월 경남에 눈발이 날리던 지난 3일 산청을 찾았다. 지리산을 지척에 둔 지역이라 눈발이 점점 굵어지더니 공장에 들어설 무렵 눈은 함박눈으로 변했다. 그렇게 찾은 곳은 산청군 단성면에 본사를 둔 농업회사법인 썸머힐상사㈜였다.

◇농산물 국내 유통·수출·통신 판매 썸머힐상사 = 먹거리를 취급하는 회사답게 깨끗한 내부 환경이 눈에 확 들어온다.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빠질세라 머리를 감싼 흰 모자를 쓰고 열심히 포장용 상자에 딸기 하나하나를 담는 아주머니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그런데 이상하다. 딸기는 분명한데 보통 과일가게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씨알이 작다. 마치 시골 장터에서 할머니들이 상품으로 출하하지 못하고 남은 딸기를 파는 그런 모습이 떠오른다.

직원들이 식품전문업체에 납품하기 위해 작은 딸기를 종이 상자에 정성스레 담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예 이 딸기들은 모두 베이커리 데커레이션용으로 납품하는 것입니다. 사실 품질면에서 소비자들 사 먹는 상품과 비교해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데 단지 크기가 작다는 이유로 애써 농사 지은 것들이 외면받아 이를 사업 아이템으로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썸머힐상사 양영철 과장이 내 궁금증을 읽고 설명해준다.

석 계장이 이곳을 강소농으로 추천한 이유였다. 농민과 기업이 서로 보탬이 되는 아이디어를 낸 이 회사가 궁금해졌다.

산청군 단성면 호반로 1666-3번지에 자리한 썸머힐상사는 경기도 성남시에 수도권물류센터를 두고 있고,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판매장이 있다. 회사 안내를 맡은 양 과장은 "삼성물산 삼성플라자, 애경그룹 AK PLAZA에 과일을 공급하고 있으며, 파리크라상,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등을 거느린 식품전문업체 SPC그룹에 과일을 공급한다. 또 일본과 대만의 시장을 개척해 복숭아를 수출하며, 딸기를 연중 일본과 태국에 수출한다. 이 밖에 올프레쉬( www.allfresh.co.kr )라는 제철과일 배달 쇼핑몰을 열어 수도권 직거래와 통신판매업도 한다"고 말했다.

◇'착한 과일' 유통으로 정상에 서겠다 = 지난 2009년 5월 설립한 썸머힐상사는 직원 수 28명으로 지난 2014년 딸기와 청포도를 주요 취급 품목으로 해 연매출 64억 원을 달성한 농업회사법인이다. 이 회사 대표는 조향란 씨로, 조 대표는 1999년 일본 최고의 유통업체인 이토 요카도에 고품질의 복숭아를 납품하면서 과일 유통업을 시작한 사람이다. 산청과 지척 거리인 하동에서 태어난 조 대표는 딸기가 많이 생산되는 이곳에 회사를 설립했다.

썸머힐상사 조향란 대표.

그런데 회사 이름과 과일,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양 과장은 '썸머힐'에 대해 "여름(Summer)에 태어난 조 대표가 높은 언덕(Hill), 즉 정상에 오르겠다는 의지를 담은 이름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착한 과일' 유통으로 꼭 성공해 정상에 서겠다는 뜻을 담았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조 대표의 이 같은 의지는 농협과 대기업이 쥔 과일 유통업 분야에 홀로 뛰어들어 고급 과일시장 분야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99년 과일 유통업에 뛰어든 이래 2010년엔 태국 수출을 시작했으며, 국내시장으로 판로를 넓혀 유명 백화점들은 물론 파리크라상에도 공급을 시작했다. 이어 2012년엔 B2C(기업과 소비자 간 전자거래) 사업을 시작해 올프레쉬를 오픈했다.

그는 <도시인에게 과일을 팔다 과일 CEO>라는 책을 통해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늘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고, 농가에 신뢰받는 과일 유통업체가 우리가 지향하는 지점이다. 과일은 알면 알수록 가능성이 참 무궁무진한, 자연의 놀라운 선물'이라고 강조한다. 과일에 대한 조 대표의 열정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농민에게 더 많은 이익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 품질 좋은 상품의 제철과일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은 유통업체 누구나가 다 하는 일이다. 그런데 썸머힐상사가 시장을 개척한 데커레이션 딸기 신상품 개발은 틈새시장을 개척해 농가소득 창출로 이어진, 기업과 농가가 동시에 만족하는 좋은 아이템이다.

"사실 우리 농촌 현실은 상품에 못 미치는 농산물을 판매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농산물 유통업자들이 매입을 꺼리는 데다 설령 사들인다 하더라도 제값을 받기가 어렵죠. 이런 상황에서 썸머힐상사의 데커레이션 딸기 매입은 지역 농민들에게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농가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한 썸머힐상사의 전략은 주효했다. 상대적으로 발육상태가 좋은 큰 딸기에 비해 가격이 낮게 형성되는 데다 판매용으로 포장해 내놓으려면 상대적으로 시간도 많이 걸린다. 포장재나 물류비 등 비용도 많이 들어 여러모로 농가에서 작은 딸기를 판매하기는 쉽지 않은 현실이다. 그런데 썸머힐상사가 데커레이션용으로 수매함으로써 굳이 작은 고무 그릇에 담을 필요도 없다. 당연히 일손은 절감되고, 또한 포장재 등 비용도 줄일 수 있게 됐다. 이는 곧 농가소득과 직결돼 농가도 더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런 까닭에 매년 참여하는 농가 수도 늘고 있다.

양 과장은 "현재 회사에 데커레이션 딸기를 공급하는 농가는 250여 가구나 된다. 이들로부터 사들인 물량만도 연간 500여 t이 된다. 한마디로 농민도 수익이 늘고 회사도 농민들 덕분에 잘 운영되고 있으니 서로 윈윈하는 셈이다"고 말했다.

썸머힐상사는 3월 배스킨라빈스와 계약을 해 데커레이션용 냉동딸기도 생산하고 있다. 이런 실적을 바탕으로 올해 매출 목표를 70억 원으로 늘려 잡았다. 회사 매출 중 산청 딸기로 올리는 수익만도 50억 원 정도 된다.

이를 위해 농가에 대한 재배관리 강화로 전문교수를 초빙한 정기교육과 농가별 컨설팅, 전문직원의 농가 관리, 신품종 개발 및 시험재배를 하기로 했다. 또 생산 제품 품질관리를 위해 농산물품질검사원의 품질 및 농약잔류검사, 전문 선별과정을 통한 철저한 품질기준 준수로 소비자에게 신뢰감을 심어주기로 했다.

"무엇보다 지역 농민에게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계약재배와 기술지도를 통해 농민들이 고품질의 딸기를 생산하면 수익 증대는 당연하리라 생각합니다. 회사는 농민들이 믿고 따를 수 있도록 당연히 신뢰감을 줘야 하겠지요."

전혀 예상하지 못한 함박눈에 돌아오는 눈길 운전이 힘들었지만 경남도농업기술원이 사람이 아닌 썸머힐상사를 강소농으로 추천한 이유를 알게 해주는 양 과장의 답변이었다. 한 농업회사법인의 이념이 여러 강소농을 만드는 바탕이 될 수 있음을.

크기가 작다는 이유로 유통업체 등으로부터 외면받는 딸기를 데커레이션용으로 개발해 농가소득 향상에 이바지하는 썸머힐상사.

<추천 이유>

◇경남농업기술원 강소농기술지원단 시설원예 전문가 최인락 = 농업회사법인 썸머힐상사는 딸기 주산지에서 유통, 가공 전문시설을 설치, 운영하는 법인체로 생산농가의 제값받기 등 차별화된 운영으로 지역민과 함께 경제적 부를 창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 유통 전문업체로서 1차 가공 및 완제품 등을 생산하여 농가소득원으로 만들어 주고, 업체 간 원활한 유통과 마케팅 홍보로 지역 특산품인 딸기의 부가가치를 크게 창출하는 등 지역 발전에 크게 도움을 주는 법인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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